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이화그룹 회장 기소···방산업체 이화전기·이트론 등 상장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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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이화그룹 회장 기소···방산업체 이화전기·이트론 등 상장폐지?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3.05.3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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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억 비자금 조성 혐의...김회장은 명동 사채업 기업 사냥꾼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이 수백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계열 상장사들이 상장폐지 기로에 섰다. 이화그룹은 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이화전기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구조를 가진 그룹이다.이화전기는 잠수함용 주파수변환기, 지대공미사일 천궁 전원공급장치 등 다양한 전원공급장치와 전력변환장치를 생산, 공급하는 회사이자 방위산업체이고 이아이디는 유류도소매업을 중심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는 회사다.  이트론은 서버, 스토리지, 가상화솔루션 등 IT 관련 사업을 한다. 3개 회사는 지난 12일부터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이화전기 사옥 전경. 사진=이화전기 동영상 소개자료 캡쳐
이화전기 사옥 전경. 사진=이화전기 동영상 소개자료 캡쳐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코스닥시장본부는 이화전기, 이트론, 이아이디에 대해 '횡령·배임 혐의발생' 사실 공시로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했다고 31일 밝혔다. 이아이디는 코스피에, 이화전기와 이트론은 코스닥에 각각 상장돼 있다.

이화전기도이날 이화전기공업에 횡령 배임 혐의가 발생했다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여부에 관한 결정일까지 거래를 정지한다고 공시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한 상장법인은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의 심의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가려야 한다. 기심위 대상이 아니면 바로 거래가 재개되지만 기심위의 심의 대상에 해당한다면 기업의 상장적격성을 살펴보는 1심격인 기심위에서 상장폐지·개선기간부여·거래재개(상장유지) 등을 결정한다.

이들 법인은 불성실공시법인의 지정도 예고돼 있다. 

천궁 지대공 미사일 체계용 주파수변환기. 사진=이화전기공업
천궁 지대공 미사일 체계용 주파수변환기. 사진=이화전기공업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10일 김 회장과 김성규 총괄사장에 대해 횡령과 배임, 자본시장법과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거래소는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에 이들 법인은 혐의를 부인하거나 발생 금액을 낮춰 공시했다. 

거래소는 6~7월께 이들 기업의 기심위 심의 대상 여부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거래소가 검찰의 공소장을 확인해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횡령·배임 발생 금액은 이화전기가 42억4900만 원, 이트론은 311억3700만 원, 이아이디는 416억4800만 원이다.

이화전기 로고. 사진=이화전기 홈페이지 캡쳐
이화전기 로고. 사진=이화전기 홈페이지 캡쳐

이들의 영장 청구는 서울지방국세청이 2016∼2017년 이화그룹 내부의 증여세 포탈 등의 혐의를 확인해 검찰에 고발해 이뤄졌다. 이들은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가공급여 등 명목으로 비자금 114억 원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또 2015~2017년 증권을 저가에 매수한 뒤 허위공시 등을 통해 고가에 매도해 124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하고, 회사에 187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증권 부당거래 과정에서 12억원 상당의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를 포탈하고,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해외직접투자를 신고하지 않고 173억 원 상당의 자금을 불법으로 해외로 반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국세청으로부터 이화그룹이 지난 2016~2017년 증여세를 포탈했다는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후 올해 3월 이화전기를 포함한 그룹 계열사 사무실, 관련자 주거지 등 약 6곳을 압수수색했다.

이화그룹은 이화전기, 이아이디, 이트론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구조를 가진 그룹이다. 이화전기는 무정전전원공급장치, 몰드변압기, 정류기 등 다양한 전원공급장치와 전력변환장치를 생산, 공급하는 회사다. 1956년 설립되고 1994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화전기는 발전소, 대규모 시설 단지, 산업 전원 설비, 전산 센터 등 민간 분야와 철도, 지하철 등의 공공·방산 분야의 사업 영역에도 진출해 있다. 이화전기는 한국의 지대공 유도미사일인 패트리엇과 천궁,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용 전원공급 장비를 생산한다. 또 장보고급 잠수함용 충전방전체계, 연료전지용 컨버터, 주파순변환기도 생산한다. 우리해군의 함대함 미사일과 함대지 미사일 전원공급기도 생산한다.

패트리엇 미사일과 천궁 지대공 미사일. 이화전기는 이들 지대공 미사일의 전원공급장치를 생산한다. 사진=국방부
패트리엇 미사일과 천궁 지대공 미사일. 이화전기는 이들 지대공 미사일의 전원공급장치를 생산한다. 사진=국방부

이화그룹은 추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이차전지 사업 확대를 구상하고 있다. 배터리셀 제조업체와 협력해 배터리팩 제조·판매를 계획하고 있으며, 배터리셀 제조업체가 이차전지 배터리셀을 제작하면, 해당 배터리셀을 모듈화해 전기자전거, 전기차 업체 등 배터리팩이 필요한 고객사에 최종 공급할 계획이다.  

이화전기의 지난해 기준 매출은 524억 9000만 원, 영업이익 28억 8000만 원 적자, 당기순이익 833억 5000만 원 적자를 냈다.무정전전원장치 사업이 31.9%로 사업 비중이 가장 크고 주파수변환기 13.1%, 정류기 11.6%, 몰드변압기 9%, 전원공급기 5.2% 순이다. 수출 비중은 3.6%로 대부분 사업이 내수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이트론으로 지분율은 18.97%다.

이아이디는 유류도소매업을 중심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는 회사다.이화전기공업이 지분 19.53%를 가진 최대 주주다. 이차전지 설비공정 제조, 자동화설비 설계, 디스플레이·에너지 산업 분야 공정장비 개발·제조 사업을 하는 자회사 이큐셀, 케이아이티 등을 포함한 지난해 기준 매출 규모는 2696억 원이다. 현재까지는 유류도소매업이 매출의 절반(53.4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날 주가는 30% 폭락한 1155원을 기록했다. 

1994년 설립된 이트론은 서버, 스토리지, 가상화솔루션 등 IT 관련 사업을 한다. 주요 제품으로는 리노티 서버, 후지쯔 서버, LG히다찌스토리지, IoT 솔루션, 클라우드 가상화 솔루션 등이 있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매출은 552억 원으로, 서버와 스토리지 사업 비중이 81%다. 이아디가 지분 8.70%를 가진 최대 주주다.

김 회장은 이번으로 세 번째 검찰의 수사표적이 됐다. 김 회장은 은행원 출신으로 서울 명동에서 사채업을 하면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이 된 인물이다. 김 회장은 2001년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처음 드러났다. 이용호 게이트는 이용호 전 G&G그룹 회장이 주가 조작으로 수백억 원대 시세차익을 챙긴 사건이다. 이용호 게이트의 배후로 지목된 김 회장은 대검찰청의 수사가 시작된 2001년 9월 잠적했다 4개월여 만인 2002년 1월 체포됐다. 김 회장은 2년6개월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5년 출소한 뒤 모든 자산을 차명으로 돌리고 자취를 감췄다.

2015년 이화전기공업 실소유주로 지목된 김 회장은 주가조작 등 혐의로 또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됐다. 이때도 김 회장은 3개월여 간 도피 끝에 체포됐고, 2018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형을 최종 선고받았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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