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설탕선물 12년 사이 최고치...과자, 첨가제 오를까
상태바
원당·설탕선물 12년 사이 최고치...과자, 첨가제 오를까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3.04.30 15: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급부족·외식 증가에 따른 수요증가

백설탕과 설탕의 원료이자 식품첨가재로 쓰이는 원당 선물 가격이 이달 들어 급등하고 있다. 밀과 옥수수, 대두 등 주요 곡물이 하락하는 것과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최근 10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당과 설탕은 식품 부재료로 널리 쓰인다. CJ제일제당, 삼양, 대한제당이 원당을 들여와 설탕을 생산해 판매한다.원당값이 오르는 만큼 설탕가격도 강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설탕수출국인 브라질의 사탕수수밭에서 농부가 사탕수수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 최대 설탕수출국인 브라질의 사탕수수밭에서 농부가 사탕수수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유엔식량농업기구(FAO)

30일 하나증권에 따르면, 원당 가격은 4월 한 달 간 21% 상승했다. 

선물시장인 미국 ICE거래소에서 7월 인도 원당선물은 28일 파운드당 26.37센트로 전날에 비해 0.08%상승마감했다. 이는 2011년 4월(26.34센트) 이후 12년 사이에 최고치다. ICE거래소에서 원당 가격은 지난 17일 기준 파운드 당 21.41센트로 지난해 10월 초 대비 23% 상승했다. 1월 말에는 파운드 당 21.76센트로 2016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원당가격은 올들어 46.5%  상승했다. 지난 1년간 상승률은 44.57%다.

미국 ICE 설탕선물가격 추이. 사진=CNBC
미국 ICE 설탕선물가격 추이. 사진=CNBC

백설탕 선물가격도 오름세다. 영국 런던 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에 따르면, 8월 인도 백설탕 선물 가격은 t당 711.40달러로 전날에 비해 1.21%(8.70달러) 하락 마감했다.마감했다. LIFFE 설탕선물 가격은 올들어 34.89% 상승했다. LIFFE에서 설탕선물 가격은 지난달 22일 600달러 선을 넘어섰고, 지난 12일에는 t당 700달러를 돌파했다. LIFFE에서 설탕 선물 가격이 t당 7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1년 11월 이후 12년 만이다.

백설탕의 원료가 되는 원당.사진=CNews DB닷컴
백설탕의 원료가 되는 원당.사진=CNews DB닷컴

원당과 설탕 가격 급등은 각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와 전쟁에 따른 공급감소,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수요 증가 등이 합쳐진 결과로 풀이된다.

우선 세계 최대 원당 생산국인 브라질은 국내 휘발유에 첨가하는 에탄올 기반 바이오연료 비율을 높이는 정책에 따라 사탕수수를 원당 대신 에탄올 생산에 투입하고 있고 생산 후 대두 등과 선적 경쟁 등 공급 불확실성이 있다.

인도는 기상여건 악화에 따른 수확량 감소와 정부의 바이오연료 정책확대, 원당 수출제한 조치 등으로 공급이 축소되고 있다. 인도제당협회(ISMA)는 올해 인도의 원당 생산과 수출전망을 낮췄다. 생산전망은 지난해 10월의 3650만t에서 올해 1월 3400만t으로, 수출은 3400만t에서 610만t으로 축소했다.  

세계 3위의 생산대국인 EU도 사탕무 재배 면적이 지난해 4% 줄고 줄고 지난해 비료와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이상기후 등으로 수확량이 10% 이상 추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공급감소에 따른 원유가격이 오른 것도 악재다. 원당 생산과 해상 운송, 설탕 생산에는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구간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 인도 선물가격은 전거래일보다 2.7%(2.02달러) 뛴 배럴당 76.7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 7월 인도분은 1.5%(1.17달러) 오른 배럴당 79.54달러에 거래를 끝냈다.

코로나19 규제조치 해제로 외식이 늘면서 설탕 소비가 늘어난 것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제한되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원당과 설탕 선물 가격 급등은 앞으로 시차를 두고 식품기업에 비용부담을 안기고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연결된다. 통상 가격 상승후 4~6개월 뒤 가격에 반영된다. 설탕의 경우 1년까지 기간이 늘어나기도 한다.

원당이나 설탕 구매 시점에 선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면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원당을 수입하는 제당업계와 원재료비에 설탕 비중이 10%가량 차지하는 제과업계는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제 선물 가격에 기업이 타격을 입지는 않는다"면서도 "구매처를 다변화하고 구매 시점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애를 쓰고 있지만 고환율까지 겹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 황유선 책임연구원은 "원당은 밀에 이어 국내 식품산업 물가에 대한 파급영향이 가장 큰 품목"이라면서 "식품산업에서는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국제 원당 가격 추이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대응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유선 책임연구원은 "원당의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향후 글로벌 수급불안에 대비해 선제적인 재고 비축이 필요해보이며, 호주와 태국 등 특정 국가에 집중된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