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30원대로 급락했다.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가 높아져 달러가치가 하락 한 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전망, 선물시장에서 달러 롱 포지션(매수) 감소 등 3요소가 합작한 결과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초중반으로 내려간 만큼 원화의 저평가는 어느정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증권사들은 원달러 환율의 완만한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입물가 하락을 통한 국내 소비자물가 안정을 가져올 수 있지만 달러 표시 수출가격이 올라가는 만큼 우리나라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은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에 비해 1.73%(23.6원) 내린 1334원으로 장을 마쳤다. 장 초반인 오전 9시34분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1357.6원)보다 10.5원 내린 1347.1원에 거래되다 낙폭을 키웠다.
이날 환율 하락은 미국의 9월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 영향이라고 시장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미국의 7월 CPI(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에 비해 2.9% 오르면서 2021년 3월 이후 처음으로 2%대에 내려오자 금리 인하 예상이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100%로 반영하고 있다. 0.25%포인트 인하 예상은 75.5%이며, 0.5%포인트 인하 전망은 24.5%를 기록했다.
달러가치는 하락했다.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6개 통화와 견준 미국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이달 초 104선 중반에서 102선 중반으로 내려왔다.
이에 대해 원달러 환율이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 이벤트를 앞두고 1330원대로 급락하면서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신한투자증권의 김찬희 연구원 등은 20일 크게 3 가지 요인이 맞물려 환율이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우선 지난주 금요일(16일)부터 이날 장중까지 약 달러가 이어졌다. 미국 주택지표 부진으로 잭슨홀 회의(22~24일)에서 제롬 파월 의장의 비둘기파 발언 기대가 강화됐다고 김 책임연구원은 분석했다.
둘째는 한국은행이 22일 8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 전망으로 컨센서스가 형성돼 한미 양국간 통화정책 차별화 축소 가능성이 반영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셋째 코로나 이후 최대 수준(연초 이후 4조 2000억 원)으로 누적된 외국인 달러통화선물 롱포지션(매수)이14일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점을 들었다. 두 나라의 대형 통화정책 이벤트를 앞두고 1조 6000억 원 가까이 청산되면서 원달러 급락을 야기했다고 김찬희 연구원은 덧붙였다.
같은 증권사 하건형 연구원은 엔화에 이어 원화 약세 베팅 되돌려진 영향으로 연초 이후 달러화지수 대비 엔화와 원화의 상대 약세가 관찰됐다고 분석했다. 기저에는 아시아 통화 약세 베팅이 자리했다고 그는 평가했다. 엔화는 7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 회의 이후 엔 캐리 트레이드와 투기적 순매도 포지션 청산에 상대적 저평가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하건형 연구원은 원화 역시 연초 이후 누적된 원화 매도 포지션이 대부분 정리됐다고 평가했다. 하 연구원은 "연초 수준에 머물고 있는 달러화지수를 감안하면 원화는 여전히 3%대 저평가 구간이이지만 이는 주식시장의 자금 유출 압력이 잔존한 까닭"이라면서 "앞으로 달러화와 연동된 완만한 하락경로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추가 강세 모멘텀은 주식시장에서 불리한 수급 여건이 되돌려져야 하는데 단기로는 수출(제조업) 경기 피크아웃 경계가 잔존하는만큼 달러와 연동된 완만한 하락에 무게를 둔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도 원달러 환율의 완만한 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한투증권은 2분기 1371원을 보인 원달러 환율은 3분기 1365원, 4분기 1335원으로 연평균 1350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년에도 하락세가 이어지 1분기 평균 1310원, 2분기 1300원, 3분기 1280원, 4분기 1270원으로 연평균 1290원을 예상한다.
한투증권의 문다운 연구원도 이날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하까지 달러인덱스와 원달러 환율 하락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문다운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원화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를 자극하는 뚜렷한 이벤트 없이 높은 하방경직성과 함께 좀처럼 레벨을 낮추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드디어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달러 추격전을 전개하며 가파르게 레벨을 낮추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문 연구원은 "파월 의장의 스탠스를 확인하고 9월 FOMC까지 달러와 원달러 간 낙폭차이가 꾸준히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