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거래일 만에 860억 달러 허공에 날린 워런 버핏, 장기 투자 전략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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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거래일 만에 860억 달러 허공에 날린 워런 버핏, 장기 투자 전략 통할까?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0.03.21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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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급락에 단기 평가손실 불가피.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것인가?"

'오마하의 현인' '투자의 귀재' 소리를 들어온 워런 버핏(Warren Buffet)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최근 미국 주식시장 지수 급락으로 엄청난 평가손실을 입어 이런 말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말은 그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것 같다. 이번에도 버핏은 거액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 사진=CNBC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 사진=CNBC

미국 금융투자자문회사 더 모틀리 풀(The Motley Fool)은 지난 19일(현지시간)워런 버핏의 장기투자가 지금 같은 폭락장에서 단기로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지만 장기로는 충분한 보상을 안겨다 준다고  주장했다.  

버핏의 가치 있는 주식을 '사서 묻어두는' 전략은 지금처럼 심각한 폭락장에서는 단기로는 큰 손실을 보는 게 불가피하지만 결국 빛을 발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2월 19일 사상최고치로 마감한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3월 12일 이른바 '블랙 서스데이' 폭락장까지 불과 16거래일 만에 27% 가까이 급락했다.

'오마하의 현인' 버핏도 상당한 타격을 받았을 것이 틀림없다.

주식시장이 요동치기 전 버크셔해서웨이는 52개 종목을 보유했고, 평가금액은 2570억 달러 수준이었다.

그러나 3월 12일 종가 기준으로 버크셔 보유 종목 평가액은 1730억 달러로 급감했다. 860억달러가 허공에 사라진 것이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버크셔 보유 최대 종목인 애플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를 보자.  

애플은 S&P500 지수가 사상최고 수준이던 당시 버크셔 포트폴리오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31%였다. 금액으로는 793억달러나 된다. 그런데 '블랙 서스데이'를 맞아 버크셔가 보유한 애플 지분 평가액은 609억달러로 감소했다.

애플은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붕괴와 중국 매출 둔화의 타격을 받았다.

BofA 지분도 같은 길을 걸었다. 보유지분 평가액이 같은 기간 319억달러에서 190억달러로 급감했다. BofA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에 따른 예대마진 축소와 실적 저하 전망이 발목을 잡았다.

애플과 BofA 평가손실은  버크셔해서웨이 전체 평가손실 규모 860억달러의 3분의 1에 조금 못미치는 313억 달러에 이른다.

낙폭으로 따지면 버크셔해서웨이가 보유한 항공사 주식만큼 많이 빠진 종목도 없다. 아메리칸항공그룹(AA)은 16거래일 동안 53% 폭락했다. 

석유업종도 마찬가지다. 버크셔가 보유한 옥시텐털 주가는 무려 70% 쪼그라들었다. 옥시텐털은 배당을 86% 줄였고, 자본지출도 대거 축소했다. 버핏이 투자한 실패 사례로 꼽히고도 남을 수치다.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총장의 워런 버핏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더모틀리풀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총장의 워런 버핏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더모틀리풀

그럼에도 버핏은 패닉에 빠져 있지 않다. 단기의 손실을 장기의 이득으로 돌리는 마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280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보유현금이 마법을 가능하게 해주는 비법이다.

버핏은 그동안 주가 급등으로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아져 사들일 기업이 마땅히 업다고 밝혀왔다. 이제 주가 폭락으로 훌륭한 사냥감을 찾아 다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버핏은 1987년 10월의 블랙먼데이, 2000년대 닷컴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대공황으로 주가가 폭락할 때마다 대규모 투자로 장기성장의 토대를 닦았고, 이번 코로나19 폭락장에서도 같은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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