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후임 회장에 내외부 출신 30여 명이 잠재 후보군으로 떠올랐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1차 후보군(롱리스트)으로 10명 안팎을 선정해 선임절차에 돌입했다.벌써부터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최종 후보에 오를 것이라는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임추위는 18일 "내부 출신 후보 약 20명과 외부 후보 10명에 대해 현재 임추위원들이 롱리스트 선정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임추위는 첫 회의에서 헤드헌터사 2곳으로부터 외부 후보 10명 추천 사유를 들었다.
앞서 우리금융 사외이사들은 지난 4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오는 3월 25일 임기가 만료되는 손 회장의 후임을 정하기 위한 임추위를 구성키로 합했다.
잠재 후보군은 헤드헌팅사 2곳이 추천한 각각 5명, 자회사 대표, 지주·은행 일부 임원, 해외 법인장 등 내부 출신으로 구성됐다.
손 회장의 연임 도전 여부가 관심이었지만 그는 임추위가 열리기 전 입장문을 내고 "우리금융 회장 연임에 나서지 않고 최근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손 회장은 최근까지 연임 의지를 보여왔으나 금융당국 수장들이 잇따라 거취를 압박하는 발언을 내놓은 데다 이사회 내에서도 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용퇴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손 회장은 라임펀드 징계와 관련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인 행정소송 제기 등 대응 방안을 두고 장고를 거듭해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정례회의에서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 문책 경고 상당의 조치를 의결했다. 금융회사 임원이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3~5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잠재 후보군 중 내부 현직으로는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원재 전 우리카드 사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황록 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전 우리파이낸셜 대표이사), 박영빈 건설공제조합 이사장(전 우리투자증권 부사장), 남기명 전 우리은행 부문장, 김양진 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조용흥 전 우리아메리카은행장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 후보권에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 등이 거명되고 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3월 행장직에 오른 그룹 내 2인자로서 우리금융지주의 완전민영화에 큰 공을 세웠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우리은행 실적을 만년 4위에서 3위로 끌어올렸고 우리금융의 대표 플랫폼인 우리WOM뱅킹을 구축하는 등 디지털 사업에서도 성과를 보였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후보로 거명됐지만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위원장은 지난 2013년에서 2015년까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에 큰 역할을 했다.
임추위는 이날 1차 후보군을 추리고 오는 27~28일 2차 후보군(숏리스트)으로 2~3명을 확정하고 다음달 초 최종 후보를 결정할 예정이다.
임추위측은 "오늘 선정된 롱리스트는 10명 내외로 대상자는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롱리스트 대상자들에 대해서는 헤드헌터사가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얻어 레퍼런스 체크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