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곡물협정' 2개월 연장...CBOT 밀선물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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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곡물협정' 2개월 연장...CBOT 밀선물 3.4%↓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05.1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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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곡물협정'을 오는 7월18일까지 2개월 추가 연장에 합의했다. 이로써 앞으로 미콜라이우와 올비아항에 발이 묶여 있는 우크라이나산 옥수수와 밀 등 곡물을 선적한 선박들이 흑해 항로를 통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흑해곡물협정 덕분에 지난해 8월 이후 1000여 척의 선박이 3020만t의 곡물을 해외로 공급할 수 있었을 만큼 국제 곡물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협정 추가 연장으로 미국 곡물선물 시장인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의 밀 선물가격은 3.4% 하락했다.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싣고 흑해항로를 통과하려는 BC바네사호가 튀르키예 이스탄불항에서 흑해곡물협정 이행을 총괄하는 합동조정센터(JCC)의 검사를 받기 위해 정박해 있다. 이 선박은 유엔이 용선한 화물선으로 곡물 3만 t을 싣고 아프가니스탄으로 가고 있다. 사진=유엔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싣고 흑해항로를 통과하려는 BC바네사호가 튀르키예 이스탄불항에서 흑해곡물협정 이행을 총괄하는 합동조정센터(JCC)의 검사를 받기 위해 정박해 있다. 이 선박은 유엔이 용선한 화물선으로 곡물 3만 t을 싣고 아프가니스탄으로 가고 있다. 사진=유엔

CNBC와 유엔은 협상을 중재해온 튀르키예가 흑해곡물협정 시한 만료 하루를 앞둔 17일(이하 현지시각) 추가연장을 발표했다고 전했다.흑해곡물협정을 중재해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 사실을 발표했고 러시아 외무부의 마리아 자하로바와 우크라이나 인프라부의 올렉산드르 쿠바르코브 농업부 장관 겸 부총리도 흑해 곡물 협정 추가 연장 합의를 확인했다.

농산물 전문 매체 애그리센서와 패스트마켓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집권 정의개발당(AKP) 의원 대상 연설에서 "우리나라(튀르키예)의 노력, 러시아 친구들의 지원, 우크라이나 친구들의 헌신 덕분에 (흑해 곡물) 협정의 2개월 추가 연장이 결정됐다"고 발표했고 트위터 계정으로도 이 사실을 알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튀르키예,유엔 등 관련 당사자들은 앞으로 합의의 모든 조건 충족을 위한 작업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토니오 쿠테헤스 유엔사무총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흑해협정에 60일간 또 참여하겠다는 러시아연방의 확인을 환영한다"면서 "가장 암울한 시간에도 만인에게 혜택을 주는 해결책을 찾으려는 희망과 기회의 등대가 있다"고 적었다.  구테흐스 총장은 유엔에서 기자들을 만나 "흑해 (곡물) 협정과, 이에 병행하는 유엔과 러시아연방 사이 양해 각서가 명확하게 체결됐다"고 언론에 밝혔다. 그는"이 같은 합의는 글로벌 식량 안보에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상품(농산물)들은 세계를 먹여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토니오 쿠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사진=쿠테헤스 트위터 캡쳐
안토니오 쿠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사진=쿠테헤스 트위터 캡쳐

곡물협정 연장 소식에 선물시장에서 곡물 가격은 내렸다.CBOT에서 밀 선물라격은 3.4% 내렸다. 7월 인도 연질 적색겨울밀(WN3)은 전날에 비해 22센트 내린 부셸당 6.25달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에는 6.16달러로 3일 이후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캔자스시티선물거래소(K.C.)의 7월 인도 경질 적색 겨울밀(KWN3)은 9.75센트 내린 부셸당 8.85달러, 미네아폴리아선물시장(MGEX)의  7월 인도 봄밀(MWEN3)은 19센트 하락한 부셸당 8.59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지난주 내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튀르키예와 유엔 중재에 따라 협정 연장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해 7월 체결된 흑해곡물협정은 18일 만료될 예정이었다. 협정이 추가로 연장되지 않을 경우 세계 식료품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세계 주요 밀·옥수수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는 흑해 항로에 곡물을 실은 배를 더 이상 보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 연장으로 지난해 2월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가 흑해 항로를 봉쇄하면서 우크라이나 항구에 발이 묶인 선박들이 우크라이나를 떠날 수 있게 됐다. 애그리센서스에 따르면, 전쟁 발발후 지금까지 미콜라이우와 올비아항에서 꼼짝달싹도 하지 못하고 있는 선박은 10척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곡물 수출 5위 안에 드는 우크라이나는 곡물수출의 90%를 흑해 주요 항구를 통해 해왔다.

지난해 7월 체결된 흑해곡물협정 대상에는 우크라이나산 농산물뿐 아니라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도 포함된다. 러시아 측은 서방의 제재 탓에 자국 상품의 수출은 제약을 받고 있다며 관련 규제를 풀 것을 요구해왔다. 러시아 외무부는 요구 사항을 5개 항목으로 정리해 지난달 발표했다. 이는 러시아농업은행의 국제은행간금융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복귀, 농업 기계과 부품 공급 재개, 보험과 재보험 관련 제재 해제, 러시아산 비료 수출을 위한 암모니아 수송관의 우크라이나 구간 재개통, 러시아 농업·비료 관련 기업들의 해외 자산 동결 해제다. 이 가운데 어떤 사항들이, 얼마나 이번 추가 연장 합의 조건에 반영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쿠브라코프 부총리는 페이스북에 "우리는 곡물협정의 지속을 환영하지만, 그것이 효과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면서 "우리는 협력국들이 세계 식량 안보를 위해 곡물 거래가 안전하게 이행되고 러시아가 식량을 무기로 사용하고 협박하는 것을 멈추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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