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업체는 기회다"
미국에서 수백개의 데이터센터가 건설되고 있는 가운데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에 따라 천연가스를 공급할 파이프라인 업체가 잠재 투자종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증설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태양광과 풍력만으로는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천연가스 발전에 따른 가스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것이다. '전기 먹는 하마' AI 붐 덕에 울상지은 천연가스 업계와 파이프라인 업계가 웃고 있는 모양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현재 미국에서 300개가 넘는 데이터센터가 건설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를 충당할 발전소에 LNG를 공급할 에너지 인프라업체로 킨더모건(Kinder Morgan), 에너지 트랜스퍼, 윌리엄스 컴퍼니, TC에너지 등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투자 은행 웰스 파고(Wells Fargo)가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증가세가 정체된 미국의 전력수요는 2030년까지 최대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AI 데이터 센터만으로도 2030년까지 미국에서 약 323테라와트시(TWh)의 전력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됐다.이는 뉴욕시의 현재 연간 전력 소비량인 48TWh보다 7배 더 많은 양이다.
AI 붐으로 IT 업체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데이터 센터에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력을 충당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태양열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 변화에 따라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전력회사들은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방향을 천연가스에 돌리고 있다. 천연가스 업계도 원유보다 가스가 더 선호되는 선택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 방송인 CNBC도 지난 5월 AI 붐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은 천연가스 수요의 급증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인프라 업체들이 주목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킨더모건은 미국 파이프라인의 40%인 13만km를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 인프라 업체다. 리처드 킨더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천연가스 수요가 2023년 하루 1080억세제곱피트(Bcf/d)에서 2030년까지 하루 200억 세제곱피트가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텍사스주의 전력시스템 운영기관인 ERCOT는 2030년까지 152기가와트(GW)의 발전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으며, 이는 2023년 85GW 대비 78% 증가한 수치다. ERCOT의 추정치는 지난해 추정한 111GW에서 상향된 것이다. 회사는 SNG 파이프라인의 용량을 12억 세제곱피트 확장할 계획으로 있는데 완료 시 동남부 지역의 발전 수요 충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전력 수요와 관련된 50억 Bcf/d 이상의 기회에 대한 상업적 논의가 진행 중이며, 이 중 16억 Bcf/d는 데이터센터향 수요라 언급했다.
에너지 트랜스퍼(Energy Transfer)는 미국 내 약 11만km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네트워크를 보유한 업체다. 다양한 규모의 데이터센터와 협의 중이며, 그 중 많은 곳에서 온사이트(On-site) 전력 생산을 요구하고 있기에 매우 좋은 기회가 펼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윌리엄스 컴퍼니(Williams Companies)는 미국 내 약 5만km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운영하는 회사다. 이 회사 역시 전례 없는 속도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동남부의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트랜스코(Transco) 16억 제곱피트를 확장할 계획이다.이 확장 프로젝트는 트랜스코에서 버지니아,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와 앨라배마를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앨런 암스토롱 CEO는 6일 투자자들에게 "급속도로 늘어나는 가스 공급 주문에 압도 당할 정도"라고 밝혔다.
TC에너지는 캐나다 기업으로 9만3000km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과 캐나다와 미국, 멕시코에 천연가스 저장고를 보유한 업체다. 이 회사 역시 최근 데이터센터가 통신 인프라보다는 에너지 인프라와의 근접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높은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온사이트 발전 시스템 구축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미국내에서 건설되는 데이터센터의 60% 이상이 TC Energy의 기존 파이프라인에서 80km 이내에 있어 TC 에녀너지와 시스템 연계, 시너지 창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CEO는 "북미 천연가스 수요가 강하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천연가스 수요는 2035년까지 하루 약 40억 제곱피트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나증권 윤재성 연구원은 "미국과 캐나다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업체의 데이터센터향 가스 공급 요청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파이프라인 업체들은 캐파를 확장할 계획을 밝히고 있고 운송량 또한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 연구원은 데이터센터에서도 온사이트 발전 수요가 증가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