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그룹의 소재기업 포스코 퓨처엠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음극재 기업인데 전세계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에 따른 타격을 받은 것은 물론 음극재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적용이 유예돼 당분간 가격 경쟁에서 유리한 중국 기업들을 넘어서기 쉽지 않아 매출이 부진할 것이란 관측에 따른 것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1만4500원으로 전날에 비해 0.69%(1500원) 하락 마감했다. 이는 올해 첫 거래일인 1월2일 종가(35만 2000원)에 비하면 39% 이상 하락한 것이며 1년 전인 지난해 30일 종가(45만3000원)와 비교하면 52.6% 폭락했다. 한 마디로 1년 사이에 포스코퓨처엠의 주가는 반토막도 안 되는 수준이 됐다.
이는 포스코퓨처엠의 2분기까지 실적이 부진한 데다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본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치운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포스코퓨처엠은 2분기 매출액 9155억 원, 영업익 27억 원을 기록했다. 흑자 기조는 유지했으나 원료 가격 약세로 영업익이 전년 동기와 견줘 무려 94.8%로 급감했다. 실적 부진은 전기차 캐즘(일시 수요 둔화)에 따른 이차전지 양극재와 음극재 수요 감소,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가동률 하락 등 악재가 겹친 결과였다.
문제는 전기차 시장 침체로 제조사들이 잇따라 신차출시와 투자계획을 연기하거나 축소하고 있는 만큼 포스코퓨처엠의 인조흑연 음극재 사업이 흑자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점이다. 전기차용 음극재 시장은 중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이다. 여기에 음극재에 대한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적용이 내년에서 오는 2027년으로 2년 유예된 점도 악재다. 음극재 원자재인 흑연이 90% 이상 중국에서 정제되기 때문에 내년까지 IRA 요건에 맞는 제품 생산이 어렵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였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올해 상반기 음극재 1kg당 평균 가격이 인조흑연 4.5달러, 천연흑연 5달러로 파악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음극재 CAPA 확대 계획을 축소하고 투자지분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연초 회사는 8000t인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량을 올해 하반기 1만8000t까지 확대하고, 내년에는 3만6000t까지 늘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26일 이를 1만3000t으로 축소한다고 공시했다. 투자 금액은 설비 개선과 물가 상승 영향으로 3458억 원에서 4612억 원으로 늘어났다
실적 하락에 기여해온 피앤오케미칼 지분 51%도 지난 25일 OCI에 전량 매각해 약 2000억 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됐다.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피앤오케미칼이 생산하는 음극재 코팅 소재 공급처가 사실상 포스코퓨처엠뿐이라 밸류체인에 영향을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포스코퓨처엠은 음극재와 양극재 사업을 동시에 하는 국내 유일의 기업인 만큼 다각적인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