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둔화돼 통화정책 조정 시기가 도래했다고 밝혔다. 이는 2년반 이끌어온 '물가에 대한 전쟁' 종료와 '피벗(통화정책전환)' 개시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따라 9월 기준금리 인하설이 한층 더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은 물론 전세계 금융시장에서는 50bp 인하도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5.25~5.50%다.
제롬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전환의 유효성 재평가'라는 주제로 열린 잭슨홀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2%로 복귀할 것이라는 확신이 커졌으며 고용은 하강할 위험이 증가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 방향은 분명하며, 금리 인하와 속도는 추후 지표 등에 기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용시장 둔화는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Fed는 앞으로 고용시장 냉각에 더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특히 현 실업률이 4.3%로 역사상 낮지만 노동시장이 과열상태에서 상당 폭 냉각됐으며 노동시장 여건의 추가 냉각을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실업의 증가는 경기하강기의 전형적인 움직임처럼 해고의 증가에 따른 게 아니라 노동 공급의 상당한 증가와 과도한 고용 증가세의 정상적 둔화에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 그는 팬데믹 관련 수급 왜곡의 개선, Fed의 통화긴축에 의한 총수요 완화와 공급 개선, 기대 인플레이션의 안정을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은 지속성있게(sustainable) 2% 목표 물가에 복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피벗(통화정책전환)의 공식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기준금리 인하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시장은 9월부터 Fed가 금리인하를 개시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Fed는 코로나 팬데믹 부양책과 공급망 교란 등 충격 여파로 물가가 치솟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25∼5.50%로 높였다.
이날 잭슨홀 회의에서 참석한 다른 Fed인사들도 파월과 보조를 맞췄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더 둔화했다며, 첫 금리 인하를 조금 앞당기는 것이 적절할 수 있으며 당초 예상한 연내 1회 인하보다 더 공격적인 인하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총재는 "올해와 내년 기준금리를 여러 번 인하할 것이며 중요한 것은 금리인하 폭이 아니라 경로"라고 말했다.경기침체 우려에 대해서는 소비의 견고함에 일부 의문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활기가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9월 금리인하 폭은 8월 고용지표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특히 파월 의장이 '점진적'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은 것은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 CNBCS는 "시장은 Fed가 9월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할지 궁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ING는 8월 비농업고용이 10만명보다 적게 증가하고 실업률이 4.5%까지 오른다면 9월 금리인하 폭은 50bp(1bp=0.01%포인트)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고 캐피털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향후 회의에서 최소 25bp씩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공급 요인과 더불어 수요 측 인플레이션 요인 둔화 추세가 연장되고 있다"면서 "핵심 PCE 디플레이터가 3분기 중 2% 중반 이하로 안정될 가능성이 우세한 만큼 9월 FOMC 회의에서 25bp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말했다.하건형 연구위원은 "다만 9월 초에 발표되는 8월 고용지표에서 추가 고용시장 균열 확인될 가능성 배제하긴 어려워 50bp 인하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25bp 인하 확률을 65.5%로 반영하고 있다. 12월까지 100bp 인하 확률이 44%로 가장 높은 점도 전날과 다름이 없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