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점입가경...울산시 참전에 주가 변동성 확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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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점입가경...울산시 참전에 주가 변동성 확대 전망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4.09.18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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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운영사 MBK파트너-영풍 vs 고려아연-울산시

국내 최대 비철금속 회사로 아연과 납, 금,은 등을 생산하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사모펀드 운영회사인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손을 맞잡고 고려아연 경영진을 몰아내려 하자 울산시가 고려아연 백기사로 나섰다. 시장이 직접 나서 주식을 사모으겠다고 공언했다.MBK-영풍이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매수하든, 울산시든 주식을 사모으면 고려아연 주가는 오르게 마련이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주식시장이 개장하는 19일 고려아연 주가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가는 고려아연의 주가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 논현동 영풍빌딩 1층 로비에 있은 영풍그룹 창업주 동상. 왼쪽이 최기호 회장 동상이고 오른쪽이 장병희 회장 동상인데 고려아연 측이 이사를 하면서 최기호 회장 동상이 치워졌다. 사진=박준환 기자
서울 논현동 영풍빌딩 1층 로비에 있은 영풍그룹 창업주 동상. 왼쪽이 최기호 회장 동상이고 오른쪽이 장병희 회장 동상인데 고려아연 측이 이사를 하면서 최기호 회장 동상이 치워졌다. 사진=박준환 기자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로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경영하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을 포함한 장형진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 33.13%, 경영을 맡고 있는 최윤범 회장과 우호세력이라 평가받는 지분은 34%이며 국민연금 7.8%, 자사주 2.4%를 제외한 일반주주 22.7%로 구성돼 있다. 영풍과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와 우호세력을 포함한 지분율은 비슷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울산시장의 경영권 분쟁 참전과 MBK파트너스의 해명은 경영권 분쟁을 더욱 가열시키고 주가 변동성을 더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18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은 지난 50년간 울산과 함께 한 향토기업이자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글로벌 기업"이라면서 "이런 기업이 울산에 영속적으로 뿌리내리도록 하는 게 울산시장의 기본 책무"라고 밝혔다.

김두겸 울산시장. 사진=울산시청 유튜브 캡쳐
김두겸 울산시장. 사진=울산시청 유튜브 캡쳐

김 시장은 "고려아연은 국내 비철금속 산업의 선두주자일 뿐 아니라 수소·이차전지 핵심 소재 등을 기반으로 울산 경제에 중대한 역할을 하는 만큼, 산업 수도 울산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정치계와 상공계·시민 등 지역사회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지역 향토기업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모펀드 MBK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맞서 120만 울산시민들을 중심으로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에 본격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울산시의회도 17일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은 50년 간 울산시민과 함께한 향토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이라면서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중국 자본에 넘어가게 되면 울산 고용시장과 시장 질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박희승 의원(전북 남원·장수·임실·순창)도 "MBK파트너스가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면서 "중국 자본과 관련 기업들이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세계 1위 기업의 독보적인 기술들은 해외로 유출되고 핵심 인력들의 이탈도 가속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공동 설립자 겸 파트너. 사진=MBK파트너스
김병주 ,MBK파트너스 공동 설립자 겸 파트너. 사진=MBK파트너스

MBK파트너스는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해명에 나섰다. MBK파트너스는 18일 입장문을 내고 "공개매수는 명백한 최대주주, 1대 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며 장씨와 최씨 일가의 지분 격차만을 보더라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적대적 M&A는 어불성설(語不成說)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13일 영풍과 공개매수 신고서를 공시하고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권 강화 목적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이에 따라 고려아연 주식을 최소 145만주(발행주식총수의 약 6.98%)에서 최대 302만주(약 14.61%)까지 주당 66만 원에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공개매수는 10월 4일까지 하며 응모 주식 수가 최소 매수예정수량 미만일 경우 전량 매수하지 않고 최대 매수예정수량을 초과하는 경우 매수예정 수량만큼만 안분 비례해서 매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공개매수가 완료되고 2년이 지나거나 혹은 고려아연의 이사회 과반수가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지명하는 이사로 선임되는 시점부터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특수관계인 보유 주식의 50%+1주에 해당하는 주식에 대한 콜옵션을 부여받게 된다.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고려아연은 공정거래법 상 장형진 고문을 총수로 하는 대규모 기업집단 영풍그룹의 계열사들"이라면서 "최 회장 측이 주장하는 계열 분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는 특히 '중국계 자본', '국가기간산업 경쟁력 훼손' 등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MBK파트너스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2005년에 설립돼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국내 사모펀드’이지 중국계 펀드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MBK파트너스는 “MBK파트너스의 국내 투자활동은 국내 투자 운용역들에 의해 관리되며, 펀드에 투자한 유한책임투자자(LP)들은 국내와 세계의 유수 연기금들과 금융기관들로서 중국계 자본이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투자에 관여하거나 투자대상 기업의 재산이나 기술에 접근이 가능하지 않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해외 기술 유출 등의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또, 지역사회의 반발에 대해서는 MBK파트너스는 "고용도 당연히 종전과 같이 유지하고, 지역사회의 고용 창출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강화 후에는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해외투자는 지양하고, 고려아연 본업의 경쟁력과 수익성 있는 신사업 경쟁력이 강화되도록 투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최 회장은 고려아연 지분 1.82%를 가진 대주주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로부터 경영권 박탈 협공을 받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최 회장은 고려아연 지분 1.82%를 가진 대주주지만 영풍과 MBK파트너스로부터 경영권 박탈 협공을 받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가열됨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나증권 박성봉 연구원은 "공시 발표 이후 지난 6일 고려아연의 종가는 이미 공개매수가를 상회한 66만 6000원을 기록했고 주가 추가 상승 시, 공개매수가가 상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박성봉 연구원은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에 대해서도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인데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 성공하고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최대치인 302만 주까지 할 경우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제외하면 공개매수자들의 고려아연 지배력은 50%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국내 1위 아연과 납 제련의 국가기간 산업의 성격을 감안해서 울산시를 포함한 정치권에서는 공개매수데 대한 반대 의견이 형성되고 있고 최윤범 회장 측도 대항공개매수 혹은 추가 우호세력 확보를 통해 대응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 연구원은 "종합하면 일반주주 가운데 최소 6.98%가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공개매수가 무산될 것이기 때문에 공개매수 기간까지의 주가 흐름, 공개매수가 상향 여부, 최윤범 회장의 대응 전략 등에 따라 고려아연의 주가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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