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8월 소비자물가가 3% 올랐지만 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BOJ)은 20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일본 금융시장은 BOJ 결정을 예의주시했다. 주식시장에서 닛케이 225 주가평균은 오전 장에 약 2%올랐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2엔 주변에서 거래됐다. 일본 통화인 엔화는 미국의 금리 인하 예상에 따른 달러 가치 하락, 엔화 상승 여파로 지난 7월 초 달러당 160엔 수준에서 최근 140엔 수준으로 급등했다.
일본은행은 이날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기준금리를 동결한다고 발표했다.BOJ는 이날 이틀간의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마치면서 무담보 익일물 콜금리를 0.25%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앞서 설문조사에서 전문가들은 BOJ가 기준금지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7월 말 회의에서는 금리를 0∼0.1%에서 0.25% 정도로 25배 인상했다.
BOJ는 경기와 물가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대체로 종전의 판단을 유지했으나 가계소비 판단은 상향했다. BOJ는 현재 일본 경제는 일부 약한 움직임도 보이지만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판단했고 해외 경제는 대체로 완만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수출, 광공업 생산은 보합권 내의 움직임을 시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수익이 개선되는 가운데 설비투자는 완만한 증가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고용과 소득 환경이 개선되고 있으며 소비는 물가 상승 등의 영향에도 완만한 증가 기조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주택 투자는 약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공공 투자는 보합권 내 움직임이 되고 있으며 금융환경은 완화된 상태에 있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물가(신선식품 제외)에서 수입물가 상승의 영향은 약화되고 있지만 임금 상승 등으로 서비스 물가가 완만하게 상승하면서 2.5~3.0%를 나타내고 있으며 예상 물가상승률은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고 BOJ는 진단했다.
일본의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수입물가 상승에 이어 소비자물가 상승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면 금리 인상을 결정해야 했지만 엔화 약세가 조정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총무성은 이날 8월 종합소비자물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상승하고 변동성이 심한 신선식품을 제외한 물가가 2.8%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4개월 연속으로BOJ 목표치 2%를 웃돌았다.
물가 상승에도 미일간 금리 격차 축소에 따른 엔화 약세가 수정되고 있다는 인식이 더 큰 영향을 미친 셈이다.
하루 전(미국 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4년 만에 기준금리를 연 4.75~5%로 0.5%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BOJ가 기준금리를 연 0.25%로 동결함으로써 엔화가치는 더욱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달러화와 견준 일본 엔화 가치는 지난 7월 초 160엔 수준에서 지난주 초 140엔 수준으로 급등했다. 엔화가치 상승은 일본의 수입물가를 하락시키고 소비자물가 안정에 기여할 수 있지만 일본 제품의 수출 가격을 높이는 만큼 수출 가격 경쟁력에는 불리한 요소로 작용한다.
관심은 BOJ의 향후 행보다. Fed가 올해 11월과 12월 두 차례 FOMC를 남겨두고 있는데 0.25%포인트만 내려도 앞으로 최고0.5%포인트, 0.5%포인트 내릴 경우 최대 1%포인트 내려간다. 미일간 금리차는 더욱더 축소되고 엔화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고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여기에 일본의 집권야당인 자민당 총재 선거도 변수다. 다가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오는 27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면 그는 총리가 될 수 있다. 사나에 전 경제상은 인플레이션이 낮다며 비둘기파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사나에는 지난 14일 일본 기자클럽에서 열린 공개토론회에서 "분명히 말하면(금리 인상은) 빠르다고 생각한다. 금융 완화를 좀 더 참아 계속해야 한다"며 금리 인상 계속에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나타냈다. BOJ와 밀접한 연계를 강조하는 기시다 후미오 정권의 현역 각료치고는 이례의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의 강영숙 선진경제부장은 "일본은행의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상존하지만 10월 인상 가능성은 감소했다"면서 "일본은행 금융정책을 전망하는 데 있어 미 경제에 대한 주목도가 커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