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 요금인상 탓? 탈원전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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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폭탄', 요금인상 탓? 탈원전 탓?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01.2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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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최강 한파가 불어닥친 가운데 난방비(도시가스요금과 열요금)가 폭등하고 있다. 각각 지난 1년간 38.4%, 37.8% 등 40% 가까이 올랐으니 '난방비 폭탄'이 떨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전기요금까지 더하면 올겨울 가계가 체감하는 난방요금 부담은 훨씬 커진다. 액화천연가스(LNG)와 국제유가 상승이 근인이지만 한국가스공사의 적자를 메우려는 요금인상이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은 '요금인상 탓',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탓을 하며 옥신각신한다.

국제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급등으로 국내 도시가스 요금이 폭등해 '난방비 폭탄'이라는 말이 생겼다. 지난해 1년 동안 도시가스요금과 열요금은 40%가까이 올랐다. 사진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지난해 12월3일 제13회 도시가스의 날을 맞아 소외계층 가정을 방문해 가스 안전기기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국제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급등으로 국내 도시가스 요금이 폭등해 '난방비 폭탄'이라는 말이 생겼다. 지난해 1년 동안 도시가스요금과 열요금은 40%가까이 올랐다. 사진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지난해 12월3일 제13회 도시가스의 날을 맞아 소외계층 가정을 방문해 가스 안전기기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경북 구미시의 회사원 염모씨는 26일 CNews에 "최근 도시가스 요금이 크게 올랐다"면서 "월평균 20만 원대에서 30만 원대로 껑충 뛰었다"고 전했다. 그는 "실내 온도를 섭씨 22도로 낮춰 가스요금을 줄였는데 다시 19도로 낮추고 내복을 입고 생활한다"고 말했다.

가스요금 인상은 염씨만의 일은 아니다.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는 한국가스공사가 가스 도매요금을 올리자 도시가스 사업자들이 소매요금을 올린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중앙·개별난방 가구에 부과되는 도시가스 요금은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는 한국가스공사가 원료비에 공급비용을 더해 도매 요금을 책정하고 각 시도가 공급 비용을 반영해 소매 요금을 결정하는 구조로 돼 있다. 지역난방 가구에 부과되는 열요금은 집단에너지 사업자가 도시가스 요금에 연동해 조정한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도시가스회사에 판매하는 도매가격을 4월과 5월, 7월과 10월 등 네차계에 메가줄(MJ) 당 0.43원, 1.23원, 1.11원, 2.7원 인상했다. 그 결과 도매가격은 한 해 동안 총 5.47원, 42.3% 올랐다. 도시가스회사들은 각 가정에 공급하는 가스요금을 38.5원, 38.4% 인상했다.

열(난방·온수) 요금은 지난해 세 차례(4·7·10월)에 37.8% 올랐다.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 2019년 7월 3.8% 올랐다가 2020년 7월에는 10.7% 내렸고 이후 동결됐다.열 요금은  2020년 7월 2.5% 내린 뒤 2년 가까이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2021년부터 공급망 붕괴에 따른 유럽발 에너지 위기가 닥치면서 세계 각국은 에너지 요금을 잇따라 올렸다.우리나라도 가스·열 요금 인상 요인이 생겼지만 문재인 정부는 요금 인상을 지난해 3월 대선 이후로 미뤘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올겨울에 체감하는 요금 인상 폭이 더 커졌다.

문제는 앞으로도 난방비가 급격하게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우선 2월에는 1월에  9.5% 인상된 전기 요금이 반영된 고지서가 각 가정에 배달된다. 가스요금 인상도 뒤따를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1분기(1~3월) 가스 요금을 동결했지만 2분기부터 인상은 불가피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1분기엔 겨울철 난방비 부담을 고려해 동결했지만 가스공사 누적 손실이 9조 원에 이르는 만큼 2분기부터 난방비를 인상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국가스공사 본사 사옥 전경. 사진=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 본사 사옥 전경. 사진=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가 천연가스 수입대금 중 요금으로 회수하지 못한 금액인 미수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고공 행진하지만  국내 요금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해결책으로는 국내 요금 인상이 꼽힌다. 산업부는 2026년까지 가스공사의 미수금을 해결하려면 올해 지난해 인상 폭의 두 배 수준인 MJ당 10.4원을 올려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와 연동하는 LNG 가격이 오르면 가스요금 인상폭은 더 커지게 마련이다.

가스공사가 책정하는 천연가스 도매요금은 원료비(LNG도입가+도입부대비)와 가스공사 공급비용으로 구성되며, 소매요금은 도매요금에 도시가스회사 공급비용으로 구성된다. 연료비는 주택용 도매요금의 85%, 산용용의 95.2%, 열병합용의 96.5%를 차지한다. 그만큼 국제 유가와 LNG 가격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난이 지속되면서 국제 LNG 가격은 지난달 t당 1255달러로 2021년 12월보다 40% 껑충 뛰었다.그 결과 지난해 3대 에너지원(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은 1908억 달러(약 236조 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가스수입액은 567억 달러로 1956년 무역 통계 집계 이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을 갈아치웠다.

정부는 국민여론과 정치권 눈치만 본다. 정치권은 해결책을 찻기보다는 네탓 공방만 하고 있다.

이재명 더울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5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정부에서 전기요금, 가스요금을 대폭 올리는 바람에 취약계층의 고통이 매우 심각하다"며 "정부의 소액 에너지바우처 지원예산을 이번에 대폭 늘려서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을 신속히 해주실 것을 요청한다. 민주당 소속 단체장들과도 협의를 통해 소액이나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신속히 지원할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30조원 긴급 민생 프로젝트를 거론하면서 "그중에 5조원 규모의 핀셋 물가지원금 말씀을 드렸는데, 에너지 문제도 포함돼 있다"면서 "난방비 폭등과 관련해 국민에게 더 큰 고통이 계속되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 협조를 다시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난방비 폭등'을 전임 정부 탓으로 돌리며 더불어민주당을 공격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가스비는 지난 정부 동안 LNG 도입 단가가 2~3배 이상 급등했는데도 문재인 정권에서 가스비를 13% 정도밖에 인상하지 않아서 누적적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점에 주요 원인이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류성걸 의원은 "결국 잘못된 에너지 정책의 후폭풍이 가스요금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민주당이 정초부터 난방비 폭탄이라는 자극적인 네이밍과 지난해 12월24일 올해도 예산이 확정된 지 한 달도 안 된 상황에서 30조 원 추경 (편성)이라는 비현실적 내지르기식 국민 호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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