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대규모 포격전을 벌이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의 155mm 포탄과 전차 포탄 재고량이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각국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포탄 조달과 재고 물량 채우기에 나서면서 한국 포탄 제조업체인 풍산도 덩달아 바빠졌다. 이 회사는 최근 한 달 사이 무려 5748억 원어치의 포탄 공급계약을 맺는 반사이익을 챙기고 있다. 덕분에 풍산 주가는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풍산은 지난해 12월20일부터 지난 17일까지 5748억 원어치의 대구경 포탄 공급 계약을 맺었다.
풍산은 지난해 12월 20일 방위사업청과 1167억 원어치의 대구경 탄약류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이어 같은달 28일은 현대로템과 2934억 원어치의 대구경 탄약 등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또 17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1647억 원어치의 대구경 탄약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풍산이 불과 한 달 사이에 맺은 공급계약액은 2020~2021년 공급분(5494억 원)을 웃돈다. 덕분에 풍산 주가는 오름세다. 이날에는 전거래일에 비해 0.44% 오른 3만4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2일 종가는 3만2950원이었다.
풍산은 동전 등 구리제품과 함께 각종 탄약과 포탄을 만드는 방산업체다. 5.56mm 소총탄부터 155mm곡사포탄, 대공포탄, 박격포탄, 전차포탄. 함포탄 등 한국군이 사용하는 모든 탄약을 제조한다.
풍산은 3건의 공급 계약에 대해 자세하게 공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부분 물량이 155mm 포탄으로 추정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구경 155mm K9 자주포를 생산하고 현대로템은 구경 120mm 활강포를 장착한 K2 흑표전차를 생산한다. 이들 기업과의 계약은 관련 탄약 공급 계약을 맺었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방위사업청은 미국 판매용으로 155mm 곡사포탄을 구매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포탄 공급계약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관성이 크다. 미국이 우크라이나군에 포탄을 지원하면서 자국 재고량이 빠르게 동나자 한국과 이스라엘에 손을 벌렸다. 17일자 뉴욕타임스(NYT)와 이스라엘 예루살렘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이스라엘에 있는 자국 포탄 비축분에서 30만 발을 우크라이나로 보내기로 이스라엘과 합의했다.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이미 30만 발 중 절반 이상을 우크라이나로 보냈고 한국에서도 수십만 발이 나간 것으로 NYT는 전했다.
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하루 9만 발의 포탄을 소비하는 데 이는 미국과 유럽 방산업체들이 생산할 수 있는 포탄의 약 2배 양이어서 나머지는 기존 비축분이나 상업 구매 등 다른 소스에서 나와야 한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1월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155mm포탄 10만 발을 구매한 뒤 우크라이나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당시 미국과 포탄 수출을 협의하고는 있지만 미국을 최종 사용자로 한다는 전제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하나증권 박성봉 연구원은 앞서 지난 6일 올해 방산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며 풍산 목표주가를 기존 3만3000원에서 4만1000원으로 높이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박성봉 연구원은 "최근 풍산은 2900억 원 규모의 탄약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이 탄약은 폴란드로 납품되는 K2 전차와 K9 자주포와 관련된 것으로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기존 수출지역인 미국과 중동을 벗어나 유럽까지 범위를 확장했다"면서 "올해도 풍산의 방산부문 매출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