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침체 악화와 제조업 활동 부진에 따른 수요 감소로 중국 철강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으며 중국의 저가 덤핑 수출로 세계 철강업계도 위기를 겪고 있다는 메이저 철강 생산업체들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 철강산업은 중국 건설시장 침체 장기화와 제조업 부진,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더 깊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광산업 전문 매체 마이닝닷컴에 따르면, 전세계 철강생산의 7%를 담당하는 세계 1위 철강 생산업체 중국 바오우철강그룹(Baowu Steel Group)의 우왕밍 회장은 반기 실적 보고회에서 경영진에게 "철강시장이 2008년과 2015년보다 더 심한 최악의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 회장은 "중국 철강 부문 여건은 예상보다 길고 추우며, 견디기 더 어려운 '거센 겨울'과 같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바오그룹은 현재의 침체 원인은 밝히지 않은채 직원들에게 현금 확보와 리스크 최소화하는 대응에 집중했다. 바오그룹은 "금융부문은 회사 자금조달 안전성 확보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체불과 위장거래 적발 등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바오그룹은 "길고 거친 겨울을 지나는 과정에서는 이익을 내는 것보다 현금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철강산업의 위기는 철강재 수요처인 주택 시장 침체 악화와 제조업 활동 부진이 그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철강재 원료인 철광석 가격은 2023년 5월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바오우철강그룹의 경고는 중국산 철강제품 덤핑 수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아이사와 유럽, 북미 철강업체들에게도 걱정거리를 던지고 있다. 마이닝닷컴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철강 수출은 약 1억t에 이르러 2016년 이후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산 저가 철강제품의 쇄도로 독일 철강업체 티센크루프는 실적이 급락했다고 밝혔다.
앞서 세계 2위 철강 생산업체인 아로셀로미탈( ArcelorMittal)은 이달 초 중국의 덤핑 수출 급증이 철강 가격 하락과 수요 감소로 이어져 중국뿐 아니라 세계 철강시장이 위기에 봉착했다고 질타했다. 한마디로 중국의 수출 증가가 전 세계 시장을 '지속불가능한 상태'로 빠뜨렸다는 것이다.
철광석 선물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철광석 선물 가격은 지난 16일 전날에 비해 3.4% 하띿한 1t당 95.20달러로 지난해 5월 이후 최저 수준에 이르렀다. 중국 칭다오항 수입 철광석 가격은 16일 t당 96.74달러로 내려갔다. 이는 2022년 11월25일 t당 96.29달러 이후 최저치다. 올해 최고가인 1월5일의 1t당 142.58달러에 비해 32% 이상 하락했다. 다롄상품거래소(DCE)의 1월 인도 철광석 선물 가격은 700위안(97.8달러)까지 하락했다.
하나증권 박성봉 연구원은 이에 대해 "철광석 가격 하락은 중국 최대 철강 생산지역인 허베이성 당산시의 조강 생산 통제가 곧 시행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된 결과라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탈탄소 목표 달성을 위해 지난 5월 올해 조강 생산을 통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동시에 중국 항만의 철광석 재고는 지난해 최고치를 웃돌고 있는 상황으로 철강업체들은 철광석을 현물 시장에서 구매하는 데 더욱 신중해질 수 밖에 없어 철광석 가격 하락은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라 판단된다고 박 연구원은 덧붙였다.
박 연구원은 "8월은 계절상 비수기로 철강 수요 가능성이 낮기 떄문에 단기로는 철광석 가격 추가 하락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철근 선물가격은 더 많이 떨어졌다. 상하이 철근 선물가격은 4% 이상 급락하면서 2017년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세계 철강시장 침체는 철광석을 수출하는 광산업체들에게는 매출 감소와 주가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안긴다. 호주 BHP 주가는 거의 3% 하락했다.
중국 철강산업은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8~2009년과 2015~2016년 극심한 침체를 경험했다. 당시 중국 철강산업은 중국 당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덕분에 살아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경제를 일신하려고 하는 만큼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통한 위기 극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제철소 감산, 합병과 구조조정, 해고를 통한 철강업계의 교통정리만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인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