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160엔 시대, '일학개미 악소리 vs 여행객은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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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160엔 시대, '일학개미 악소리 vs 여행객은 환호'
  • 이수영 기자
  • 승인 2024.04.3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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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증권, 추가 상승 가능성 제시...당국 실개입 없을 시 1차 저항선 160엔, 2차 170엔 제시

1달러=160엔인 '슈퍼 엔저'가 지속하고 있다. 엔화로 미국 국채 투자에 나선 투자자(일학개미)들의 고심이 골에 빠졌다.  채권 가격 상승과 환차익 모두 챙기려고 투자에 나섰는데 모든 게 비틀어졌다. 반면, 일본 여행객은 엔저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엔달러 환율이 계속 오를 것이라며 1차 저항선을 달러당 160엔, 2차 저항선을 170엔으로 보고 있다. 

일본 엔화 가치가 급락해 29일 장중 달러당 160엔을 돌파했다. 사진은 일본 엔화 지폐. 사진=CNews DB
일본 엔화 가치가 급락해 29일 장중 달러당 160엔을 돌파했다. 사진은 일본 엔화 지폐. 사진=CNews DB

일본 경제매체 니혼게이자이와 재팬타임스 등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29일 오전 한때  달러당 160.03엔까지 치솟았다.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넘어선 것은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이다. 엔달러 환율은 올해 1월 2일만 해도 140엔대 수준이었으나 가파르게 오름세를 이어갔다. 2월엔 달러당  150엔을 돌파한 데 이어 4월 말에 결국 160엔을 넘어선 것이다.

'수퍼 엔저'를 촉진한 것은 일본 중앙은행이 25~2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것이 꼽힌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26일 금융정책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엔저가)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에 미치는 큰 영향은 없다"고 말해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당시 일본 금융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엔저를 이유로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일은 없다고 공언한 것'이라는 해석이 다수였다.

칸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 칸다 재무관은 30일 "일본 외환당국은 하루중 언제라도 외횐활동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외환시장에 대한 구두개입을 단행했다. 사진=유서프(Yusuf) 엑스(옛 트위터) 캡쳐
칸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 칸다 재무관은 30일 "일본 외환당국은 하루중 언제라도 외횐활동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외환시장에 대한 구두개입을 단행했다. 사진=유서프(Yusuf) 엑스(옛 트위터) 캡쳐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30일 "일본 외환 당국이 하루 중 언제라도 외환 활동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구두개입했다. 그의 발언은 재무부의 외환 시장 개입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추측 속에서 나온 것이다. 전날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최고 160.245엔까지 올랐
다가 154.40엔으로 급락하면서 미국 경제신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외환당국이 개입했다고 보도하는 등 외환당국 개입설이 무성했다. 

칸다 재무관은 "런던, 뉴욕, 웰링턴 등 주요 금융 중심지의 거래 시간 동안 외환 시장 움직임에 대응하여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칸다 재무관은 "정부는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계속 취하고  G7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정한 국제 틀 아래서 외환의 움직임에 대응할 것"이라는 원론 수준의 발언을 되풀이했다.

엔달러 환율 상승은 일본에서는 수입물가 상승에 이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을 통해 디플레이션(저성장 속 물가하락)을 탈출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일본 수출 기업들의 수출 가격경쟁력 제고, 일본 관광객 유입에 따른 관광 소득 증가 등의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수퍼 엔저는 한국에도 영향을 준다. 우선 투자자들에게는 큰 손실을 줄 수 있다. 환차익을 노리고 일본 주식시장에 뛰어들었거나 엔화로 미국 채권시장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엔저로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10년물 금리는 4.7%까지 올랐다.

한국내 투자자들의 손해가 큰 종목으로는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 만기 엔화 헤지(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상장지수펀드(ETF)'가 거론된다. 이 ETF는 엔화로 만기 20년 이상의 미국 초장기채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엔화로 미국 중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환헤지(위험분산) ETF다. 미국 국채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가격 상승과 엔화 반등에 따른 환차익을 노린 자금이 유입됐다는 게 금융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최근 한 주(4월22일~26일)동안에도 일학개미들 해당 ETF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일주일 새 총 1220만 8470달러(약 170억 원)의 투자자금이 몰렸다. 이 ETF는 올들어 26일까지 14.78%의 손실을 기록했다.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내의 유명한 베이커리 전경.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말 촬영했다. 사진=박태정 기자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내의 유명한 베이커리 전경.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말 촬영했다. 사진=박태정 기자

반면, 일본으로 가는 한국 여행객은 엔저의 수혜를 볼 수 있다. 지난해 일본을 두 차례 여행을 했고 일본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A씨(57.여)는 "엔화가 약세를 보일 때마다 꾸준히 엔화를 사들였다"면서 "최근 엔화약세를 이용해 매수규모를 늘렸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와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2507만 명이며 이 중 한국 관광객은 가장 많은 696만 명으로 전체의 27.8%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 관광객(232만 명)의 세 배다.

투자업계에서는 당분간 엔화 약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이 엔화 가치 급락에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는 동시에 일본 정부 역시 구두개입 이외에 적극적인 실개입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점이 최근 엔화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일본은행의 정책 부재 시 엔달러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퍼 엔저'를 막을 유일한 대책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뿐이라는 주장이 설드력을 얻고 있다. 문제는 Fed가 중시하는 물가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예상을 웃돌면서 오는 6월부터 세 차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9월부터 두 차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은 물론, 심지어 11월로 금리인하 시기가 후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러니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엔화 약세는 또 원화 약세를 동반해 강달러 현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문다운 연구원은 "이미 달러당 155엔이라는 단기 저항선을 돌파해 상승세가 가속화한 이상 다음 마땅한 저항선을 찾을 때까지 추가 상승 가능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면서 "엔달가 한 달 사이 150엔에서 158엔으로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당국의 실개입이 없는 이상 유의미한 저항선은 1차 160엔, 2차 170엔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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