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의 철강기업이자 중국 철강 산업 현대화에 앞장선 일본제철이 중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요구해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이 국내 공급 생산된 철강제품을 해외로 밀어내기식 수출에 나서면서 국제 철강 시장의 공급과잉과 이에 따른 가격 하락, 일본 시장 내 중국산 과잉 등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17일 마이니치신문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타카히로 모리 일본제철 부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일본이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가 된다면 중국산 제품이 일본에 쏟아질 것이라며 일본 당국의 반덤핑 조치를 요구했다.
모리 부회장은 "미국, 유럽, 한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들이 중국산 철강에 대한 보호 조치를 하고 있다"며 이같이 촉구했다. 무리 부회장은 "일본제철은 다른 제철업체들과 함께 정부와 접촉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중국산 철강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의 철강 수출량은 부동산 시장 위기 악화에 따른 자국 내 수요가 연간 3000만t 감소하자 수출을 크게 늘려 201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제 시장이 중국산 철강제품의 덤핑 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고 EU,한국, 미국은 보호조치를 단행했다.
세계 최대 철강업체인 중국 바오스틸은 중국 철강 부문은 지난 2008년과 2025년보다 더 어려운 '거친 겨울'을 맞고 있다고 주장했고 일본제철 또한 전례없이 가혹한 비즈니스 여건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국내 철강업계 냉한기를 수출로 극복하려고 하고 있다. 일본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상반기 철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5340만t으로 연간 1억t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3위의 철강생산국인 일본의 보통 철강재 수입은 17% 증가한 132만t에 이르렀는데 중국산 수입이 43% 폭증했다.
더 큰 문제는 중국 기업들이 철강 수출을 더 늘리려는 움직임이다. 세계 최대 제철업체인 바오스틸은 수출을 올해 600만t에서 2028년까지 1000만t 이상으로 수출을 늘릴 계획이라며 해외 수출의 확대를 예고했다. 앞으로 중국의 철강재 덤핑 판매에 따른 무역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은 이런 것쯤은 신경쓰지 않겠다는 태도다.
일본제철은 중국의 철강 공급과잉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일본제철은 1970년대 기술과 전문가를 제공해 중국의 철강산업 출범을 지원한 기업이다. 일본제철은 1985년 중국 상하이에 제철소를 건립하는 것을 도왔고 이는 2차 대전 당시 악화된 양국관계 완화에 기여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철강업체의 자리를 꿰찼고 양국은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본제철은 2021년에는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일본제철은 도요타 차동차와 부품공업체인 바오그룹의 바오산철강(Baoshan Iron & Steel Co,(寶山鋼鐵)이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일본제철은 최근에는 바오그룹과 계속해온 합작회사에도 종지부를 찍었다.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중국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데 따른 대응책이었다. 일본제철은 이외에도 건별로 중국내 합작회사 '탈출'에 대한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대신인도와 미국,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모리 부회장은 밝혔다.US스틸 인수 시도는 일본제철의 이런 기업 전략과 맥이 닿아 있다.일본제철은 US스틸을 올해 말가지 149억 달러를 들여 인수하려고 한다.
모리 부회장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와 관련해 "미국 대선이 아니었다면 이미 인수 완료했을 것”이라며 “다음달 US스틸과 주주들을 만날 것"이라고 말해 인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