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이 이라크에 3조 1349억 원 규모의 천궁2 지대공 미사일 체계 수출에 성공하면서 국내 방위산업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 육군의 주력 전차 K2 '흑표'를 생산하는 현대로템과 K9 '썬더'를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초음속 경전투기 FA-50 전투기를 생산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수출 계약 발표가 임박한 방산업체들이 줄을 서 있다.
K2 전차는 120mm 주포와 능동방어장치를 갖춰 공격력과 방어력을 겸비하고 자동장전장치를 채택해 승무원 3명이 운용하는 한국 육군의 주력 전차로 폴란드가 대량 수입하고 있다. K9는 전투중량 47t의 큰 체구에 최대사거리가 40km에 이르는 한국의 명품 자주포로 전 세계 자주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석권한 자주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독자 개발해 호주에 수출한 '레드벡' 장갑차도 대전차 미사일로 무장해 전차 사냥에 나설 수있는 장갑차로 평가받고 있다.
21일 방위산업계와 투자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노후화한 지상무기체계의 교체 수요가 높은 나라로 지목된다. 사우디는 전차로는 2012년부터 도입한 미국제 M1A2S 에이브럼스 전차 575대, 1986년부터 도입해 차령이 40년에 육박한 미국제 M60패튼 전차 370대, 1976년 도입을 시작해 차령이 50년에 이른 프랑스제 AMX-30 140대를 보유하고 있다.
보병전투장갑차로는 1990년부터 도입한 M2A2브래들리 380대, 1975년부터 도입한 AMX-10P 380대, 2019년부터 도입한 VAB Mk3 100대를 각각 운용하고 있다.
UAE는 전차는 프랑스제와 자주포는 미국제를 운용하고 있다. AMX-30은 1980년대부터 도입해 45대를 보유하고 있고 르클레크 전차는 1994년부터 도입해 총 268대를 운용하고 있다. 자주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도입한 차륜형 자주포 G-6 78대,미국제 M109A3 88대를 각각 운용중이다. 두 종류 최초 도입시기는 각각 1991년과 1997년으로 노후화가 심한 실정이다.
무기체계의 도입 연도를 고려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전차 510대와 장갑차 760대의 교체 수요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UAE는 전차 250대 이상과 자주포 163문의 교체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2007년 양산된 K2는 무게 56t으로 독일제 레오파르트(65t)과 미국 에이브럼스전차(69.5t)에 비해 가볍지만 이들 전차와 같은 120mm 활강포로 무장하고 자동장전장치를 채택해 승무원이 1명 적은 3명으로 운용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관통력은 1m로 알려져 있다.
K9은 분당 6~8발, 급속발사 시 15초내 3발을 쏘아 독일제 PzH2000(분당 8~10발, 급속 발사시 10초 내 3발)에 비해 조금 뒤지지만 프랑스 케사르나 미국의 M109A7 팔라딘보다 월등한 성능을 자랑한다.
K2와 K9의 독일과 미국, 프랑스 등의 전차와 자주포 가격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가격경쟁력도 갖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자체 개발한 레드백 장갑차는 중량 42t에 승무원 3명 등 11명을 태우고 시속 70km로 주행할 수 있다.30mm 기관포와 이스라엘제 스파이크 대전차 미사일 2발로 무장한다. '아이언 비전' 헬멧 전시기는 주변 360도 상황을 촬영해 지휘관에 전송해 주변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독일 링스, 미국의 M2브래들리, 영국 에이잭스, 스웨덴의 CV-90과 경합하고 있다. 호주에 129대 24억 달러어치가 수출됐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두 국가의 교체 수요만 고려해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조 원 이상의 자주포 시장과 19조 원 규모의 장갑차 시장에 접근할 수 있고 현대로템도 18조 원 규모의 전차 시장에 접근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들 나라가 미국산 무기를 주로 사용해온 데다 미국 정부와 미국 방산업계는 물론, 프랑스 등의 영향력이 매우 큰 나라라는 점이다. 더욱이 한국의 주력전차 K2의 심장인 파워팩에 독일제가 변속기가 들어간 탓에 독일의 승인 없이는 수출이 불가능한 나라라는 게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K9 자주포의 엔진은 독일 MTU사 엔진을 라이선스 생산해 사용중이며 K2 전차는 독일 RENK 변속기를 라이선스 생산해 사용중이다.
우리 방산업계는 수출 확대를 위해 중동지역을 공략하면서 이들 국가의 방산시장의 문이 한국기업에 열리고 있다. 사우디와 UAE가 천궁2를 구매한 것은 좋은 예이다. 더욱이 우리 방산업계가 K2 전차와 K9 자주포에 들어가는 파워팩 국산화 완료를 목전에 두고 있어 중동 수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산업계는 현재 변속기 내구성 테스트를 완료하고 K2 전차 4차 양산 물량에 탑재하기 위해 방위사업청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방사청의 최종 승인 시 K2 전차 4차 양산 물량부터 국산 파워팩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후 수출 물량에 탑재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K9 자주포 엔진 국산화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내년 말 방사청 최종 승인을 받기 위해 엔진 국산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방사청 최종 승인과는 별개로 이집트용 K9 자주포에 선제 탑재하기 위해 성능 테스트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용 K9 자주포의 인는 2025년 시작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 장갑차에도 K9과 동일한 파워팩 적용이 가능하다.
한국투자증권은 21일 '전차와 자주포도 중동으로 갑니다'는 보고서를 내고 방위산업 비중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장남현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의 국가가 노후 자주포, 전차, 장갑차 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수의 교체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두 국가의 교체 수요만 고려해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조 원 이상의 자주포 시장과 19조 원 규모의 장갑차 시장에 접근이 가능해지고 현대로템도 18조 원 규모의 전차 시장에 접근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남현 연구원은 "파워팩 국산화가 완료되면 독일의 승인을 받지 않고 수출이 가능해지는 것"이라면서 특히 독일이 승인을 꺼린 중동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장 연구원은 "파워팩 국산화에 따른 중동 수출 증대 가능성에 주목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에 대한 매수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장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목표주가 36만 원을 유지하고 현대로템 목표주가 6만1000원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29일 종가는 각각 29만 원,5만6100원이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met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