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비둘기인가 매인가? 답은 '매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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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비둘기인가 매인가? 답은 '매둘기'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3.02.0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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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대담 토론에서 매파·비둘기파 색채 혼재 발언 쏟아내...주식시장은 상승 마감
로이터통신, '파월 풋(Power Put)'으로 호평

"매인가? 비둘기인가? 아니요 매둘기죠"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의 말이 오락가락 하는 듯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금융시장에서 매파는 긴축을 선호하는 성향이나 긴축론자를 말하고 비둘기파는 그 반대로 통화완화를 선호하는 성향이나 통화 완화정책 옹호론자를 이른다.  매둘기란  매와 비둘기를 섞어 만든 조어로 통화 긴축과 완화 색채가 혼재된 성향 혹은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 파월이 최근 한 발언을 보면 비둘기 성향의 발언과 매파 발언이 뒤섞여 있기에 이런 말이 나온다. 

통화정책의 수장이 시장을 자기 뜻대로 이끌어가기 위해 하는 애매모호한 발언의 연장선으로 이해된다. 19년간 재임한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은 표현을 애매모호하게 해 시장 참가자들은 그의 발언 해석에 골머리를 앓았다. 

영낙없이 매를 닮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의 높은 콧대와 뾰족한 입 모양. 파월 의장은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네 차례, 0.50%포인트 한 차례 등 다섯 차례 금리를 인상하는 긴축의 고삐를 죄었다. 그런데 그가 최근 인플레이션완화(디스인플레이션)이 시작됐다고 언급하는 등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온라인으로 진행된 잭슨 홀 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Fed 유튜브 캡쳐
영낙없이 매를 닮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의 높은 콧대와 뾰족한 입 모양. 파월 의장은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네 차례, 0.50%포인트 한 차례 등 다섯 차례 금리를 인상하는 긴축의 고삐를 죄었다. 그런데 그가 최근 인플레이션완화(디스인플레이션)이 시작됐다고 언급하는 등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온라인으로 진행된 잭슨 홀 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Fed 유튜브 캡쳐

파월 의장은 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르네상스호텔 이코노믹클럽에서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공동창업자와 토론한 자리에서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기 시작했지만 그것은 오랜 과정일 것"이라고 말하는 등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발언을 했다.매파와 비둘기파 발언을 적절히 섞었다. 

파월 의장은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은 우리 경제의 약 4분의 1을 담당하는 재화(goods) 부문에서 시작했다"면서 "그러나 가야할 길은 멀고 그것은 아주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디스인플레이션을 주택에서 곧 볼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서비스 부문에서는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고용이 이렇게 강할 것이라고는 예상을 못했다"면서 "우리가 왜 디스인플레이션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는지 이유가 나와 있다"고 말했다.

미국 노동부의 1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1월 비농업 일자리는 51만 7000개가 늘었는데 이는 월가 예상치의 근 3배였다.특히 서비스업 부문에서는 여가·접대업이 12만8000개, 전문·기업 서비스업 8만2000개, 의료 서비스업 5만8000개가 각각 증가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지표에 대응할 것"이라면서 "강력한 고용시장 보고서나 더 높은 인플레이션 보고서가 나오면 이는 우리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현재 가격에 반영된 것보다  더 높게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는 경우"라고 말했다.

파월은 높은 금리를 당분간 유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는 추가 금리 인상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정책 금리를 제약하는 수준에서 한동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일 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 때보다 조금 더 매파 어조를 띤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Fed는 같은날 기준금리를 연 4.5~4.75%로 0.25%포인트 올렸다. 

파월의 말을 종합하면 고용지표가 탄탄하고 소비자물가지수가 높게 나오면 금리를 더 올릴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세계 금융시장에서는 3월 추가 금리 인상 후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렇지만 이날 발언을 보면 시장이 기대하는 5월 금리 인상 중단론'은 이미 물건너 갔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Fed가 3월과 5월에도 각각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물가 안정 목표를 여러 차례 거론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자연스럽게 둔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정책 목표치인) 2%로 낮아지려면 다소 고통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의 날카로운 발톱을 살짝 내보인 형국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FOMC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Fed 동영상 캡쳐
제롬 파월 Fed 의장이 FOMC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Fed 동영상 캡쳐

반면, 그는 비둘기파 어조의 발언도 했다. 파월은 "올해는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하락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년이면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니 금리인상도 중단될 것이라는 추측을 낳기에 무리가 없는 발언이다. 

금융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혼란을 거듭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Fed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토론 직전 4.5%에 육박했다가 시작과 함께 4.3%대까지 급락했다. 그러다가 그가 다소 매파 색채를 띠자 다시 급등했다. 장중 4.483%까지 뛰었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3.690%까지 올랐다.

뉴욕 주식시장 주요 지수는 파월 의장의 디스인플레이션 발언에 일제히 상승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에 비해 0.78% 오른 3만4156.69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29% 뛴 416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90% 상승한 1만2113.79에 장을 각각 마감했다.

이날 랠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파월 풋(Powell put)'이라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이 구원 투수로 나서 증시 하락을 방어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하락장에서 손실을 줄이고자 풋옵션을 매입하는 것처럼 파월의 적극 대응이 투자자의 손실을 막아준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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