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WTI , 이번 주 25% 급등…유가 '랠리' 낙관론 vs 시기상조론 팽팽

2020-05-09     박준환 기자

국제유가가 사흘 만에 반등했다.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주 연속으로 상승했다.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도 상승바람을 타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의 부진을 극복하고 장리 랠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마저 나온다. 그러나 최근의 유가상승은 수요 부족으로 지속할 수 없는 것이라며 시기상조라는 경계의 목소리가 더 크다.

미국산 원유의 기준유인 서부텍사스산원유가 한 주에 25%상승하고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도 17% 이상 오르면서 유가 랠리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원유를 퍼올리는 유전의 오일 펌프. 사진=러시아투데이닷컴


8일(미국 현지시각) 선물시장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6월 인도분은 전날에 비해 5.1%(1.19달러) 뛴 배럴당 24.74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이번 주에만 25%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주간 기준으로 2주 연속 랠리다. 공급감소와 원유수요 회복에 대한 희망의 합작품으로 풀이된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기준유인 북해산 브렌트유 7월 인도분은 5.1%(1.51달러) 오른 배럴당 30.84달러에 거래 중이다. 브렌트유 가격도 이번주 17.1% 상승했다.

이번 유가상승은 우선, 공급 감소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수출 가격 인상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선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주요 산유국들이 하루 평균 970만 배럴의 감산을 이행하고 있다. 

둘째 사우디는 가격을 인상했다.사우디는 아시아에 수출하는 아랍라이트 가격을 배럴당 5.90달러로 인상했다. 

셋째, 지난 1년여간 주요 산유국 자리를 꿰찬 미국의 감산이다. 미국 연방기관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1일로 끝난 주간에 산유량이 하루평균 20만 배럴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산유량은 3월 이후 110만 배럴 줄었고 5월 초에는 산유량이 1200만 아래로 내려갔다.

이는 가동중인 유전채굴장비 숫자의 감소에서도 확인된다. 유전 정보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원유채굴 장비는 전주보다 33개 줄어든 292개로 집계됐다. 8주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는 11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기도 하다. 가스채굴 장비까지 포함하면 374개로, 80년 통계 역사상 최저치다.

그렇다면 앞으로 유가는 오를까? 전문가들이나 전문 기관들이 그런 쪽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하고 있다.

IHS마킷은 2분기 전체로는 원유 1400만 배럴을 포함해 최대 1700만 배럴의 감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HS마킷은 동시에 2분기 원유수요량이 전년 동기에 비해 하루평균 2200만 배럴 줄 것으로 예상한다. IHS는 "수요 붕괴와 저유가, 저유소 저장용량 부족과 정부의 감산명령이 놀라운 수준의 원유감산과 전 세계 유정을 일시 닫는 생산중단(셧인)을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로비 프레이저 선임 상품분석가는 "현 여건을 감안하면 수요 측면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현재 시장의 낙관론은 몇주간 계속된 석유정제품에 대한 수요 개선과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랠리는 시기상조라는 반론이 더 설득력 있다.

리스타드에너지의 비요나르 톤하우겐(Bjornar Tonhaugen) 원유시장 부문 대표는 "유가 상승이 중단하느냐가 아니라 언제 중단하느냐가 문제"라고 일갈했다. 그는 성명에서 "회복은 시기상조"라면서 "생산유정을 일시 닫는 셧인이 공급과잉을 완화는 데 도움을 줬지만 여전히 불균형이 있다"고 꼬집었다. 추가 공급 감축이 필요하다. 그는 "더 많은 셧인이 수수께끼를 완성할 때까지 5월 중 유가는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전염병이 끝나지 않을 것이며 세계 경제는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라는 경고음이다. 2차 전염병이 발병하고 경제전반의 봉쇄조치(셧다운)이 내려지면 경기회복과 이에 따른 원유수요 회복은 난망이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이 3월 중순 이후 근 30% 상승했지만 미국 실물 경제에는 짙은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4월 마지막주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316만500건으로 지난 7주간 미국의 신규실업보험 신청자는 3350만 건으로 늘어났고 소기업들은 급감하고 있다.4월 실업률은 14.5%로 치솟았다. 대공황 이후 최악이다. 금융시장과 실물시장간 괴리가 심각하다.이 같은 괴리가 해소되지 않는한 안정된 유가랠리를 기대하는 것은 성급해 보인다.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독일 투자은행 코메르츠방크 분석가들은 "경제활동의 점진적인 재개후에도 원유수요는 앞으로 몇년 동안 2019년 수준을 밑돌 것"이라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