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윳값 급등에 물가 3.4%급등…한은 금리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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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윳값 급등에 물가 3.4%급등…한은 금리인상?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3.09.05 0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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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2.3%→ 3.4% 급등

석윳값 급등에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만에 다시 3%대를 나타냈다. 전문가 예상치 2.9%를 웃돈다. 소비자물가는 물론, 변동성이 심한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생활물가 등 거의 모든 물가가 3%대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국제유가 급등에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다시 급등한 데다 폭우와 폭염으로 농축수산물 가격까지 오른 결과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문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근원물가에는 큰 변동이 없는 만큼 10월부터 다시 물가상승률이 2%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석유 제품가격과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3.4% 급등했다. 사진=박준환 기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석유 제품가격과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3.4% 급등했다. 사진=박준환 기자

5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33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4%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구성하는 농축수산물, 공업제품, 전기·가스·수도, 서비스 등이 모두 오른 결과다. 7월에 비해서는 1.0% 뛰었다.

8월 물가상승률은 7월(2.3%)보다는 1.1%포트 높았다.지난 6월과 7월 물가 상승률은 각각 2.7%, 2.3%였다.따라서 석 달 만에 다시 3%대로 돌아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에 도달한 이후부터 하향세를 그려왔지만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8월 5.7%로 내린 뒤 올 1월에는 5.2%로 내려왔다. 지난 7월에는 2.3%로 2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그런데 지난달 23년여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소비자물가는 다시 3%대 중반인 지난 4~5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2023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 사진=통계청
2023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 사진=통계청

8월 물가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 석유류 제품 가격 상승이 꼽힌다. 석유류는 전년 대비 11.0% 내렸는데 전달 하락 폭(-25.4%)보다 대폭 줄었다. 그만큼 많이 올랐다는 뜻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석유류 가격 하락 폭이 둔화하자 기저효과가 사라진 결과로 볼 수 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 상승 폭이 2.3%에서 3.4%로 오르는데 석유류가 (상승분의) 약 80%를 차지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집중호우 등 기상 여건 악화도 물가를 자극했다.농축수산물은 2.7% 상승했다. 특히 농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5.4% 상승했다. 일조량과 강수량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과(30.5%), 수박(18.6%), 복숭아(23.8%) 등의 가격이 많이 올랐다. 고구마(22.0%)와 고등어(9.7%) 등의 상승 폭도 컸다.

이 영향으로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비중이 큰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7월 1.8%에서 지난달 3.9% 급등했다. 상승폭은 4.4% 오른  지난 3월 이후 최대 수준이다. 생활물가지수에서도 식품지수상승률이 4.7%로 식품이외지수상승률(3.3%)보다 높았다.

신선어개와 채소, 과실 등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 역시 전월 대비 9.9%, 전년 동월 대비 5.6% 올랐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9% 상승했고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지수도 3.3% 상승했다.둘 다 전달과 비교해서는 오름폭이 같았다. 근원물가에 큰 변화가 없다고 당국이 보는 이유다.김 심의관은 "통화정책 측면에서 근원물가가 중요한데 근원물가가 7월과 동일해 물가 상승이 크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긍정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8월 물가상승분의 대부분을 차지한 석유류 가격이 빠르게 안정세에 접어들지는 미지수여서 9월 물가 역시 안정되기를 낙관할 수 없다. 국제유가는 산유국들의 감산 정책으로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달 24일 이후 연일 상승하면서 배럴당 85달러를 돌파했다. 또 영국 ICE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도 최근 88달러를 넘었다.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배럴당 89달러로 90달러선에 바짝 다가섰다. 두바이유의 경우 지난 5월 배럴당 73~75달러 수준이었지만 이후 지속 상승해 7월 80달러를 넘었고, 최근에는 85~89달러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는 2~3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제품 가격에 반영된다. 이에 따라 9월에도 소비자물가는 3%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이목이 집중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4·5·7월에 이어 8월 24일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했다.가계 부채의 급격한 증가, 중국의 부동산발 리스크, 경기불확실성 등을 감안한 조치였다. 한은은 금리 추가인상은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를 점검하며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신한투자증권의 김찬희 연구원은 "소비자물가 반등이 원화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김찬희 연구원은 "물가가 반등한 점은 한은의 통화 긴축 명분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물가 반등으로 한은이 금리를 인상한다는 시장의 내러티브가 형성되면 원화강세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아직 그런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 연구원은 한은이 대외 통화정책에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있다면서 중국의 경제 상황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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