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을 원재료로 차량용 납축전지를 생산하는 세방전지가 하이브리드 차량용 고성능 축전지(AGM) 판매 증가와 전기차 시장 성장의 수혜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방전지는 '로케트' 배터리로 유명한 국내 납축전지 시장 1위를 달리는 기업으로 납축전지와 AGM을, 자회사인 세방리튬배터리는 배터리셀 업체(삼성SDI)에서 셀을 공급받아 배터리관리장치(BMS), 냉각장치 등을 추가한 후 배터리모듈(BMA)로 조립, 배터리팩 업체로 납품한다. 국내에서 납을 사용해 축전지를 생산하는 업체는 세방전지, 한국타이어 계열의 아트라스, 델코, 성우오토, 동아전지 등이 있다. 세방전지가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방전지는 지난 14일 발표한 반기보고서에서 2분기에 매출액 5196억 원, 영업이익 590억 원, 영업이익률 11.4%를 달성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31%,87%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3.4%포인트 상승했다. 2분기 실적은 경영계획과 실적 목표치를 초과한 것이다.
이는 매출의 85%를 차지하는 차량용 전지류 매출액이 55% 증가한 반면, 원재료 비용의 안정 덕분으로 풀이된다. 판매수량이 20% 증가하고 판매단가도 14% 상승한 결과였다. 평균 판매단가는 상반기 기준으로 7만2000원으로 2021년 5만 원대에 비해 꾸준히 상승했다. 고부가 AGM(Absorbent Glass Mat)전지의 비중 확대와 환율 상승 등의 영향이 컸다는 게 세방전지나 업계의 일치된 견해다.
반면, 원재료로 납원가(매출액의 41%)는 안정돼 있다. 상반기 기준 납원가는 t당 2121달러로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자회사 세방리튬배터리와 상신금속 매출도 각각 108%, 9% 증가하면서 연결 매출액 증가에 기여했다. 세방리튬배터리(지분율 92.07%)의 매출액은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한 883억, 상반기 누적으로는 117% 늘어난 1470억 원을 기록했다.
하나증권 송선재 연구원은 이날 세방전지에 대한 '기업분석' 보고서에서 "세방전지의 성장은 두 부문에서 나온다"고 분석했다.
우선 본사는 고성능 축전지인 AGM 성장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AGM 축전지는 유리섬유로 만든 분리판을 사용해 내부 저항을 낮추고 에너지 전달율을 높인 게 특징인 축전지로 기존 무보수 무누액형(MF) 납축전지에 비해 수명이 길고 충전속도가 2~4배 빠르는 등 성능이 뛰어나다.
세방전지 관계자는 "AGM배터리는 연료를 5~10% 절감하고 배터리 수명을 300% 연장한다"고 말했다.
가격대는 MF에 비해 2배 높지만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의 시동용으로 채택이 늘어나고 있다고 송선재 연구원은 분석했다. 특히 하이브리드 차량과 전기차의 공회전 방지장치(Idle Stop & Go) 장치에 필수 탑재되는 배터리다.
세방전지는 현재 400만 개의 AGM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연말까지 100만 개 증설을 하고 있다. 증설한 물량은 해외 판매후서비스(AS)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다. 내연 완성차(OE) 축전지에 비해 판가가 2배 수준이며 이익률은 1.5배 이상 높다. 그만큼 수익성이 좋다.
DS투자증권의 김수현 연구원은 앞서 지난 16일 "국내에서 차세대 시동용 전지인 AGM 수요가 지속되고, 기존 납축전지의 공급 부족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고 "원재료 가격 하락에도 수요 증가와 환율 효과에 따라 판매가가 상승하고, 자회사 세방리튬의 성장과 수익성 개선도 실적 성장을 뒷받침했다"고 덧붙였다.
세방리튬배터리도 쑥쑥 성장하고 있다. 배터리셀 업체(주로 삼성SDI)로부터 셀을 공급받아 BMS, 냉각장치 등을 추가한 후 배터리모듈(BMA)로 조립해 배터리팩 업체로 납품하는 회사다.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유럽 상용차 로 납품 물량이 증가해 매출액이 2022년 하반기 298억 원, 지난해 상반기 676억 원, 하반기 1104 억원, 올해 상반기 1470억원으로 증가했다.
전기차 수요가 다소 주춤하지만 추가 프로젝트의 수주에 힘입어 올해 연간 매출액은 3000억원 이상으로 2023년(1780억 원)의 두 배에 육박할 것이란 다소 성급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1952년에 설립된 세방전지는 '로케트' 브랜드를 앞세워 국내 축전지산업을 기술과 품질로 이끌고 있는 기업으로 정평나 있다. 부채비율이 49%에 불과하고 1800억 원 수준의 순 현금을 보유한 '알짜기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세방전지는 고부가 AGM 전지의 수요 증가에 맞춰 증설을 하고 있고 세방리튬배터리도 추가 수주 물량을 기반으로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윤 연구원은 평가했다.
윤재성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예상실적을 기준으로 P/E 8배 전후인데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성장에 따른 수혜를 감안할 때 저평가된 상태라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윤 연구원은 목표가를 제시하지 않았다.
김수현 연구원은 축전지 수요 지속과 자회사 성장세를 근거로 투자의견 '매수'에 목표주가를 15만 원에서 16만 원으로 상향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세방전지는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에 비해 10.77% 오른 9만9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1조 3972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실적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예상 평균치)는 매출액 2조 1410억 원, 영업이익 2370억 원, 순이익 2210억 원이다. DS투자증권은 연결기준 2조 1000억 원,영업이익 2370억 원을, 내년은 매출액 2조 5000억~6000억 원, 영업이익 3000억 원을 예상한다.
세방전지는 세방그룹의 26개 계열사중 하나다. 세방그룹은 지주회사인 세방(주) 아래에 편입돼 있다. 지배구조는 이상웅 회장→ 이앤에스글로벌(옛 세방하이테크)→ 세방(주)→ 세방전지→ 세방리튬 배터리 등 자회사로 이어진다.
이앤에스글로벌은 세방그룹 IT 전문 기업으로 이상웅 회장이 80%를 보유하는 기업이다. 이어 여동생인 이상희씨가 10%, 지주회사 세방(주)가 10%를 보유하고 있다.
세방전지의 주주는 지주회사인 세방 외 7인이 41.4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물류업체인 세방이 37.95%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고 이상웅 그룹 회장이 0.97%,이앤에스글로벌이 0.83%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세방의 주요주주는 이앤에스글로벌(18.53%), 이상웅 회장(17.99%)과 이상희씨(0.47%), 세방전지2.07%) 등이다.
이상웅 회장(66)은 1981년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니아 와튼스쿨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는 1990년 세방전지(주) 부사장으로 입사해 1999년 대표이사에 올랐고 2000년에는 세방의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으며 현재는 세방그룹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