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손정의...22조 투자 위워크서 피소, 잇따른 투자실패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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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손정의...22조 투자 위워크서 피소, 잇따른 투자실패 어쩌나
  • 박준환 기자
  • 승인 2020.04.08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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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개 투자사 중 15개 회사 파산 전망도 나와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하 SBG)의 손정의 회장이 '사면초가' 신세다. 잇따른 투자 실패로 적자 폭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0조 원 이상 투자한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가 소송을 제기해 법정 다툼을 벌여야 한다. 그와 일한 고위 임원들도 줄줄이 떠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소프트뱅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소프트뱅크

차량공유업체 우버, 기업 메신저 업체 슬랙 등 투자한 기업들이 가치가 떨어지면서 향후 투자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여기에  투자회사 88개 중 최소 15개사가 파사한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요구에 밀려 지난달 4조 5000억 엔( 50조 9900억 원)규모의 소프트뱅크 보유 자산 매각 계획을 발표해야 했다. 손 회장이 골칫거리 하나를 해결하면 새로운 난제가 나타나고 있는 형국이다.

7일(현지 시각) 미 CNBC방송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위워크 이사회 특별위원회는 SBG와 산하의 기술투자펀드인 ‘비전펀드’를 자사 주식 부분공개매수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델라웨어 법원에 제소했다고 발표했다. SBG가 약속한 위워크 주식 부분 공개매수 계획을 이행하지 않아 전현직 직원들이 심각한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소프트뱅크는 이에 대해 주식 매수 철회는 위워크가 지난해 말 맺은 계약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제소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손정의 회장은 지난해 말 주주들의 반대에도 위워크를 살리기 위해 총 30억 달러를 투입해 애덤 노이만 전 위워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주주들로부터 80%가량의 위워크 지분을 사들이는 추가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주식매입 시한인 지난 2일까지 위워크 주식을 사들이지 않고 공개매수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건물들이 폐쇄와 위워크 매출 실적 저하 때문이었다.

SBG가 위워크에 투자한 비용은 지난해 10월 기준 185억 달러(약 22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9월 위워크의 기업공개(IPO)가 무산되면서 두 기업의 관계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위워크 기업 가치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소프트뱅크의 손실도 불어났다.

손 회장은 위워크 외에도 차량공유업체 우버, 기업 메신저 업체 슬랙 등에도 투자했는데 이들 기업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향후 투자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여기에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앨리엇 매니지먼트의 요구로 주가 떠받치기에 나선 SGB는 지난달 23일에 앞으로 1년간 4조 5000억 엔의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한다고 발표했다. 조달자금 중 2조 엔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하고 나머지로 부채상환 등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동안 손 회장의 골치거리였던 미국 통신회사 스프린트를 독일텔레콤 자회사 T모바일US에 팔아치운 것이다. SBG 산하의 미국 통신회사 4위 스프린트와 미국 3위 회사로 독일텔레콤의 자회사인 T모바일US는 지난 1일 합병절차를 완료했다. SBG의 합병으로 탄생하는 ‘T모바일US’ 출자비율은 20%에 그친다. 스프린트 출자비율이 80%에서 20%로 줄어들면서 손 회장은 경영권을 상실했다.

손 회장에게 스프린트 매각은 오히려 이득을 가져다 준다. 스프린트는 4조 엔 이상의 부채를 가진 빚투성이 회사인데  기업가치가 하락한다면 2조 엔 이상의 지분을 가진 SBG 손회장은 엄청난 손실을 볼 처지였다.이제  신생 T모바일US는 SBG의 자회사가 아니고 지분법적용회사가 된다. 스프린트는 자회사가 아니어서 연결결산상 SBG의 대채대조표에서는 스프린트의 이자부채가 빠진다.

손 회장은 스프린트 매수에서부터 지금까지를 ‘6년정도 고통스럽고 긴 여정’으로 회고했다. 손 회장은 신생회사의 경영권은 독일텔레콤에 넘기고 미국통신사업에서 직접 관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비전펀드는 이미 88개사에 출자하고 있어 10조 엔의 투자를 종료했다. 코로나19로 펀드투자처의 기업가치가 떨어지면 그대로 SBG의 이익감소로 이어진다. 지난 2019년 10~12월기의 펀드사업의 영업실적은 2251억 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회사 중 위워크, 바이트댄스, 우버, 도어대시, 슬랙, 킹스톤 테크놀로지, 오요호텔, 토코피디아, 캐비지, 원웹 등 최소 15개 회사가 파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적자폭은 더 커질 수 있다. 공세적인 투자전략을 펼쳐온 손 회장이 중대국면을 맞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비전펀드를 이끈 핵심 임원들마저 잇따라 회사를 떠나면서 손 회장의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다. 비전 펀드의 미국 내 투자를 맡은 마이클 로넨 파트너가 지난달 위워크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데이비드 테브논 파트너, 미셸 혼 최고인사책임자(CPO) 등 고위직들도 최근 비전펀드를 떠났다.

손 회장은 골칫거리 스프린트 매각으로 한 고비를 넘겼지만 법정 다툼과 손실증가라는 새로운 난제로 골머리를 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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