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금값이 앞으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금이라도 투자해야할 지, 상투를 잡을지 고민하는 투자자들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현재의 금값은 '기회의 창'이 될 수도 있고 '불트랩'(bull trap, 박스권 상단 고점에서 약세장으로 변하는 지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 값이 추가 상승한다면 아연 가격 상승에다 아연 제련과정에서 부산물로 금과 은을 얻어 판매하는 고려아연의 하반기 영업실적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다.
하나증권 박성봉 연구원은 23일 '주간 이슈 코멘트'에서 "금가격이 사상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추가 상승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미국 경기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연 4.75~5%로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이후 그동안 고공행진을 한 금값은 추가 상승하며 지난주에는 사상 최고치인 온스당 2622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금선물시장인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근월물 금 선물은 전날에 비해 1.2% 오른 온스당 2619.9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Fed가 9월에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는데 인하폭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지만 결과는 빅컷이었다. 기준금리 하락은 채권금리 하락에 이어 달러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금을 비롯한 원자재는 달러로 금액이 표시되고 거래되는 데 달러가치와는 반대로 움직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Fed의 0.5%포인트 금리인하로 풀린 자금이 귀금속 자산으로 유입됐다"고 평가했다.
과거 금리 상승기에도 각국 중앙은행의 대규모 금 매수와 아시아 투자자와 소비자들의 금 수요 증가로 금의 높은 가격이 유지됐다. 미국 금융시장 전문 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들은 지정학 위험과 불확실성을 헤지하기 위해 금을 매수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탈달러 정책에 따라 자산 다각화 차원에서 금을 매수했다.
박 연구원은 최근에는 중앙은행의 기준 금리인하와 미국 달러 약세에 대한 기대감이 금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실질금리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금값 상승을 떠받친다.
이런 분석은 세계금협회(GCC)의 조 카바토니(Joe Cavatoni) 선임 시장 전략가의 그것과 일맥상통하다. 카보토니 선임전략가는 최근 마켓워치에 보낸 이메일에서 "지난 2022년과 2023년 금 매수가 14년 사이 최대를 기록한 중앙은행의 금 수요는 주요한 견인차"라면서 "달러 기반 자산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금값을 지지한다"고 평가했다.
골드 뉴스레터(Gold Newsletter)의 브라이언 룬딘(Brien Lundin) 편집장은 "금은 향후 일어날 일이 뭣이든 대비할 수 있는 전천후 헤지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사는 금값의 향후 행보다. 무게는 '상승'에 실려있다. 미국 금융투자 업계가 오는 11월과 12월에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투자은행 코메르츠방크는 투자자 서한에서 "앞으로 몇 달 내 추가금리 인하 기대가 금값 상승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런 기대가 지속하는 한 금값의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룬딘 편집장은 금차트 분석을 통해 12~18개월 안에 금값이 온스당 2826달러까지 오를 것이며 장기로는 온스당 4406달러까지 갈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 연구원도 "이런 가운데 금에 대한 투자가 급격하게 확대(비상업용 순매수 급증)되고 있고 구리나 아연과 같이 금 또한 광산 공급 확대 여력이 제한된 상황으로 연말까지 금가격의 추가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