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비테라, 미국 번지 합병 논의 중...ABCD 체제 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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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비테라, 미국 번지 합병 논의 중...ABCD 체제 깰까?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3.05.2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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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농산물 중개회사 비테라가 미국 경쟁업체인 번지와 합병을 논의하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카길과 아쳐대니얼스미들랜드(ADM)를 위협할 거대 농산물 중개회사 탄생한다.비테라는 스위스계 다국적 원자재 중개회사 글렌코어가 지분을 소유한 곡물 중개회사다. 비테라는 2017년에도 번지를 인수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이번에는 성공할지에 농산물 업계와 투자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세계 농산물 시장은 미국의 ADM, 번지(Bunge),카길(Cargill), 루이드레퓌스(Louis Dreyfus Co) 등 농산물 중개기업 'ABCD'가 장악하고 있다. 

글렌코어의 농산물 자회사인 비테라의 곡물 저장 사일로. 사진=비테라
글렌코어의 농산물 자회사인 비테라의 곡물 저장 사일로. 사진=비테라

로이터통신은 25일(현지시각) 이 문제를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양측은 합병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비테라가 합병 조건에 대한 합의에 도달할 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앞서 블룸버그가 베티라와 번지간 합병논의를 먼저 보도했다. 양측은 각자 합병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본사를 둔 번지의 주식은 92.89달러에 거래됐으며 시가총액은 약 140억 달러를 기록했다.  

비테라는 앞서 2017년에도 번지를 인수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당시 비테라는 '글렌코어 애그리컬쳐'로 알려져 있었으며 번지의 당시 시가총액은 110억 달러였다.

US뉴스에 따르면, 번지는 지난해 브라질 옥수수와 대두 최대 수출업체였고 비테라는 옥수수 3위, 대두는 7위 수출업체였다. 

번지 로고. 사진=번지
번지 로고. 사진=번지

번지의 그레그 헤크만 최고경영자(CEO)는 2019년 취임한 이후 실적이 부진한 자산을 매각하고 회사를 농산물 중개회사에서 식용유의 제왕으로 변신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번지는 콩(대두)에서 카놀라와 해바라기씨앗을 식용유와 사료용 박으로 가공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분쇄 시설과 가공 시설을 보유한 기업이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세계 상품시장은 혼란에 빠지고 곡물가격은 상승했으며 공급은 줄었다. 이는 곡물을 비롯한 농산물을 매수, 유통, 판매하는 농산물 중개회사에겐 새로운 선택지를 열어주고 있다.

번지도 예외는 아니다. 헤크만은 올해 초에 한 인터뷰에서 "주주에게 밝힌대로 모든 게 테이블 위에 올라 있다"면서 "우리는 우리가 가진 약점을 채우고 강점을 강화하는 게 이치에 닿는 산업을 계속 통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렌코어도 비테라를 통해 농산물 사업을 키워 전세계 농산물 중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ABCD체재를 깨려고 시도하고 있다. 글렌코어는 2012년 비테라를 61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캐나다와 호주의 곡물자산을 확보했다. 글렌코어는 4년 뒤 자산의 약 절반을 캐나다 연기금투자위원회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투자운용공사에 매각했고 지난해에는 미국 사업에 주력하는 곡물 중개회사 가빌론(Gavilon)을 일본 마루베니상사에서 11억 달러에 인수했다.

번지의 매출액이 지난해 672억 달러였는데 비테라와 번지가 합병한다면 매출액 1020억 달러인 ADM을 위협하는 농산물 중개회사가 탄생한다.글렌코어의 브라질 시장 지배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번지는 지난해 브라질의 옥수수와 대두를 가장 많이 수출한 업체이고 비테라는 옥수수 3위, 대두 7위 수출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글렌코어가 비테라와 번지 합병을 통해 ABCD의 전 세계 농산물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깨뜨릴지 주목된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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