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도삼략]한국은어떻게 알았을까...대북 정보수집 수단 뭐가 있나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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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도삼략]한국은어떻게 알았을까...대북 정보수집 수단 뭐가 있나 보니
  • 박태정 기자
  • 승인 2020.05.04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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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갖고 있는 모든 정보를 다 갖고 종합평가를 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에서 다 확인과정을 거쳤다"라며 "갖고 있는 정보상으로 특이동향이 없다. 이 자리에서 다시 말씀드리지만, 우리 정부의 입장을 확고하게 믿어달라"(정경부 국방부장관 4월29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것은 기술 정보를 포함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정보 평가를 한 것이다. 정부는 특이 동향이 없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정보 역량을 갖추고 있다”(김연철 통일부장관 4월28일 국회 통일외교위원회)

금강 정찰기. 사진=국방부
금강 정찰기. 사진=국방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잠행으로 전 세계가 들썩인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한결같이 "특히 동향이 없다. 우리 정부 입장을 믿어달라"고 일관되게 말해 주목을 끌었다.

김정은이 1일 원산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검은 인민복 차림으로 등장함으로써 그의 건강이상설과 유고설은 일단락됐지만 한국 정부가 자신있게 믿어달라고 한 근거가 무엇인지에 이목은 더 집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정부 고위당국자의 단호한 언급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확인’ ‘자신 있게’ 등의 표현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특히 북한 내 특급비밀인 김정은 동선이나 생사와 관련된 정보는 그렇다. 그런데도 정부는 김정은에 이상이 없음을 단언했다. 무엇이 이런 자신감을 갖게 했을까?
이는 우리 정부가 충분한 정보를 수집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과 미국 정보 당국은 대북 정보를 인적정보(휴민트)와  기술정보로 나눠 수집한다. 기술정보는 정찰위성과 정찰기, 통신감청,영상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라는 뜻이다.휴민트는 탈북자와 북중 접경지역 인적 네트워크에서 얻은 정보다.

우리나라는 다종다양한 수집 자산을 갖고 있다. 

정찰위성으로 쓰이는 아리랑 다목적 위성과 금강(영상) 백두(통신감청) 정찰기,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RQ-4), 정찰포드를 갖춘 KF-16 전투기, 무인기(드론), 통신감청시설과 장비, 정보수집선 등이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가 지난 4월19일 한국공군 인도를 알린 글로벌호크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사진=해리해리스 주한미대사 트위터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가 지난 4월19일 한국공군 인도를 알린 글로벌호크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사진=해리해리스 주한미대사 트위터

아리랑 다목적위성은 가장 성능이 좋은 것이 55㎝의 해상도를 갖고 있다. 55㎝의 해상도로는 김정은 얼굴을 식별할 수 없다.통신감청 수단들은 교신을 통한 김정은 주변 동향 정보를 수집한다. 금강정찰기는 평양 이남 지역에서 군사분계선(MDL)까지의 군사시설에서 발신되는 무선통신을 감청하고 각종 영상을 수집한다. 평양에서 중대 사건이 발생해 통신량이 증가하면 우리 백두정찰기가 감청한다. 금강은 농구공 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 정찰기 등의 능력은 군당국이 지난 2014년 4월8일 공개했다. 국방부는 이날 별도의 '참고자료'를 통해  우리 군이 운용 중인 금강 정찰기와 RF-16 정찰기(이상 영상정보 수집), 백두정찰기(신호정보 수집) 등의 능력도 공개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금강·RF-16 정찰기는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 상공을 비행하며 북한의 남포에서 함흥을 연결하는 지역까지 영상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영상정보를 수집하는 센서는 눈과 비, 구름 등 기상요인에 구애받지 않고 전천후로 가동된다. 또 고성능 카메라로는 북한군이 운용하는 군사장비의 종류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수집된 영상정보는 전투기와 함정, 지상부대까지 실시간으로 전달해 유사시 목표물을 즉각 타격하는 데 이용된다.

백두정찰기는 북한 전역에서 특정 주파수로 오가는 무선통신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국방부는 또 경기도 양주의 한 군부대에서 운용을 시작한 '송골매'와 2015년 실전배치할 '리모아이-0006' 2종류의 성능도 공개했다. 송골매는 길이 4.8m, 높이 1.5m, 날개너비 6.4m의  크기로 시속 120∼150㎞로 비행할 수 있으며 작전반경이 80㎞에 이른다. 한번 이륙하면 최대 4㎞ 상공에서 4시간을 체공하며 북한군에 대한 영상정보를 수집한다. 우리측 지역에서 비행하면서 주간에는 군사분계선(MDL) 이북 20㎞ 지점까지, 야간에는 10㎞ 거리까지 촬영할 수 있다고 한다.

민간업체인 유콘시스템이 개발한 리모아이는 소형이어서 대북 정보 수집에 쓰이기에는 무리다. 길이 1.72m, 날개너비 2.72m, 무게는 6.5㎏이다. 엔진으로는 전기모터를 사용하며 한번 충전하는데 90분이 걸린다. 최대 속도는 시속 75㎞로 비행시간은 2시이다.최고 3㎞ 상공까지 올라가 최장 150㎞까지 비행할 수 있다고 한다.

주간에는 10배까지 '줌인(zoom-in)' 되는 13만 화소의 정찰카메라를 탑재하고 야간에는 적외선(IR) 카메라로 바꿔 작전할 수 있다. 이 무인정찰기는 이날 150m 상공에서 미호천 주변을 선회하면서 선명한 영상을 전송했다. 지상통제장비의 모니터를 손으로 터치하는 방식으로 조종하는 정찰기이다.

KF-16 전술정찰기 등은 비무장지대(DMZ) 인근의 군사동향 등을 파악하는 게 주임무이기 때문에 후방지역 움직임을 알 수 없다.

정부는 이밖에 북한 관영매체를 중심으로 쏟아지는 '공개 정보' 분석에도 공을 들인다.

우리군은 또 고고도무인정찰기 RQ-4 글로벌호크도 보유하고 있다. 우리군의 글로벌호크가 실전에 투입하고 있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1호기는 2019년 12월23일 사천 공군기지에 인도됐다. 해리해리스 주한미대사는 4월19일 트위터를 통해 2호기 인도소식을 알렸다.글로벌호크는 20㎞ 상공에서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비 등을 통해 지상의 30㎝ 크기 물체까지 식별해 사진을 찍어 보낸다. 최고 속도는 시속 629㎞, 착륙 없이 날 수 있는 최장 거리는 2만2779㎞, 체공 시간은 30시간 이상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더 정밀한 첨단 수단을 갖고 있다. 정찰 위성 KH-12, U-2기, RC-12XC 가드레일, 조인트스타즈 등 다종다양한 정찰기를 보유하고 있다. 

KH-12은 영상 정찰위성이다.  KH-12의 해상도는 지상 수백 km 상공에서 15㎝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고 한다. 평소 지상 600㎞ 고도에서 작전하다 필요하면 300km로 고도를 낮춰 해상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정찰위성은 하루에 서너 차례씩 북한 수백㎞ 상공을 돌며 사진을 찍는다. 이에 따라 사각시간과 사각지대가 있을 수밖에 없다.

U-2 드래곤 레이디 고고도 정찰기.사진=록히드마틴
U-2 드래곤 레이디 고고도 정찰기.사진=록히드마틴

오산기지에서 거의 매일 이륙하는 U-2S 정찰기도 유력한 대북 정보수집 수단이다. 고해상도 카메라를 장착해 15~20km의 고도에서 최대 150㎞ 떨어진 곳의 10㎝ 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상정보의 경우 보통 휴전선 이북 100km를 촬영하고 300km 이내까지 통신감청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 고도에서 24~36시간 동안 날면서 200㎞ 떨어져 있는 지상 30㎝ 크기의 물체를 정찰하는 고고도 무인기(HUAV) RQ-4 글로벌호크 투입도 늘고 있다.

RC-12X. 사진=노드롭그루먼
RC-12X. 사진=노드롭그루먼

또 최근 한반도 상공을 비행한 RC-12X ‘가드레일’과 오키나와 가데나기지에 배치된 RC-135 V/W ‘리벳 조인트’ 등은 통신감청 정찰기들이다. E-8C ‘조인트스타스’는 300km 밖의 지상 표적 600여 개를 동시에 감시한다. RC-135V/W 리벳조인트는 550㎞ 범위 안에서 전자ㆍ통신정보를 탐지한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과정에 발신하는 지상 원격 계측 장비 ‘텔레메트리’ 신호를 포착한닥 한다. EP-3E는 최장 250㎞까지 탐지할 수 있는 항공 정찰 통합 전자 시스템(ARIESㆍ에리스)을 싣고 다니며 북한 지역을 감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통신감청의 경우 북한이 1990년대 말 이후 주요 통신망을 광케이블로 지하에 매설, 감청이 매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서 인간정보(휴민트)를 제외하곤 현재까지 한국 정부가 원산의 김정은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감시정찰 수단은 없다고 보는 게 옳다. 정밀한 기술정보는 미국에서 얻었을 가능서잉 크다.

우리나라가 인간정보를 통해 김정은이 원산에 있고 신변에도 별문제가 없다고 확인한 것을 공개하는 순간 고급 인간정보망이 노출되고 그 망이 붕괴될 수 있다. 따라서 김 장관이 고의로 ‘기술 정보’라는 표현을  썼을 수도 있고 휴민트가 없어 그렇게 말했을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라면 미국에서 정밀한 기술정보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게 옳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김정은의 건재를 정찰위성 등을 통해 확인하고서도 정찰위성의 정보 수집능력과 그 경로가 북한에 노출되는 것을 미리 막기 위해 연막을 터뜨렸을 지도 모른다. 

박태정 기자 ttchung@han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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