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쌀 의무 매입' 양곡관리법 국회 통과…45만t 시장격리시 1조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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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쌀 의무 매입' 양곡관리법 국회 통과…45만t 시장격리시 1조 들어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3.03.2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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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 생산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해야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여당인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권의 주도로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농민 소득 보장을 위해 전 국민을 볼모로 잡은 이 법안 때문에  지난해처럼 쌀 45만t을 시장에서 격리할 때 약 1조 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쌀 생산량은 2021년 기준으로 73만2000헥타르에서 388만2000t이 생산됐다. 이는 전년 대비 10.7%, 평년 대비 0.5% 증가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권 주도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내고 있다. 사진은 쌀값 폭락을 정부가 방치한다는 취지의 이재명 당대표의 발언을 그린 포스터. 사진=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권 주도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내고 있다. 사진은 쌀값 폭락을 정부가 방치한다는 취지의 이재명 당대표의 발언을 그린 포스터. 사진=더불어민주당

23일 국회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66명 중 찬성 169명, 반대 90명, 기권 7명으로 가결됐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장관으로서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률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양곡관리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온 만큼 재의 요구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사용이 된다. 2016년 5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상임위의 '상시 청문회' 개최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약 7년 만이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야당이 통과시킨 양곡관리법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야당이 통과시킨 양곡관리법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에 비해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쌀값 안정화를 명목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강력히 밀어붙였다. 지난해 12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의 본회의 직회부와 올해 1월 본회의 부의를 주도한 데 이어 이날 결국 입법의 마지막 문턱까지 관철했다.

당초 민주당은 쌀 초과 생산량 3% 이상, 전년 대비 5% 이상 쌀값 하락 시 의무 매입안을 발의했으나 여당의 반발 속에 김진표 국회의장이 2차례 중재안을 제시하자 결국 이를 반영한 수정안을 내놓았다.

정부와 집권 여당은 정부의 매입 비용 부담과 업 경쟁력 저하 등 부작용을 이유로 반대했지만국회의원 수의 열세로 법안 통과를 막지 못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쌀 소비는 해마다 감소하는 반면 2021년산 쌀 생산량이 전년 대비 37만5000t 증가(10.7%)하면서 지난해 쌀값이 연초  5만889원(20kg)에서 9월 말 4만393원까지 하락하며 유례없는 쌀값 하락을 경험해 정부가 45만t이라는 대대적인 시장격리를 추진했다. 그 결과 쌀값이 10월 초 4만6994원까지 회복되는 등 쌀 시장에 큰 변동성이 있었고 농가와 RPC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시장격리에 많은 재정이 투입됐다.

2020년 쌀 재배면적이 전년 대비  0.5% 감소해 연간 368만t을 생산하면서 수급균형에 접근할 것으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전망했다. 사진=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0년 쌀 재배면적이 전년 대비  0.5% 감소해 연간 368만t을 생산하면서 수급균형에 접근할 것으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전망했다. 사진=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이번 법률안은 부작용이 너무나 명백하다"면서 "깊은 유감과 허탈함을 금할 길이 없고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의힘은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를 위해서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브리핑에서 "재의 요구안을 (윤 대통령에게)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 대통령의 재의 요구로 국회로 돌아온 법안을 다시 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훨씬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 만큼 새로운 관련 법안 추진을 예고해 놓았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민주당 신정훈 의원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쌀에 대한 종합적인 대안들을 다시 낼 것"이라면서 "식량자급률 법제화, 쌀 재배면적 관리 의무화 등으로 원래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관리법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현실화한다면 대통령실·여당과 야당과의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22년 쌀수급 전망 보고서에서 "벼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중장기적으로 감소하는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면서 "쌀 소비도 식량 소비 감소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생산량 감소에 비해 소비 감 소 정도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어 중장기로 공급과잉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쌀 생산량은 재배면적과 단수증가로 2021년 기준으로 73만2000헥타르에서 388만2000t이 생산됐다. 이는 전년 대비 10.7%, 평년 대비 0.5% 증가한 것이다. 

정부의 2021년산 수확기 벼 매입량은 생산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28.2%(55만 7000t) 증가한 253만 4000t으로 계획량의 103.9% 수준이다.  정부 매입량은 35만t으로 전년 대비 5.7%(1만 9000t) 증가했고 산지유통업체 (RPC) 자체 매입량은 218만 4000t으로 32.7%(53만 8000t) 증가했다.

가격 변동에 대한 위험성이 낮은 사후정산제를 하는 농협의 매입량이 전년 대비 36.1%(51만 3000t) 증가go 계획량 대비 113.8% 수준을 나타냈다.  민간RPC 매입량은 24만 8000t으로 전년 대비 10.7% 증가했지만 계획량의 64.1% 수준이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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