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 성장도 쉽지 않다"…본격 양적 완화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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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1% 성장도 쉽지 않다"…본격 양적 완화 선언
  • 이정숙 기자
  • 승인 2020.04.10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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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연 0.75% 동결...국채매입 적극 나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국고채(국채)를 적극 매입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이주열 총재는  “시장 상황을 봐 가며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 채권도 사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한은이 ‘한국형 양적완화’에 더해 ‘일반적 양적완화’에도 본격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한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예상을 넘어 빠른 속도와 강한 강도로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면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1%대로 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시장 안정을 위해 국고채를 매입해 왔다. 그 규모는 1조5000억 원으로 크지 않았다. 또 지난달 26일엔 국채 등을 담보로 받고 금융회사에 최장 91일까지 자금을 내주는 환매조건부채권(RP) 방식의 한국형 양적완화에 들어갔다.

그런데 한은은 이날 국채와 정부 보증채로 좁혀놓은 공개시장운영을 위한 단순매매 대상증권에 산업금융채권(산금채),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 수출입금융채권(수은채),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을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의 단순매입 대상 증권 확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 조치는 오는 14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적용된다.

한은은 시장에서 특수채(국책은행 채권)를 우선 사들일 계획이다. 상황에 따라 국책은행이 채권을 발행하는 과정에 참여해 산금채 등을 바로 사들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은의 지원을 등에 업은 국책은행들은 더 많은 재원을 싸게 조달할 수 있다. 한은은 얼마든지 돈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코로나19 사태가 애초 판단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좀 더 적극 나서기로 한 것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각각 16조원, 2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지원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산은이 발행해 시중에 풀려 있는 산금채는 100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40조원가량은 시중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산은 등 국책은행들은 향후 추가 발행할 채권 규모를 묻는 질문에 현재로선 미정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국고채 매입도 확대한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뒤 한은은 지난달 20일 국고채 1조500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오는 14일에도 1조5000억원어치를 더 매입한다. 이후에도 계속 국고채를 사들일 계획이다.

한은이 이처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국고채 매입에 나선 것은 200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일곱 번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벌써 두 차례 국고채를 매입했다. 현재 17조원 규모의 국채를 보유한 한은은 상황에 따라 올해 여러 차례 더 매입할 계획이다. 

덕분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38%포인트 하락한 연 0.986%에 장을 마감했다. 국고채 3년물이 0%대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의 양적완화는 제한적 수준의 이제 ‘한국형’에서 미국과 유럽에서 쓰는 ‘일반형’으로 돌아섰다는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시중에 돈을 더 풀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평가된다. 한은은 여기에다 정부가 함께 나서준다면 미국 중앙은행(Fed)처럼 회사채와 기업어음(CP)도 사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정숙 기자 kontra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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