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릿값이 t당 9000달러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신동(伸銅·구리 가공)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풍산의 실적개선과 주가 상승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구리는 배터리 소재에서부터 건축물 배관 등 재료로 쓰여 경제 상황을 측정할 수 있는 산업용 금속이어서 '박사금속'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전기동을 원재료로 구입해 각종 제품을 만드는 풍산을 비롯한 구리 업체들은 제품 가격에 원재료 가격을 반영할 수 있는 만큼 구릿값 상승은 이들 업체들의 실적 개선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풍산은 19일 증권거래소에서 전날에 비해 0.44% 오른 3만45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마이닝닷컴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각) 미국 선물시장인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3월 인도 구리 선물 가격은 전거래일에 비해 0.3% 내린 파운드당 4.20달러(t당 9240달러)를 기록했다.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종결 결정으로 이달 들어 9% 상승한 구릿값은 12일 t당 9071달러로 9000달러를 돌파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도 전기동(정련 구리) 현물값은 상승했다. 18일 현금결제 즉시인도분은 전거래일에 비해 3.53% 오른 t당 9436달러를 기록했다.
LME 구리 가격은 지난해 초 t당 9630달러에 거래됐고, 3월 초 1만730달러까지 상승했다. 나 이후 하향세를 나타내며 7월 중순 7005달러까지 하락했다. 구리가격은 1분기 평균 9977달러, 2분기 9516달러, 3분기 평균 7723달러로 내려갔다. 이후 가격은 다시 반등하며 4분기 평균 7988달러까지 상승했고, 올해 들어 9000달러를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구리선물과 현물 가격이 모두 t당 9000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중국 춘제 연휴까지 소비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은 구릿값에 강한 하락 압력을 가한다. 여기에 중국 경제지표 부진도 하락압력을 가했다. 우선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공식 목표치 5.5%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3%에 그치며 약 5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60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의 인구가 감소하면서 중국 경제가 장기 난관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됐다.
풍산은 지난해 구리 가격이 내려가면서 실적에 타격을 입은 업체 중 하나다. 신동(伸銅·구리 가공)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풍산의 신동 부문 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기준 71%에 이른다. 지난해 3분기 구리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며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구리 가격이 내려가면 제품 가공을 위해 쌓아둔 재고 자산에 손실이 발생하는 탓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방산업체들과 수천억 원 규모의 탄약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구릿값 하락에 따른 손실을 일부 만회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풍산은 지난 17일 방산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2025년 4월30일까지 1647억 원 규모의 대구경 탄약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풍산은 계약 내용을 자세히 밝히지 않았으나 폴란드에 수출된 K9 '썬더' 자주포 등에 사용되는 탄약과 관련한 계약으로 추정된다. 풍산은 지난달 28일에도 현대로템과 2934억 원 규모의 대구경 탄약 공급 계약 내용을 공시했는데, 이 역시 폴란드로 수출된 K2 전차 등에 사용되는 탄약으로 추정됐다.
풍산 고위 관계자는 "구릿값을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데 구릿값이 상승하고 있는 만큼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