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2일 기l준금리를 13번째로 동결했다. 기준금리를 3.50%로 묶고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했다. 집값이 다시 뛰고 가계대출이 늘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를 낮추면 자칫 부동산·금융시장 불안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에 만장일치 동결을 결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전문가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10월이나 11월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하반기 두 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연 3.50%)를 동결했다.이로써 기준금리는 13차례 연속 동결됐으며 연 3.50% 기준금리는 지난해 1월13일부터 이날까지 1년 7개월 9일 동안 이어지고 있다. 다음 금통위(10월11일)까지 생각하면 3.50%는 약 1년 9개월간 유지된다.
금통위는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추가 인하했다. 이후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 0.25%포인트 올리면서 통화정책의 키를 긴축 쪽으로 틀었다. 이어 같은 해 11월, 2022년 1·4·5·7·8·10·11월과 2023년 1월까지 0.25% 포인트씩 여덟 차례, 0.50% 포인트 두 차례 등 모두 3.00% 포인트 높아졌다.
금리 인하에 대한 정부·여당의 압박과 시장의 기대에도 금통위가 이날 다시 기준금리를 유지한 것은 불안한 부동산·금융시장 때문이다. 수도권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금융불안 우려에 만장일치 동결을 유지했다.
한은은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에서 "주택가격은 수도권에서는 거래량이 늘면서 상승폭이 확대됐으나 지방에서는 하락세가 이어졌다"면서 "가계대출은 주택관련대출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으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한 리스크는 잠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고 외환시장의 경계감도 남아있는 만큼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효과,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의 영향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주택(아파트·연립·단독주택) 매매가격지수는 6월보다 0.76% 올랐다. 2019년 12월(0.86%) 이후 4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가계대출 증가세도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4일 기준 719조9178억 원으로, 이달 들어 4조1795억원 더 불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동결 직후 "(통화정책 방향 전환 상황은 조성됐지만)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협 요인이 많아 언제 전환할지는 불확실하고,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한다든지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시그널(신호)을 줘서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금융통화위원 모두 공감했다"고 전했다.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들 간의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의 기대대로 9월 인하를 시작하면 한은은 이르면 10월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유영상 연구원은 "한은은 가계대출과 부동ㅅ한 가격 증가세가 둔화되는 시점에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전망"이라고 밝혔다. 유영상 연구원은 "최근 정부는 일련의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 가계대출과 부동산 가격 증가속도를 조절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냈는데 이런 정책효과가 빨리 나타난다면 10월 인하도 가능할 수 있으나 정책 시차 등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10월보다는 11월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