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도 가계빚 지난해 1600조 돌파...증가세 꺾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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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도 가계빚 지난해 1600조 돌파...증가세 꺾였지만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0.02.25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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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율 16년 만에 최저...4분기에 27조6000억 늘어 ...한국은행 대응은?

정부 규제에도 가계빚이 1600조 원을 넘어섰다. 증가세는 꺾였다고 하나 은행 빚은 폭주하고 있다. 서울 집값 고공행진 등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 열기에 빚을 내 집을 산 가계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은행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역대 가장 큰 폭으로 불어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금융기관 전체의 가계빚 증가세가 크게 둔화했다는 점이다. 증가율은 2003년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증가액도 지난 2013년 이후 가장 적었다.

중국 우한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에 기준금리를 내려야 할 판인데 가계 빚과 집값을 자극할 수 있어 금융당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고민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은  27일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2019년 말 가계신용 잔액. 사진=한국은행
2019년 말 가계신용 잔액. 사진=한국은행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4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 신용잔액(빚 총액)은 1600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 분기보다 27조6000억원(1.8%) 증가했다.  

분기별 증가금액은 전분기 15조8000억 원에 비해 증가폭이 줄었지만 2017년 4분기(31조5000억원) 이후 2년 만에 최대다. 지난해 분기별로는 1분기 0.2%, 2분기 1.1%, 3분기 1.0% 등의 증가율을 보였다. 

가계신용은 은행과 보험사, 대부업체, 공적 금융기관 등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에 카드사와 백화점 등의 판매신용(결제전 카드 사용금액) 잔액을 더한 것으로 가계가 진 빚의 총량을 나타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대출 기관별로는 은행 가계대출은 큰 폭 불었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연중 54조6000억 원 늘어나 지난 2002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증가 규모를 나타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39조7000억 원에 이르는 등 가계빚 폭증기안 2016년(40조 원) 수준 만큼 불어난 영향이 컸다. 집단대출과 전세자금 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14조9000억 원 증가했다.

제2금융권에 대한 대출 규제 강화로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연중 4조5000억 원 감소했다. 비은행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주택담보대출은 10조4000억 원 줄었고, 기타대출은 6조 원 늘었다.

보험사 등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7조6000억 원 증가했다. 안심전환대출 등 주택금융공사의 정책모기지론 양수액이 늘어난 영향이다.

카드사 등 여신전문기관과 백화점, 자동차회사 등의 판매신용 증가액은 연중 5조6000억 원 늘어난 95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소비 부진 등으로 증가액은 전년(9조3000억 원) 수준보다 크게 줄었다. 연말 소비 등으로 지난해 4분기에는 4조6000억 원 증가해 전분기(2조4000억원)보다는 증가 규모가 확대됐다.

가계빚은 최근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해왔다. 지난 2013년 처음으로 1000조 원에 올라선 뒤 2014년 1085조3000억 원, 2015년 1203조1000억 원, 2016년 1342조5000억 원, 2017년 1450조8000억 원, 지난해 1536조7000억 원으로 지속 불었다. 지난 6년간 해마다 100조원 안팎 증가했다.

증가율 기준으로는 2015년(10.9%)과 2016년(11.6%) 가파르다가 대출 규제 영향으로 2017년(8.1%), 2018년(5.9%), 2019년(4.1%) 둔화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증가율이 이전 분기들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자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다시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매매 거래 증가, 전세자금 수요 지속 등으로 주택대출 증가폭이 확대했고, 기타대출도 계절적 수요 및 주택거래 관련 부대비용 발생으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한편, 가계 소득 대비 빚 부담을 측정하는 지표인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96.6%로, 2분기 말(95.6%)보다 상승했다. 빚이 소득보다 여전히 빨리 늘고 있다는 의미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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