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의 배터리 소재 계열사 포스코퓨처엠이 화학 중견기업 OCI와 합작해 세운 피앤오케미칼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케미칼과 OCI 합작사인 피앤오케미칼은 2023년 10월20일 전남 광양시에 반도체용 고순도 과산화수소 공장을 준공하고 양산을 시작하면서 과산화수소 시장에 진출했다. 피앤오케미칼의 생산능력은 전자급 과산화수소 연 3만t, 공업용 연 2만t이다. 피앤오케미칼은 2020년 포스코퓨처엠과 OCI가 각각 51%, 49% 지분으로 참여해 세운 합작 회사로 과산화수소 외에 이차전지 음극재를 만드는 데 쓰이는 코팅재인 피치 생산을 준비 중이었다.
포스코퓨처엠은 26일 이사회를 열어 피앤오케미칼 지분 51%(537억 원)를 합작사인 OCI에 전량 매각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OCI도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어 지분 전량 인수 안건을 의결했다.
피앤오케미칼은 지난 2022년 연산 5만t 규모의 과산화수소 생산 설비를 준공하고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전자급 고순도 과산화수소를 생산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이차전지 음극재의 코팅소재인 고연화점 '피치' 생산 공장을 완공해 현재 시운전을 하고 있다.
피치는 석탄이나 석유를 정제할 때 생기는 콜타르, 잔사유 등 부산물을 가공해 만든다. 피치는 이차전지 음극재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코팅제나 제철소에서 열을 일으키는 전극봉 원료 등으로 쓰인는데 피앤오케미칼은 내년에 상업생산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피치 생산은 최정우 전 포스코그룹 회장 체제에서 시작한 신사업 중 하나였다. 그룹이 원료부터 중간소재, 제품 생산에 이르는 음극재 사업 가치사슬을 완성하는 데 중요한 퍼즐이었다.
기대와 달리 결과는 다소 미진했다는 게 문제였다.공장 가동 초기 비용 증가와 반도체 생산 공정의 필수 소재인 과산화수소 판매 부진으로 671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반도체용 과산화수소 시장은 삼영순화와 동우화인켐이 양분해왔다. 반도체 세척과 식각용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삼영순화는 일본 미쓰비시가스화학과 한솔케미칼이 1989년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두 회사 지분은 51% 대 49%다. 동우화인켐은 일본 스미토모화학의 100% 자회사로 1991년 반도체 약품 제조, 판매로 출발했다.
삼영순화와 동우화인켐은 각각 한솔케미칼과 OCI에서 일반 과산화수소를 공급받아 초고순도 제품으로 정제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탱크로리와 드럼 등으로 공급하면서 초고순도 과산화수소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동우화인켐은 2021년 기준으로 자산 2조7081억 원, 매출 2조9496억 원을 달성했다.
이번 포스코퓨처엠의 피앤오케미칼 지분 매각은 저수익 사업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의 일부로 분석됐다.
올해 장인화 회장 체제를 맞은 포스코그룹은 그룹 차원의 전략에 맞지 않거나 수익성이 낮은 사업, 불용 자산 등을 정리하는 대규모 구조 개편을 하고있다. 포스코그룹은 오는 2026년까지 구조 개편 대상의 97% 이상을 속도감 있게 완료해 약 2조6000억 원의 현금 유입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유입된 현금은 성장을 위한 핵심사업 재투자 및 주주환원에 사용할 계획이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