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속에 나타난 바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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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보',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속에 나타난 바보들
  • 에스델 리 기자
  • 승인 2020.04.12 0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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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와 춤추고, 시위하며, 해외 여행하는 사례 속출

중국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캐나다 퀘벡주 주정부가 집회를 금지하는 등 강력한 격리조치를 하고 펴고 있는 가운데 상식을 벗어나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이들을 퀘벡인들은 '코로나바보(covidiots)'라고 부른다.

11일(이하 현지시각) 현재, 캐나다 퀘벡 주의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1만1677명을 기록하고도 증가세가 꺾일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퀘벡 주정부는 실내외를 막론하고 일가족을 제외한 두 사람 이상이 모이는 집회를 금지한 강력한 격리조치를 오는 13일 끝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증가세가 누그러지지 않음에 따라 이를 5월 1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하고 전 주민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섣불리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캐나다 퀘벡주정부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확산 억제를 위해 격리조치를 시행하는 가운데 주민들이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주르날드몽레알
캐나다 퀘벡주정부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확산 억제를 위해 격리조치를 시행하는 가운데 주민들이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주르날드몽레알

몬트리올의 일간지 주르날 드 몽레알(Le Joranl de Montréal)은 11일(현지시각) 무사안일한 생각과 어리석음, 또는 사적인 편익을 취할 욕심에 눈이 멀어 당국의 방역 및 이동제한 조치에 도전하는 일부 시민의 행태를 꼬집었다. 

위기가 닥치면 인간의 가장 숭고한 모습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최악의 면모도 나타난다. 코로나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한 격리조치가 시행된 이후 몇몇 시민들은 이기적인 모습, 판단력이 부족하거나 문자 그대로 어리석은 태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이들을 '코로보(covidiots)' 즉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 바보(idiots)'라고 부른다. 지난 몇 주 동안 퀘벡인들은 이런 코로보들 때문에 한숨을 참을 수 없었다.

주르날드몽레알 보도에 따르면, 에메릭 뿔리오(Émerik Pouliot, 20세)는 어느 식당의 운전자 주문 창구에서 직원이 안 보는 사이, 일부러 신용카드 계산기에 대고 기침을 하고 계산기를 넘겨주는 모습을 사회관계망에 올렸다가 공공 안녕 침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고 직장에서 해고당했으며 법정에 출두하게 됐다. 장소를 가리지 않은 짖궂은 장난 때문에 그야말로 패가망신하게 됐다.

또 퀘벡 주정부가 모든 주민에게 불필요한 외출과 집회를 삼가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행하라고 강력히 권고했지만 몬트리올에서 북서쪽으로 45km 떨어진 부와브리앙(Boisbriand) 시에서는 격리조치에 반발해 200여 명이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또슈(Tosh) 공동체 소속 유대인들이었다. 이 공동체는 유대교 율법을 문자 그대로 따르는 극단적 근본주의파 신도들로서 지금도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 없이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세상 물정에 어두워서 그랬는지, 이들은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격리조치로 유대교 축제에 쓸 식재료 반입이 허용되지 않자 집 밖으로 뛰쳐나와 한 시간 이상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팽팽히 대치했다. 경찰과 시 당국은 시위참가자들을 하나 하나 식별한 다음 1000 달러에서 6000달러 이르는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몬트리올 시의회 내 야당대표인 리오넬 페레즈(Lionel Perez) 의원은 딸의 약혼식 축하 파티를 열었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약혼식은 인터넷 비디오 중계로 진행됐지만 마당 입구에서 악사가 음악을 연주했고, 지나가던 행인들이 모여들어 페레즈 의원에게 축하인사를 건냈으며,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중이던 그의 아들 역시 축하객들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리오넬 페레즈 시의원 또한 유대인이다.

상대방을 위협하기 위해 침을 뱉는 사람들 때문에 경찰과 의료인력이 낭비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퀘벡 시에서는 편의점에서 시비가 붙은 끝에 다른 손님의 얼굴에 침을 뱉은 23세 여성이 공공안녕 침해 및 폭행죄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 여성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상점에 들어가는 인원을 제한하자 화를 참지 못하고 이런 짓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몬트리올에서 동쪽으로 80km 떨어진 그랜비(Granby) 시의 한 의원은 불필요한 해외여행을 자제하라는 퀘벡 주정부의 권고를 비웃기나 하는 듯 혼자 멕시코 아카풀코의 햇볕을 찾아 떠나는 지극히 이기적인 모습을 보였다. 에릭 뒤셰노(Éric Duchesneau) 시의원은 원성이 들끓자 지역 신문에 우울증을 앓다 보니 장기간의 격리조치를 못 견딜 것 같아 충동으로 떠나왔지만, 이후 격리 조치를 잘 따르겠다는 해명을 내놓았으나 이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되고 말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몰고온 격리 생활, 그에 따르는 스트레스 때문일까?  평소 같으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몬트리올(캐나다)=에스델 리 기자 esdelkh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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