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 ‘0명대’ 시대 근본 해결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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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출산율 ‘0명대’ 시대 근본 해결책은?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0.03.0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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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 세계 경제 활동이 위축되는 등 암울한 소식만 들린다. 

국내에선 연일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빨리 중국인 유입을 차단했어야 한다는 게비판의 골자다. 청와대는 "실이익 없다"는 등의 이유로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구하는 국민 요구를 거부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가장 최근의 예이다.

출생아수와 합계출산율 추이. 사진=통계청
출생아수와 합계출산율 추이. 사진=통계청

이런 예는 한둘이 아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도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는 저출산대책도 그중 하나이며 더 심각한 문제지만 별로 신경을 안 쓰는 문제다. 정부는 최근 10여 년간 무려 200조 원에 가까운 재정을 투입했음에도 합계출산율이 2년 연속 0명대로 떨어진 것이다. 정부가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효곽 없다는 뜻이다.  

지난달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인구동향조사'(잠정)의 내용은 참으로 참담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이 0.92명이라는 것이다. 역대 최저다. 사상 처음 1명 아래로 내려간 2018년의 0.98명보다도 더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은 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지난해 수치는 가임 여성들이 이제 평생 애를 채 한 명도 낳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1명으로 유지된다고 해도 한 세대인 30년 뒤에는 현재 태어나는 출생아의 절반만 태어난다.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는 신호탄이 쏘아올려진 셈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30만3100명이었는데 30년 뒤에는 15만 명 정도 태어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 통계는 정부가 2006년부터 1∼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추진했는데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지난해까지 무려 185조 원을 저출산에 대응한 사업비 등으로 사용했는데도 이런 결과를 손에 쥐니 도대체 사업을 어떻게 했길래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하는 따가운 질책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2006∼2010년 1차 기본계획 때는 20조 원, 2011∼2015년 2차 기본계획 때는 61조 원을 사용했다. 이어 2016∼2020년에 걸쳐 추진 중인 3차 기본계획에는 지난해까지 무려 104조 원이 투입됐다. 쉽게 말해 돈을 물쓰듯 했다. 

14년간 투입된 185조 원은 '초슈퍼'라는 올해 정부 예산 512조 원의 3분의 1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규모인데 합계출산율은 2006년 1.13명보다 오히려 0.21명 하락했으니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못하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것, 여성의 권리 신장에 따른 사회진출 증가로 임신과 출산을 꺼리는 것 등이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왜 결혼을 못하고 하지 않으며 출산을 기피하는지 그 원인을 천착했어야 했다.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 집값과 교육비가 근본 원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서울 근교에 신도시를 수도 없이 건설했지만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사교육을 없앤다고 했지만 사교육은 번성하고 있다. 공교육은 무너진지 오래다. 학원비가 수십만 원이 든다. 자녀 두 명이면 평균 200만 원이 든다는 가장의 하소연이 적지 않다.

대학 등록금 부담도 한 몫을 했다.어렵사리 대학에 들어가도 해마다 치솟는 등록금 탓에 많은 대학생들이 빚을 지고 대학을 졸업한다.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도 다가 아니다. 그야말로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고액 연봉을 주는 30대 그룹 100대 기업 들어가기는 더더욱 그렇다. 들어가더라도 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대기업에 들어간다고 해도 부부가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서울시내는 물론 수도권의 아파트 전세값을 마련하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공무원 시험에 수많은 수험생이 몰린다. 그러나 이 또한 근본 대책이 아니다. 초봉은 박하다. 근로여건이 좋지 않은 공무원 직종도 있다. 이러니 누가 쉽게 결혼을 결심하고 임신과 출산, 육아를 감히 하려할까?

높은 연봉을 주는 안정된 일자리는 갈수록 씨가 마르고 있다. 정부의 재벌 규제 정책은 재벌의 규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 위축, 일자리 감소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이런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의지도 없는 것 같다.

집값이 오르는 것은 수요와 공급 원리에 따른 것이지만 경기부양을 이유로 저금리 정책을 편 탓도 크다. 돈이 풀렸으니 물가가 올라가는 것은 자연스런 이치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리 돈을 풀고 청춘 남녀들에게 결혼하고 애를 낳으라고 등을 떠밀어도 안 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정부는 올해부터 인구 자연감소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는 말만 하지 말고 인구문제를 경제문제로 보고 접근해서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간 지나 인구가 줄면 아파트값이 내리고 교육비가 하락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합계출산율 하락 문제는 사회 문제가 아닌 경제문제다. 일자리 창출, 부동산 가격 안정, 교육비 안정이 해결을 위한 근본 열쇠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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