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군 개암사 동자승,무엇을 바라보았을? 해탈했을까?
오늘은 석가탄산일입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를 창을 보다 문득 개암사를 찾은 기억이 났습니다. 페이스북을 찾아보니 그 때 사진이 있더군요. 지난 2018년 5월5~6일이었습니다. 그날도 가랑비가 내렸습니다. 6년의 세월이 정말 빨리 지나갔습니다.
전북 부안군에 있는 개암사는 634년 삼국시대 백제의 승려 묘련이 창건한 고찰이라고 합니다. 1300여년의 긴 역사를 자랑하는 조계종 본사인 선운사의 말사입니다.
당시 산채수묵회 회원들이 가는 대절 버스를 얻어타고 갔습니다. 인사동에서 출발했지요. 고속버스를 타면 군산에 내려 부안으로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승용차로 가면 네비게이션이 잘 안내하겠지요.
부암군과 변산반도를 구경하고 꽃들이 모두 진 4km 정도 되는 벚나무가 늘어선 진입로를 지나 우금산 품에 안긴 개암사를 찾았을 때 동자승 상의 해맑은 웃음은 마음을 깨끗이 하고 순하도록 한 것 같다는 기억이 납니다. 이 넓은 세상을 모른 채 산중에서 절간이 전부인 줄로 알아야 하는 그들의 운명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진 기억도 되살아났습니다.
그러나 훗날 해탈해 대승이 된다면 저의 생각이 어리석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무릇 큰 승려가 되려면 나태해지려는 자기 극복의 길을 제대로 걷는 게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다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공부에 정진하는 용맹함, 그 결과물이 해탈이 가져다주는 미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속인들이 스님에게서 배워야할 자세가 아닐까요.
세월이 흘렀지만 다시는 개암사를 찾지 못했습니다. 개암사를 지키는 '보리'가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인정이 그리운 듯 어슬렁거리며 제곁을 찾은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립니다.
세속의 번뇌를 깨고 해탈의 경지에 오르려는 용맹무쌍한 승려들의 세계에 있는 보리도 용맹정진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험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서 구도자가 되기를 갈구합니다.
개암사에는 2시간여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2시간 남짓 지났을까. 어떤 화가는 스케치만, 어떤 화가는 절반만, 또 어떤 화가는 거의 완성한 작품을 화구에 담아 내려왔습니다.
우람한 소나무와 나이먹은 은행나무를 휘감은 짙어가는 녹음 속에 개암사는 그대로 있겠지요.지금도 개암사의 풍경소리와 스님이 홀로 서서 두드리는 목탁소리가 청아하게 귓전에 울려퍼지는 듯합니다. 눈앞엔 적목련이 선합니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