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팅 페트롤리움 파산, 셰일업계 줄도산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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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 페트롤리움 파산, 셰일업계 줄도산 신호탄?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04.04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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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00개 업체 도산...정크 등급 회사채 디폴트 비율 30%

중국 우한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와 산유국 치킨게임 이후 미국 셰일 기업의 첫 파산 신청이 나왔다. 셰일업체 화이팅 페트롤리움((Whiting Petroleum Corp)이 지난 1일 파산신청을 한 것이다.미국 금융계는 셰일업계 줄도산의 신호탄이 쏘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로펌은 올해 100개 석유회사가 도산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 은행은 정크 등급인 석유회사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 비율도 30%에 이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화잉페틀로리엄의 노스다코타 바켄 세일 유전 채굴시설. 사진=화이팅페틀로리엄 유뷰브 캡쳐
화잉페틀로리엄의 노스다코타 바켄 세일 유전 채굴시설. 사진=화이팅페틀로리엄 유뷰브 캡쳐

셰일 기업의 연쇄 파산은 미국과 세계 금융시장 위기로 확대될 수 있어 금융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월가를 비롯한 세계 금융회사들은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시대에 이율이 높은 저신용등급의 회사채 투자를 늘려왔다. 미국의 저신용등급 회사채 시장은 1조5000억 달러 규모이며 이 가운데 셰일·에너지 기업의 비중이 15%에 이른다.

셰일 업계가 무너지면 셰일오일을 무기로 외교·안보 지형을 바꾸고 미국 산업을 부흥시키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3일 백악관에서 엑손모빌, 셰브론 등 미국 대형 석유 기업 경영자들과 만나 업계 구제 방안을 논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노스다코타주 바켄 지역의 최대 셰일 기업인 화이팅 페트롤리엄은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해 지난 1일(현지 시각) 파산을 신청했다.화이팅은 노스다코타에서도 고비용 유전지대인 바켄지역에 집중한 석유회사다. 바켄지역은 배럴당 100달러 시대에는 번창했지만 이후 엄청나게 힘들어했다.

셰일 붐이 인 2011년 150억 달러(18조4000억원)에 이른 이 회사 시가총액은 2018년 말 50억 달러로 줄었고 현재는 500분의 1인 3200만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또한 초대형 셰일 기업인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의 핵심 경영진인 오스카 브라운 수석부사장은 재무구조 부실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화이팅 페트롤리움은 이전 노스타코다주에서 최대 석유생산업체였지만 현재 미국 내 두 번째로 큰 석유생산업체로 성장했다. 그런데 최근 사우디와 러시아간 원유 전쟁에 따른 유가 하락으로 수입감소로 큰 재정난을 겪어왔다.

국제유가는 화이팅이 파산보호를 신청한 지난 1일 급락했다.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는 배럴당 20.31달러까지 떨어졌다. 올해 초의 3분의 1, 18년 만의 최저다. 코로나 사태로 수요가 계속 주는 데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 경쟁까지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비용이 배럴당 30~50달러인 셰일 기업들은 현재 유가에서 계속 버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화이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차대조표상 28억 달러의 부채와 5억8500만 달러의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이팅은 채권의 일부를 새로운 주식의 97%로 교환하는 것으로 부채를 약 22억 달러 삭감하기로 채권자들과 합의했다. 기존 주주들은 재편된 회사의 3%를 소유하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원유수요의 급감과 사우디와 러시아간 유가전쟁으로 인한 공급과잉으로 많은 셰일생산업체와 가스생산자들이 엄청난 채무부담에 직면해 과감한 비용절감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화이팅이 파산보호 신청을 한 첫 기업이며 마지막 기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으로 얼마든지 많은 기업이 도산할 수 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스펜서 커터(Spencer Cutter) 신용분석가는CNN에 "올해에 파산 신청이 파도가  일 것"이라고 말했다.

텍사스주 휴스턴의 로펌인 헤인즈앤분(Haynes and Boone) 에너지 부문 버디 클락 공동회장은 CNN에 "거의 100개 석유가스 업체들이 내년에 파산보호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26달러로 추락한 2015년과 2016년의 전체 파산 신청과 같은 수치다.  

CNN에 따르면, 배럴당 20달러인 유가에서는 미국 전역의 주요 유전 지역에서 모든 기업들은 손익 분기점을 크게 밑돈다. 다시 말해 손실을 본다.

댈러스연방준비은행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배럴당 40달러에서는  15%의  석유회사는 1년 남짓을 살아남고 24%는 1~2년을 버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뱅크오브어메리카의 분석가들은 지난 31일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많은 기업들이 이처럼 수지맞지 않는 환경에[서는 곤란을 겪을 것"이라면서 "회사채 디폴트 비율이 3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빚에 허덕이는 석유회사들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차환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화이팅 페트롤리움은 올해 약 420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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