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덮친 미국의 3월 셋째 주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328만건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이는 300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뜻이다.총 근로자의 약 2.25%가 실업수당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부는 26일(현지 시각) 3월 셋째 주(15~21일) 주간 실업수당 신청이 328만3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것이다. 직전 주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30만1000건이었다. 한 주 사이에 무려 10배 이상이 늘어난 것이다. 왜일까?
앞서 3월 첫째 주(1~7일)에는 21만1000건, 둘째 주(8~14일)에는 28만1000건이었다. 역대 미국의 최대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2차 오일쇼크 당시인 1982년의 69만5000건이었다고 미국 노동부는 설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65만건까지 늘어난 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코로나 발 미국 경제 침체가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중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주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급증한 이유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 당국이 이동제한·의무휴업 지시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레저·접객업·유통업을 중심으로 실직자가 급속하게 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한 곳에서만 실업수당 신청이 100만건 이상 늘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25일 “13일 이후 실업수당 청구가 100만건을 넘었다”고 밝혔다.
미국 노동부의 공식 발표 이전, 금융 전문가들은 3월 셋째 주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60만건에서 최대 200만 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인 일라이저 윙거 등은 지난 19일 60만~65만 건으로 추정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0만 건을 넘길 것이라 예측했다. 이런 관측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그만큼 코로나바이러스는 미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증거다.
미국 내 상당수 의료 전문가들은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취하고 있는 수준보다 더 강력한 수준의 이동 제한 등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에 대한 대응 수준을 높일수록 그에 상응해 미국의 실물 경제 타격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코로나 대응 태스크포스(TF)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심각도에 따라 지역별로 차등을 두는 ‘단계적 경제활동 정상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많은 생명을 구할수록 더 빨리 사람들을 일터와 학교, 일상으로 복귀시킬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많은 지역이 아마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전인 24일에는 “나는 부활절(4월 12일)까지는 이 나라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도록 열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상원은 이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위한 2조2000억 달러(약 27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 부양책이다. 법안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과 핵심 산업에 5000억 달러를 대출 형태로 지원하고, 일정 소득 이하 미국인들에게 1200달러씩 지원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오는 27일 하원 표결을 통과해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 법안은 곧바로 발효한다.
유진 스칼리아 노동부 장관은 이날 실업수당 청구건수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기대 못한 것은 아니다"면서 "상원이 간밤에 경기부양 패키지를 가결할 때 예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칼리아 장관은 "따라서 가능한 한 빨리 우리는 몇 주 전 누린 강력한 경제상태로 되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