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긴축 지속 전망...한국은행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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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긴축 지속 전망...한국은행 선택은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3.02.1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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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물가와 고용, 소비지표가 중앙은행의 강도높은 긴축조치에도 예상외로 좋게 나오면서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더 높게, 더 오래'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이 때문에 불똥은 한국은행으로 튀고 있다.정부가 한국경제 둔화를 공식화한 했는데 오는 23일 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지난달 13일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은 오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지난달 13일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23일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전문가들은 물가억제보다는 경기를 살려야 하는 만큼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재 3.50%에서 동결할 것으로 내다본다.  높은 물가와 금리로 소비가 주춤하고, 수출도 부진해 경기 둔화 흐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이달까지 8회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게 중론이다. 한은은  5%대 고물가 억제를 위해 지난달까지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7회 연속 올렸다.

정부는 이달 처음으로 우리 경제가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공식 인정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7일 발표한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 "경기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고 공식 진단했다. 정부가 '경기 둔화'를  인정한 것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이 진정세로 접어든 뒤 처음이다.

기재부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기업 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경기 부양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은은 이런 점들을 두루 살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미국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고금리 기조를 예상보다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 리스크(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 

미국 소비자 물가에 이어 도매 물가까지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이에 따른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지속 의지는 분명해졌다.

16일 발표된 미국의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지난해 12월보다 0.7%, 전년 동월에 비해 6.0% 각각 올랐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14일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월 대비 6.4% 오르면서 시장 예상치(6.2%)를 넘어섰다. 또 노동부의 고용통계에 따르면, 1월 비농업 일자리가 예상치 3배에 가까운 57만1000개 늘었고 실업률도 3.4%로 54년 만에 가장 낮아졌다. 15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1월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3% 증가, 2021년 3월 이후 거의 2년 만에 최대폭 증가했다.

Fed의 고강도 긴축조치에도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는 염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미셸 보우먼(오른쪽) Fed 이사가 2020년 1월31일 제롬 파월 의장 앞에서 재임 선서를 하고 있다.사진=Ferd 트위터
미셸 보우먼(오른쪽) Fed 이사가 2020년 1월31일 제롬 파월 의장 앞에서 재임 선서를 하고 있다.사진=Ferd 트위터

이 때문에 Fed 대표 매파 인사들의 긴축 선호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미셸 보우먼 Fed 이사는 물가 수준을 고려해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우먼 이사는 17일 테네시주 냬슈빌은행가 협회에 출석에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너무나 높은 상태라면서 하락 압력을 강화시키기 위해 정책금리를 지속해서 올려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긴축행보를 멈추려면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하락해야 하며, 아직까지 금리인상이 경제를 둔화시키고 있다는 증거들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앞서 16일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달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대해 "당시 0.5%포인트 인상 속도를 유지할 설득력 있는 경제적 사실들을 봤다"고 말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지난 회의에서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면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길 것이란 게 종합적인 내 판단"이라고 말했다.

두 인사가 3월 FOMC에서 0.50%포인트 인상을 주장한 만큼 시장에 퍼져 있는 0.25%포인트 인상 관측은 힘을 잃고 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4.50~4.75%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Fed가 3월과 5월에 이어  6월에도 0.25%포인트 인상하고 최종금리 전망치도 5.25%~5.50%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최근 물가지표의 상승세를 반영해 6월에도 0.25%포인트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유력하다며 최종금리 전망치도 골드만삭스와 동일한 5.25%~5.50%으로 상향했다. 

국내 물가와 경기, 미국의 통화정책 사이에서 한국은행은 고심의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통위는 이달과 4월 열리는데 미국 Fed의 3월 결정까지 미리 감안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한미간 금리차가 너무 커지면 자본유출과 주식시장과 외환시장 불안이 걱정된다. 경기흐름과 부동산 시장을 보면 금리를 올리는 것은 우리 경제에 줄 부담이 너무 커 보인다.

신한투자증권의 김찬희 책임연구원은 "다음 주로 예정된 2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동결할 전망이 우세해 미국과의 통화 정책 차별화 가능성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채선물 매도 우위 이어지면서 원화 약세 요인 자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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