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SKI)의 SK E&S 합병 또한 글로벌 수퍼메이저의 중장기 전략과 유사한 배경에서 추진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증권사 평가가 나왔다.SKI와 SK E&S 합병으로 자산 100조원, 매출 88조 원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됐다. SK E&S는 지분 90%를 그룹 지주회사인 SK㈜가 갖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충족은 물론, 중장기 석탄 대체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액화천연가스(LNG) 비즈니스는 향후 2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석유 메이저들이 LNG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참석 주주 총 6054만5188주 중 85.75%가 찬성해 두 회사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반대는 13.62%, 기권은 0.63%였다. 외국인 주주들의 95%가 이번 합병안에 찬성했다고 SK이노베이션은 밝혔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보유 지분 6.2%)은 반대표를 던졌다.
같은 날 SK E&S도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합병안을 통과시켰다.두 회사의 합병 안건은 주총 특별 결의 사항으로,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 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하면 승인된다.
세계 최대의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이번 합병안 찬성을 권고함에 따라 외국인 주주들의 95%가 합병안에 찬성했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합병이 승인됨에 따라 합병법인은 오는 11월1일 공식 출범한다. 새로 출범하는 회사는 자산 100조 원, 매출 88조 원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최대 규모의 민간 에너지 기업이 될 전망이다.
SKI의 석유사업과 배터리사업에 더해 SK E&S의 액화천연가스(LNG), 재생에너지 사업 등이 결합되면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하나증권 윤재성 연구원은 이날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충족은 물론 중장기 석탄 대체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LNG 비즈니스는 향후 20년 이상 지속될 전망"이라며서 "SKI의 SK E&S 합병은 글로벌 수퍼메이저(Super Major)의 중장기 전략과 유사한 배경 하에 추진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윤 연구원은 "SKI의 SK E&S 합병은 부정의 효과보다 긍정의 효과에 무게를 둔다"고 평가했다. 이런 판단의 근거는 SK E&S가 알짜배기 회사라는 데 있다. SK E&S는 2022~23년 2년 간 2조원 안팎의 세전영업이익(EBITDA)을 창출했으며, 올해 상반기는 약 9000억 원을 기록했다.
중장기 전망이 밝은 것도 근거가 될 수 있다. SK E&S는 LNG 밸류체인 통합의 강점을 바탕으로 가격 변동성 확대 시에도 업스트림(Upstream, 석유산업의 원유생산 부문)과 다운스트림(Downstream, 유통 판매 부문)이 서로 완충 작용을 하며 안정된 이익 창출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윤 연구원은 평가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SK E&S 업스트림은 미국 우드포드(Woodford) 자체 가스전(110만t)과 프리포트(Freeport) LNG를 통해 총 LNG 필요량의 40%인 미국산 셰일가스 220만t을 2020년부터 수입하고 있다. SK E&S는 지난 2014년 컨티넨털 리소시스의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우드포드 가스전 지분을 확보하였으며 공동개발을 통해 연간 70만t 규모의 천연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인도네시아 탕구 가스전(Tangguh, 비중 10%)을 통해 도입하고 있는 50만t도 국내 최고 경쟁력의 LNG 발전소를 가동할 수 있는 근본 배경이라고 윤 연구원은 설명했다.
탕구 LNG의 2026년 계약 만료로 전사 구매 단가 상승 우려가 상존하지만 내년 3분기에 새로 가동하는 호주 BC 가스전이 브라운필드 프로젝트로 투자비와 액화비 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려를 상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윤 연구원은 덧붙였다.
업스트림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액화하고 운송, 저장, 기화, 송출하는 미드스트림의 보령LNG 터미널은 연간 매출액 2500억 원 안팍을, 영업이익률(OPM)은 34%(최근 40% 전후)를 기록한 알짜다. 보령 LNG터미널은 CS 에너지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운스트림은 전력과 집단에너지는 2022~23년 SMP 강세 영향으로 매출액 연간 4조 원 이상, 세전이익 4000억 원 중반(이익률 10%)을 기록했다. 자체 LNG 도입의 강점 덕에 급전 순위 상위를 차지하며 발전소의 가동률은 높게 유지되고, SMP 강세에 따른 차익을 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가스 또한 연간 영업이익 약 1500억 원 안팎을 창출하는 안정된 사업이다.
윤재성 연구원은 "SKI와 SK E&S 합병 시 기대되는 효과는 SKI 이익 변동성 완화와 이익 창출 능력 확대로 이자보상배율 등 재무구조도 소폭 개선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SK E&S 주식 교환 과정에서 SKI의 발행주식수 약 58% 증가로 주당 가치 희석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 SK온의 흑자전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부정의 요소라고 덧붙였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