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시장에서 특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바로 유가는 내리고 금값이 오르는 현상이다. 이 둘의 탈 동조화 현상에 경기가 둔화로 방향을 바꾸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즉 원자재는 경기둔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김대준 연구원은 19일 투자전략 노트에서 "원자재가 경기둔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대준 연구원은 통상 국제유가와 금 가격은 경기 흐름에 영향을 받는 만큼 두 변수 관계에 따라 경기 둔화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일단 금값이 강한 이유는 달러 약세에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금값과 달러는 역의 상관성을 나타낸다.즉 달러가치가 오르면 금값은 내리고 반대로 달러가치가 내려가면 금값은 올라간다. 이는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금과 달러는 서로 경쟁하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전문 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유로와 엔 등 주요 6개 통화와 견준 미국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6일 102.41로 전날에 비해 0.05% 내렸다.102.41로 전날에 비해 0.05% 내렸다.
달러인덱스 기준 미국달러 가치는 지난 한달간 0.71% 하락한 것을 비롯, 석달간 2.06%, 1년간은 0.86% 각각 떨어졌다.달러약세가 금값에 상승동력을 제공했다고 해도 과하지 않은 대목이다.
8월 초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일시 심화되자 금 가격 상승세가 강해진 상황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기대까지 더해지자 금은 더욱 강세를 나타냈다. 지난 16일 종가 기준으로 온스당 2500달러에 거의 근접했다.
달러 약세는 금리 인하의 영향을 받았다. 미국 경제가 불안하면 미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려 대응한다. 기준금리 인하→국채금리 하락→달러 약세의 순환이 이어진다. 그 결과 경기 방어 특성을 가진 금값은 오르게 된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조가 본격화한다는 점에서 당분간 금 강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옳을 듯하다.
국제유가 역시 경기 흐름을 판단할 수 있는 측도다. 유가 역시 경기흐름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달러 가치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는 달러로 결제가 되는 만큼 달러와 유가는 서로 방향이 달라야 한다.
달러가치가 내려가면 유가는 올라가는 게 보통이었다.그런데 최근에는 달랐다.즉달러가치가 하락했는데도 유가는 오르지 않고 떨어진 것이다.유가와 달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왜일까! 유가결정에서 실제 수요 여부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다시말해 주요국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영향이다.
국제유가는 지난 16일(현지시각) 하락마감했다. 미국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 미국 서부 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에 비해 1.93%(1.51달러) 내린 배럴당 76.65달러에 마감했다. 같은시각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0월 인도 브렌트유는 1.68%(1.36달러) 떨어진 배럴당 79.68달러로 집계됐다.
우선 공급 측면에서 미국 원유재고가 늘어난 게 유가 약세를 자극했다. 미국도 드라이빙 시즌(휴가 운전 철)을 맞아 원유 수요가 늘면서 재고가 감소했다가 8월 둘째 주에 재고가 일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소비 둔화 가능성이 불거졌다.
원유 최대소비국인 중국 경기 부진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에서 원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은 유가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3분기 원유 수요와 관련해 중국 소비 분이 하루 1614만 배럴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전망이다.
중국 금융정보 제공업체 차이신(財新)이 발표한 7월 차이신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8로 전달(51.8)보다 크게 하락했다. 시장 전망치(51.5)를 밑돌았다.9개월 만에 처음 위축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기업 구매 담당자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는 PMI 통계는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로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을, 낮으면 경기 수축 국면을 의미한다.
김대준 연구원은 "매일 공개되는 상품가격을 통해 경기 모멘텀을 점검하면 경기는 확장보다 둔화에 좀 더 가깝다"면서 "주식시장이 경기 흐름과 일시 엇갈릴 수는 있지만 큰 방향은 같다는 점에서 시장 대응에 있어 방어 전술을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