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반도체·배터리 등의 원료로 쓰이는 준금속 '안티몬(antimony)' 수출 통제를 예고했다. 정부는 비축물량이 있고 수입처가 다변화돼 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에서 안티몬은 아연 등의 제련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된다. 안티몬은 불이 번지는 것을 막는 난연제 성분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납축전지극판 등 납 합금용 원료,주석합금, 특수유리제조, 안료, 야간투시경과 각종 탄약, 적외선 미사일과 핵무기 등의 생산에 쓰인다. 국내에선 고려아연,일성안티몬,대명케미칼 등이 생산하며 일본에선 일본정광이 주로 생산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관계 기관과 업계가 참석한 가운데 이승렬 산업정책실장 주재로 '산업 공급망 점검회의'를 열고 중국의 안티몬 수출통제 관련 업계 영향과 대응 방향 등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기획재정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배터리·정밀화학·전자·기계·반도체 등 업종별 협회,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공급망센터, 광해광업공단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산업부는 광업광해공단의 비축량이 80일 분으로 충분하고 수입처 다변화, 국내 생산 등 대응 역량을 충분히 갖춰 중국의 수출 통제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된다고 판단했다.
이는 중국 상무부와 세관인 해관총서가 15일 국가 안보와 이익을 수호하고 국제 핵확산 금지 등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다음달 15일부터 안티몬 수출통제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데 따른 대응 조치다.
중국은 안티몬 원광과 안티몬 금속, 안티몬 산화물과 초경질 재료 관련 특정 특성을 충족하는 6개 품목은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없게 했다.
중국의 안티몬 수출 통제는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르면 이달 말 대중국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통제를 발표할 것을 시사했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미국이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를 강화하자 국가 안보를 수호한다며 반도체 등에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통제했다.
미국 지질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글로벌 안티몬 생산량의 48%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안티몬 생산국이다. 이어 타지크스탄(25%), 튀르키예(7%), 미얀마(6%), 러시아(5%), 볼리비아(4%), 호주(3%)의 순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5920만 달러(약 800억 원) 규모의 안티몬을 수입했으며 중국 수입 의존도는 약 74%(4380만 달러) 에 이른다.
안티몬은 금속과 산화물로 나뉜다. 금속 안티몬은 국내에서도 생산하며 태국과 베트남 등으로 수입처가 다변화됐다. 올해 상반기 기준 수입 비중은 태국(59.8%)과 베트남(23.5%), 중국(16.2%) 순이다. 지난해에는 중국(37.8%), 태국(30.9%), 베트남(29%)였는데 중국 의존도가 크게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난연제용 안티몬 산화물은 중국 의존도가 높지만 중국이 수출통제를 예고한 안티몬 산화물이 순도 99.99% 이상이고 주로 사용되는 안티몬은 통제 사양 미만인 데다 대체 소재도 존재하는만큼 난연제 생산엔 차질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도체엔 극히 소량의 안티몬이 사용되는데 미국이나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내연기관차 납축전지 역시 영향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산업부는 중국의 수출통제는 수출금지가 아닌 수출허가 절차가 추가된 것으로 기존 갈륨, 흑연과같이 수출허가를 받아(법정시한 45일) 국내 수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중국 정부가 이번에 수출 통제 리스트에 함께 올린 초경질 소재 관련 품목도 미국, 일본 등에서 수입하거나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어 직접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렬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그동안 중국의 흑연, 갈륨, 게르마늄 등 수출 통제에도 해당 품목의 한국향 수출 허가는 정상적으로 발급돼 왔다"면서 "수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 부처·기관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중국 정부와도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