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8월 실업률 6.6%가 촉발한 '경기 침체'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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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8월 실업률 6.6%가 촉발한 '경기 침체' 논쟁
  • 박고몽 기자
  • 승인 2024.09.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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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 150만 명, 1년 전에 비해 22.9% 증
BOC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 목소리 힘 얻어

캐나다의 8월 실업률이 6.6%로 급등한 이후 캐나다에서는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경기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OC)가 기준금리를 지금처럼 0.25%포인트씩 내릴 게 아니라 0.50%포인트 이상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에서 거론되는 빅컷을 하자는 주장이다. 

캐나다의  실업률이 높아진 것은 물가를 잡기 위한 중앙은행의 고강도 금리 인상조치의 '후과'임에 틀림없다. 물가를 잡으려다 경제를 잡은 꼴이 됐다. 2년 여 동안 고물가와 고금리의 이중고를 당한 캐나다인들은 경제를 살릴 만한 소비여력이 거의 없다.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OC)이 소심함을 벗어던지고 '빅컷'에 나설지 캐나다인들은 주목하고 있다.

캐나다 캘거리의 월마트 분배센터에서 근로자가 걸어가고 있다. 캐나다의 8월 신규고용은 2만2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실업률이 7월보다 0.2%포인트 오른 6.6%를 기록했다. 실업자는 150만 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2.9% 늘어났다. 사진=캐나디언 프레스
캐나다 캘거리의 월마트 분배센터에서 근로자가 걸어가고 있다. 캐나다의 8월 신규고용은 2만2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실업률이 7월보다 0.2%포인트 오른 6.6%를 기록했다. 실업자는 150만 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2.9% 늘어났다. 사진=캐나디언 프레스

최근 캐나다에서 불거진 경기침체 논란의 씨앗은 캐나다 통계청이 뿌렸다. 캐나다 통계청은 지난 6일 8월 신규고용이 2만2000명 늘어났다면서 8월 실업률이 6.6%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7월보다 0.2%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실업자는 150만 명으로 1년 전에 비해 무려 22.9% 불어났다.

고용은 교육서비스,보건,  사회복지, 금융과 보험, 부동산과 임대 부문에서는 늘었지만 전문직과 과학 기술서비스, 유틸리티와 천연자원 분야에서는 감소했다. 

8월 실업률 통계는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 맹위를 떨친 시기를 제외하면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는 점에서 캐나다 관료는 물론, 시민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BOC가 경제를 살리겠다며 올들어 연속으로 세 번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추가 인하 방침을 시사한후 받은 성적표여서 충격은 더 크다. 티프 맥클렘 BOC  총재는 거듭 캐나다 경제 성장이 다시 힘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지만 일자리 시장이 상당히 둔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그는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

캐나다 실업률 추이. 사진=캐나다통계청/CBC
캐나다 실업률 추이. 사진=캐나다통계청/CBC

실업률 통계는 경기침체 논쟁을 낳았다. 최근 캐나다에서도 '샴의 법칙'(Sahm Rule)이 거론되고 있는 게 좋은 증거다. 이는 실업률 최근 3개월 평균치가 지난 1년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제가 경기 침체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한 이론이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이코노미스 클라우디아 샴 박사가 고안한 법칙인데 1950년부터 미국에서 발생한 11번의 경기침체 중 1959년을 제외하고 전부 맞았다고 한다.

과연 캐나다 경제는 침체에 빠진 것인가? 캐나다 고용시장의 김이 빠찐 이유는 무엇일까?

일시 해고 증가에다 구직 건수 증가세 둔화가 겹친 결과로 보인다.  RBC의 네이선 얀젠(Nathan Janzen) 부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객 서한에서 "일시해고는 수면하에서 증가하고 있는중이며 구직 건수 하강경향은 기업 고용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풀이했다. 

RSM의 응웬 이코노미스트는 캐나다 경제가 인구증가를 지속할 만큼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실업률이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응웬 이코노미스트는 "캐나다 경제가 침체를 벗어난 유일한 이유는 총 소비지출 때문이었다"면서 "그것도 거의 온전히 인구증가가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BOC의 금리인하가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BOC는 지난 2년여 동안 물가를 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캐나다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 수준으로 떨어졌고 가깟로 침체에 빠지는 것을 피했다.  현재 물가는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OC)가 선호하는 범위인 1~3%안에 있고 목표치  2%를 목전에 둔 수준이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통제 범위에 있는 것은 좋은데 경제가 계속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캐나다의 1인당 GDP는 지난 8개 분기 중 7개 분기에서 마이너스였다. 최근 통계는 연초 증가율도 이지러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캐나다 경제가 살고 고용시장이 회복할 방도는 없을까? 물론 있다. 글로벌 경제, 특히 미국 경제가 궤도에 올라 수입을 많이 하고 캐나다가 수출을 많이 하는 것은 캐나다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캐나다 내부에서는 금리인하로 경제회생을 위한 불을 지피는 것이다. 티프 맥클렘 BOC 총재도 금리인하의 필요성은 알고 있다. 그는 지난 5일 "인플레이션이 목표에 점점 다가감에 따라 우리는 경제가 지나치게 약하고 물가가 지나치게 많이 하락하는 리스크를 막아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기준금리 추이.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OC)은 지난 4일 기준금리를 연 4.25%로 낮춰 세 번 연속 인하했다. 사진=CBC
캐나다의 기준금리 추이.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OC)은 지난 4일 기준금리를 연 4.25%로 낮춰 세 번 연속 인하했다. 사진=CBC

캐나다은행은 올들어 세 번 금리를 내렸다. 지난 4일에는 4.25%로 내렸다. 캐나다은행이 연달아 세 번 금리를 내린 것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캐나다은행이 오는 10월과 12월에도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기에는 부족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은행(BOC) 총재.사진=CBC 유튜브 캡쳐
티프 맥클렘 캐나다은행(BOC) 총재.사진=CBC 유튜브 캡쳐

따라서 BOC는 미국에서 거론되는 '빅컷'(big cut) 즉 0.50%포인트 금리인하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로이스 멘데스 데자르뎅 캐피털 마켓츠(Desjardins Capital Markets) 전무이사도 그런 주장을 펴는 전문가 중의 한 사람이다. 멘데스 이코노미스트는 "샴의 법칙은 캐나다의 실업률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 알려준다"고 말했다. 그는 실업률이 더 오르기 전에 싹을 잘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멘데스는 "꾸준한 금리인하 흐름은 충분하지 않으며 BOC는 경제가 빨리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면 0.5%포인트 인하는 것을 검토해야만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RSM의 응웬 이코노미스트는 "솔직히 말해서 BOC는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BOC가 금리인하 개시까지 지나치게 오래 기다린 탓에 이제 캐나다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내년까지 금리를 계속해서 내려야만 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티프 맥클렘 BOC 총재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몬트리올(캐나다)=박고몽 기자 clement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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