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1월 미국 거시 지표가 더딘 인플레이션 둔화와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강화를 지지함에 따라 2월 초에 1220원까지 하락한 환율이 한달만에 100원 가까이 올랐다. 최근 환율 급등은 지난해 경험한 '킹달러'가 재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를 낳고 있다.

그렇나 중국의 리오프닝, 예상보다 양호한 유로존 경제와 유럽중앙은행(ECB)의 매파적 스탠스, 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BOJ)의 정책기조 변화 이슈 등으로 달러화의 '나홀로 강세'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환율은 상반기 중 높은 변동성을 보이겠으나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하락하는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2일 외환 중개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23) 보다 0.4원 내린 1322.6원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다.
환율이 최근 1300원을 다시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하자, 외환 당국은 이날 국제금융센터에서 외환건전성협의회를 열어 외환수급 동향을 점검하고 향후 외환 수급상 쏠림이 나타나지 않도록 면밀히 모닝터링하기로 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자리에서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장기화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제 경제·정치 상황의 변화가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은 2월 중 발표된 1월 미국 거시지표가 Fed의 긴축 우려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함에 따라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게 중론이다.
2월초 미국 고용보고서 발표를 기점으로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한 환율은 이후 소매판매, 소비자물가지수(CPI),생산자물가지수(PPI),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모두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았다.
현지시각 27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반영된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확률을 76.7%로, 0.5%포인트 인상을 23.3%로 반영하고 있다. 미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전날에는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27.0%로 봤으나 다소 줄었다.
이런 요인들 탓에 원달환율은 132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고용보고서 발표 이전 1220원대인 환율이 약 한 달 만에 100원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그렇기에 지난해 킹달러 현상이 재현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환율상승은 물가상승과 소비위축, 경기침체를 초래할 수 있는 탓이다.
지난해에는3번의 원달러 환율 상승기를 경험했다. 1차는 3월~5월 중순, 2차는 5월 말~7월 중순, 3차는 8월 중순~10월 초였다. 세번 모두 물가 서프라이즈와 Fed의 긴축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 국채금리가 급등했고, 달러화는 초강세를 보였는데 최근 상황과도 매우 흡사해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최제민 연구원은 2일 "올해 거시 환경은 지난해와 상당히 유사한 듯 하지만 다른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면서 달러 강세가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나타난 달러화 독주는 사실상 브레이크가 없었다. Fed의 독보적인 긴축 속도로 주요국과 Fed의 금리인상 속도가 차별화되었고(특히 일본),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유로존의 에너지 수급 이슈와 침체 우려, 파운드화의 폭락 등으로 달러화의 독무대가 펼쳐졌다.
최 연구원은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는 여건이 다르다고 못박았다. 올해는 중국의 리오프닝, 비교적 양호한 유로존 경제와 매파적 ECB, BOJ 정책 기조 변화 등이 달러화의 나홀로 강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최 연구원은 내다봤다. 또 최근 시장에서 Fed의 최종금리에 대한 눈높이가 상향 조정되고 있음에도 Fed의 최종금리와 미국 6개월 국채금리의 스프레드는 지난해에 비해 제한된 수준의 상승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제반 여건을 더 크게 왜곡할 수 있는 지표들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달러화 강세가 계속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