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이나 더운 지난 12일 낮 기업을 방문하기 위해 청계천을 지났습니다. 시원한 물줄기를 보노라니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도 증발하는 듯 했습니다. 청계천으로 내려가 걷다보니 오리 한 마리가 혼자 있었습니다. 먹이활동을 하느라 가까이 다가가는 사람들의 낌새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청계천은 1980년대만 해도 콘크리트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콘크리트 판을 걷어내고 강을 정비한다음 한강 하류의 깨끗한 물을 끌어들여 동아일보 앞에서 내려보내면서 아름답고 깨끗한 '개천'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지금은 나모두 제법 우거지고 풀숲도 생겨서 물고기들과 물고기를 먹이로 하는 왜가리 등 새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물론 사람들도 많이 찾지요. 청계천 양쪽으로 난 길을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면서 추억을 쌓고 스트레스를 풀며 미래를 설계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사상을 체계화하는 등 그 효용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습니다.
이날도 많은 사람들이 이 오리 한 마리 사진을 찍느라 모여들었습니다. 아마도 오리의 눈에는 사람이 들어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저 맑은 물에 있는 먹이나 잡기에 안성맞춤인 청계천만이 있겠지요. 곧 무더위도 가고 습기가 사라지면 서늘한 바람이 불면서 청계천의 모습도 바뀌리라 생각합니다. 흐르는 물처럼 흐르는 세월과 시간이 모든 것을 바뀌어 놓을 것입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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