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부족에 타이어와 장갑의 원료인 천연고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천연고무 가격 강세는 타이어용 합성고무인 SBR(스타이렌부타디엔)과 BR(부타디엔 고무) 수요를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합성고무를 생산하는 금호석유화학과 LG화학 등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에겐 매출 증가와 주가 상승울 가져올 '기회의 창'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23일 말레이시아 정부기구인 고무위원회(MRB)에 따르면, 10월 인도 말레이시아 천연고무(SMR20) 기준 가격은 20일 t당 2044달러로 직전주(12일, 1913.5달러)에 비해 약 6.8% 상승했다. 연초인 1월2일(1572.5달러)에 비해서는 약 30% 상승한 수치다.
업계에 따르면, 인도의 천연고무 가격도 연초 대비 약50% 급등하며 약 10년 사이에 최고치로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천연고무 가격은 2017년 이후 공급이 과잉됐다는 평가 속에 1kg에 1달러선으로 내려온 뒤 3년 넘게 하락추세가 이어져왔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로 동남아 각국들이 방역조치를 위해 고무농장을 대거 폐쇄시킨데 이어 중국의 사재기가 겹치자 가격이 급등했다.
하나증권은 세계 천연고무 수요가 공급을 웃돈지 4년이 지난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동남아 고무 생산국들의 연합체인 천연고무생산국협회(ANRPC)는 수급문제를 거론한다. ANPRC는 "전세계 천연고무 공급 증가율이 최근 3년 간 거의 정체(전년 대비 0.0~0.5%)된 반면, 같은 기간 수요는 1.4~3% 증가하면서 수급균형이 타이트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특히 올해는 공급이 전년 대비 0.4% 느는 반면, 수요는 2.3%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급이 제한되는 요인은 여러가지다. 우선 고무생산 수익성 부진으로 고무농장들이 두리안과 야자 등으로 업종 변경을 한 게 꼽힌다. 둘째, 비용 절감 위해 비료를 적게 사용하며 생산량 감소했고 셋째, 지난해 주요 생산국인 태국에서 북부지역을 강타한 태풍 등 자연재해 발생, 넷째 병충해 지속에 따른 생산차질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태국은 지난해 기준 수출 시장 점유율이 32%로 세계 1위의 수출국이지만 생산량이 전년 대비 4.4% 줄면서 2020년 이후 가장 낮았다. 올들어 1분기 생산량은 0.7% 감소했다. 태국은 고무농장에서 생산된 고무를 훈제시트, 농축 라텍스,컴파운드 고무, 혼합고무 등 반제품을 만들어 약 80%를 수출하고 있다.
세계 2위의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도 올해 천연고무 생산량이 전년 대비 10% 안팎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점유율 12%로 세계 3위 생산국에 등극한 코트디부아르도 지난해 생산량이 전년 대비 16% 증가했으나, 2025~26년에는 증가율이 2%대로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는 태풍 야기(Yagi)'가 가져온 폭우 등 영향으로 주요 생산지인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의 수확에 큰 차질이 생겼다.특히, 태국의 천연고무 수확의 피크시즌은 9~12월인데 태국 기상청은 다음 주까지 폭우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보해 향후 몇 주간 공급 부족 발생 가능성 농후후다.
세계 최대 천연고무 소비국인 중국 칭다오 천연고무 재고는 지난해 고점 대비 54% 감소해 약 2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유럽연합이 내년에 예정대로 EUDR(산림벌채금지규정) 시행할 경우 단기와 중장기 공급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수요는 견실히다. 중국의 세미스틸 타이어 가동률은 연초 이후 80%에 육박하는 수준을 지속 중이다. 중국의 '이구환신' 정책과 견실한 타이어 수출 등에 따른 영향이다. 인도의 타이어 수출 증가도 천연고무 수요 증가 요인이다. 인도의 타이어 수출은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3월)하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고 2025 회계연도 1분기 5(2024년 4월~6월) 수출은 17% 증가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자동차 구매수요를 자극 수 있다.
천연고무 강세는 타이어용 합성고무인 SBR과 BR을 자극할 수 있다.실제 아시아 SBR 가격은 연초 대비 약 40% 상승해 2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또 천연고무 강세는 니트릴 장갑의 가격 매력도를 높여 NBL 수요를 자극한다. 지난 2020~21년 NBL 초강세 당시 천연고무 장갑 비중이 확대된 전례가 있다.
하나증권 윤재성 연구원은 "천연고무 강세는 합성고무 시황 전반에 긍정의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관련 업체를 지속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에서 합성고무 사업을 하는 업체로는 금호석유화학과 LG화학이 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