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가 넉 달 연속으로 2%대 오름면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갔다.6월보다는 조금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과 유류세 인하분의 일부 환원으로 석유류 가격이 21개월 사이에 가장 크게 오른 데다 사과·배 등 과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체감물가는 고공행진을 했다. 정부와 물가당국은 추가 변수가 없다면 8월부터 2%대 초중반의 물가 둔화 흐름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13(2020년=100)으로 지난해 7월에 비해 2.6% 올랐다. 소비자물가는 1월 2.8% 상승한 뒤 2∼3월 3.1%로 상승했고 지난 4월(2.9%)부터 다시 2%대로 내려앉았다. 6월에는 2.4%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석유류가 많이 올랐다. 석유류는 지난달 8.4% 올라 2022년 10월(10.3%)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휘발유가 7.9% 올랐고 경유도 10.5% 상승했다. 유류세 인하 폭 축소와 국제유가 상승, 기저효과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됐다.
휘발유 유류세 인하 폭은 지난달 1일부터 25%에서 20%로 줄었다.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부탄의 인하 폭은 37%에서 30%로 축소됐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휘발윳값 전국평균은 지난달 5일 리터당 1696원에서 1711원으로 올라 1700원을 넘어섰고 경유는 1529원에서1548원을 기록하는 등 오름세를 보였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5.5% 상승했다. 축산물(2.2%)과 수산물(0.9%)의 물가 상승은 크지 않았지만, 농산물이 9.0% 상승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사과(39.6%) 등 과일 가격 강세도 계속됐다. 배 가격은 154.6% 올라 통계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달과 비교해서는 상추(57.2%)와 시금치(62.1%), 배추(27.3%) 등 채소류의 오름세도 두드러졌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폭우를 비롯한 기상 상황 영향으로 생육 주기가 짧은 채소류 가격이 전월보다 올랐다"고 설명했다.
외식 물가는 2.9%, 외식 제외 서비스 물가는 3.0% 각각 상승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관광이나 숙박 등을 중심으로 외식 제외 서비스 물가가 상승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기여도 측면에서는 석유류가 전체 물가를 0.32%포인트 끌어올렸고, 농·축·수산물도 0.41% 포인트 올린 요인으로 작용했다. 외식 제외 서비스 물가의 기여도는 0.59%포인트였다.
물가의 기조를 보여주는 근원물가 지수들은 2% 초반대에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갔다. 농산물과 석유류 제외 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2.1%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과 에너지 제외 지수는 2.2% 상승했다.
6월 2.8% 상승한 생활물가지수는 7월 3.0% 올라 상승세가 소폭 확대됐다. 식품 물가가 3.4% 올랐고 식품 이외 물가는 2.7% 상승했다. '밥상 물가'와 직결되는 신선식품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7.7% 상승했다. 신선어개(-1.0%)와 신선채소(-1.7%)는 떨어졌지만, 신선과실이 21.3% 올랐다.
정부는 8월부터 기상악화 등 일시적 요인이 해소되고, 추가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2%대 초중반 물가 둔화 흐름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했다.기재부 관계자는 "7월 들어 집중호우 등 기상 악화로 농산물 가격이 강세를 보였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류 가격도 올랐다"면서도 "변동성이 높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하면 근원물가는 2.2%로 안정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일 가격과 관련해서는 "7월부터 햇배와 햇사과가 나오고, 다른 제철 과일들의 작황도 좋아 점차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봤다.
정부는 "배추·무 비축 물량 방출과 할인 지원 등을 통해 농산물 수급 안정에 노력하겠다"면서 "원가 하락이 가격에 반영될 수 있도록 업계와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이날 김웅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8월부터 지난해 유가·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도 크게 작용하면서 다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