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 병두껑 원부자재 값 상승...소줏값 6000원 시대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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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 병두껑 원부자재 값 상승...소줏값 6000원 시대 열리나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3.02.2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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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발효, MH에탄올 등 주정회사 지난해 영업이익 61%, 6% 감소
소주 병두껑 회사도 원부자재 값 이유 값 올려

지난해 일제히 오른 '국민 술' 소줏값이 또 오를 전망이다. 원재료·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등 오름세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회사들이 2년 연속 출고가 인상을 결정할 경우 마트나 식당에서 파는 소주 가격은 더 큰 폭으로 오르게 된다. 소주 한 병 6000원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그런데 소주회사, 주정회사, 병두껑 회사의 주주는 연결돼 있어 이들은 가격 인사에 웃음을 참고 소비자만 우는 일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주정업체들이 타피오카 등 수입 주정원료 상승을 이유로 주정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여 소주가격도 머지 않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식당에서 파는 소주 한 병에 6000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의 소주 브랜드 '참이슬' 사진=하이트진로
주정업체들이 타피오카 등 수입 주정원료 상승을 이유로 주정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여 소주가격도 머지 않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식당에서 파는 소주 한 병에 6000원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의 소주 브랜드 '참이슬' 사진=하이트진로

20일 주류 업계 등에 따르면, 소주를 제조하는 데 쓰이는 원료가격이 오르면서 소주업체들이 출고가 인상을 고심하고 있다. 소주는 주정(에탄올)에 물과 감미료를 섞어 만든다. 주정 원료로는 타피오카와 쌀 등을 사용한다.

지난해 주정회사들은 주정 원재료인 타피오카 가격과 주정 제조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경영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정회사 중 진로발효(시장 점율 16.28%)와 MH에탄올(9.44%)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년보다 각각 66.6%, 6.0% 감소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올해 주정값이 지난해에 이어 또 오를 가능성이 큰 이유다.

진로발효주정 로고. 사진=진로발효주정
진로발효주정 로고. 사진=진로발효주정

진로발효는 지난해 매출액은 995억 8681만 원으로 전년 대비 10.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7억 8938만 원으로 전년(113억 4895만 원)에 비해 66.6% 감소했다고 밝혔다. 진로발효 측은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변동 주요원인을 "수입 원부자재 단가 상승, 환율 상승과 에너지 가격의 급극한 상승에 따른 제조원가의 증가"라고 설명했다.

진로발효가 사용하는 원재료는 국산 쌀보리, 겉보리, 현미, 절간고구마, 타피오카, 조주정이다. 국산 원료는 농협경제지주나 농림축산식품부를 통해 구매하고 타피오카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에서 조주정은 브라질과 파키스탄, 캄보디아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진로발효 관계자는 "원재료의 가격은 생산 작황과 수확시기 등의 영향을 받으며 특히 타피오카와 조주정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환율과 국제 곡물가격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2위 규모의 주정 생산시설을 갖춘 진로발효는 지난 2021년 총 24만 1448드럼의 주정을 판매했다. 진로발효의 최대 주주는 서태선 이사로 27.39%를 보유하고 있고 아들 장진혁 부회장과 장진이 이사가 각각 18.26%를 보유하고 있다. 병뚜껑을 만드는 삼화왕관도 10.23%를 보유하고 있다.

MH에탄올 로고.MH에탄올은 1978년 설립된 무학주정이 2008년 이름을 변경한 회사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에 있는 MH에탄올은 주정, 주정박을 생산한다. 사진=MH에탄올
MH에탄올 로고.MH에탄올은 1978년 설립된 무학주정이 2008년 이름을 변경한 회사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에 있는 MH에탄올은 주정, 주정박을 생산한다. 사진=MH에탄올

경남 창원의 소주회사 무학그룹 계열인 MH에탄올도 지난해 매출액은 8.5% 늘었는데도 영업이익은 6%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매출액은 11072240만 원, 영업이익은 219억2488만 원으로 집계했다. MH에탄올은 "매출액은 주정 부문 판매량 증가와 주정 가격 인상, 골프장 이용객 증가로 늘어났다"면서 "주정 부문 원재료 가격 상승과 환율상승에 따른 매출 원가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MH에탄올은 주정 생산에 현미와 쌀, 쇄미, 보리, 타피오카칩, 조주정을 사용한다. 지난해 14만1886드럼을 생산했다. 경남 창원시에 있으며 최대 주주는 최동호 부회장으로 지난해 11월14일 기준으로 지분 43.51%를 보유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무학소주 창업주 최위승 명예회장의 아들이며 최재호 무학대표이사의 동생이다. 동생이 최정호 용원개발 사장이다. 

삼화왕관 로고.사진=삼화왕관
삼화왕관 로고.사진=삼화왕관

소줏병을 만드는 제병업체의 소주병 공급 가격은 병당 180원에서 220원으로 20% 넘게 올랐다. 소줏병 마개 값도 올랐다. 소줏병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마개와 페트병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마개를 모두 제작하는 곳은 경기도 안산시 삼화왕관과 경북 영천시 세왕금속공업 두 곳뿐이다. 삼화왕관은 소주 '참이슬'을 만드는 하이트진로에 대부분의 물량을 공급하고 롯데주류에도 일부 납품한다. 세왕금속공업은 롯데주류(처음처럼)의 물량을 비롯해 대선주조 무학 등 나머지 주류회사의 병마개를 생산한다.

삼황왕관의 주요 주주는 (주)금비(51.34%)와 TCC동양(10%)이다.삼황왕관의 최대 주주는 (주)금비비앤피 대표이사인 고기영 대표이사이자 삼화왕관 부회장이다. 그는 지분 11.55%를 보유하고 있다. 고병헌 금비 회장 겸 삼화왕관 회장,진로부사장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1985년 설립된 세왕금속공업은 삼화왕관 영천공장이 분사한 회사다. 지난해 3월30일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최대 주주는 하이트진로홀딩스로 21.47%이며 하이트진로 7.53%, 무학이 15.41%, 보해양조 15.13%, 금복주 14.80%, 국순당 13.68%, 롯데칠성 8.2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세왕금속이 만드는 각종 병두껑. 사진=세왕금속
세왕금속이 만드는 각종 병두껑. 사진=세왕금속

두 회사의 생산 비율은 6대 4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이후 병두껑의 원재료인 알루미늄 값이 t당 3000달러 안팎에서 2300달러 선까지 내렸지만 전기요금, 운송비, 인건비 등이 크게 올라 이 기업들도 원가상승 압박을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개 주정회사가 공급하는 주정을  대한주정판매가 독점 판매하고 있는 대한주정판매는 지난해  10년 만에 주정값을 7.8% 올렸다. 올해도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소주 출고가가 오를 가능성이 많다는 게 주류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 소주업체들은 출고가 인상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졋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주세, 병 가격, 원재료 가격,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이 모두 겹쳐 인상 요인이 상당하다"면서도 "지난해에도 인상 요인에 비해 인상률을 높게 가져간 것이 아니라 부담이 쌓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주류업체가 출고가를 인상하면 유통 과정을 거쳐 소비자가 사는 최종 술 가격은 더욱 비싸질 수 있다. 소주의 경우 지난해 1병 출고가가 85원가량 올랐는데 마트와 편의점 판매 가격은 100∼150원 올랐다. 다른 원가 부담까지 술값에 얹는 경향이 있어 식당 판매가격은 이보다 인상 폭이 더 커진다.지난해 외식산업연구원이 일반음식점 외식업주 130명을 조사한 결과 55.4%가 소주 출고가 인상에 따라 소주 판매가격을 올렸거나 올릴 예정이라고 답했으며 이미 올린 업주들은 병당 500∼1000원을 인상했다고 답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현재 5000원인 식당 판매가격은 병당 6000원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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