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버리 AI거품론, 카산드라 예언인가

2025-11-12     박태정 기자

마이컬 버리(Michael Burry)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대규모 공매도 포지션(빅쇼트)으로 금융재벌이 되면서 유명해진 미국의 헤지펀드 '사이언 자산운용'의 설립자다. 그런데 그가 최근  자기의 엑스(X, 옛 트위터)의 아이디를 '카산드라 언체인드(Cassandra Unchained)'로 바꾸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속박에서 풀려난 카산드라' 쯤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그래픽처리장치(GPU) 수퍼칩 블랙웰 GB 200. 사진=엔비디아

카산드라는 트로이 전쟁 때  트로이 목마의 음모를 꿰뚫어보고 목마를 도시 안으로 들여보내지 말라고 경고한 예언자다. 카산드라는 그리스 신화의 태양신 아폴론으로 부터 예언의 능력을 받았다. 트로이 군은 그녀의 말을 무시했고 결국 몰락했다.

카산드라가 예언 능력을 받고서도 아폴론의 구애를 거절하자 아폴론이 저주를 내린 게 트로이 몰락의 단초가 됐다. 아폴론은 그녀의 입 안에 침을 뱉었고 이후 카산드라가 하는 예언을 아무도 믿지 않았다.

카산드라 언체인드는 카산드라가 저주의 속박에서 벗어났으니 그의 예언을 믿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마이컬 버리가 하는 예언은 '인공지능(AI) 관련주에 거품이 잔뜩 끼었다'로 요약할 수 있다. 

버리는 지난 10일(미국 현지시각)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AI데이터 센터 운영업체)들이 칩이 실제보다 더 오랜 수명주기를 가질 것으로 예측해 감가상각비를 과소계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버리는 "자산의 수명주기를 인위로 부풀려 감가상각비를 과소 계상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좀 더 흔안 회계부정 수법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버리는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아마존,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5개사가 최근 5년간 발표한 네트워크·컴퓨팅 장비의 내용연수를 공개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20년 3년인 내용연수를 올해 6년으로, 메타는 3년에서 5년 6개월로 늘렸다고 주장했다. 버리는 이를 근거로 "이들은 2026~2028년 사이 감가상각비를 1760억 달러 과소계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트워킹·컴퓨팅 장비는 데이터센터 등의 가치를 나타내는 회계 상 자산 분류다. 그런데 엔비디아는 지난해 6월 기존 18~24개월인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 주기를 1년으로 단축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 '블랙웰 울트라'를 출시하고 내년에는 루빈, 2027년 루빈 울트라, 2028년에는 파인만 등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연산 속도는 블랙웰(10페타플롭스)에서 블랙웰 울트라(15페타플롭스)로 넘어가며 1.5배, 루빈(50페타플롭스)으로 업그레이드될 때는 3.3배 개선된다. 

버리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기업들은 신제품이 나오는데 구제품을 더 오래 사용한다는 뜻이 된다.  빅테크들이 AI 데이터센터의 내용연수를 인위로 늘려 수익률을 왜곡했고 과소계상된 감가상각비가 AI 버블을 터뜨릴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AI 소프트웨어 업체 팔란티어. 사진=팔란티어 링크트인

 

마이클 버리는 AI 데이터 분석기업 팔란티어에 약 500만 주 규모의 풋옵션을 매입했고 AI 돌풍의 핵심인 엔비디아에도 비슷한 포지션을 취했다. 풋옵션은 주가가 내려갈수록 이익이 나는 파생상품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팔란티어와 엔비디아 주가가 큰 영향을 받았다.

팔란티어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한때 660배 까지 치솟았으니 거품론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PER가 40을 넘으면 과열과 거품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은 증권가의 중론이다.

그런 점에서 버리의 주장을 새겨보고 투자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물론 트로이군이 한 것처럼 버리의 말을 무시할 수 있다. 거품이 터질 경우 투자자들이 입는 손실은 트로이의 몰락처럼 신중을 기하느라 보내는 시간과 노력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박태정 기자  ttchun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