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美 데이터센터 폐기물에서 희토류 추출 시동
국내 최대 비철금속 기업인 고려아연이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과 손잡고 데이터센터 폐기물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재활용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이 사업은 미·중 갈등 속에서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과 맞물려 고려아연에는 로운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
13일(현지시삭)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최윤범 회장은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 데이터센터 폐기물,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에서 희토류와 핵심 금속을 추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데이터센터에서 쏟아지는 노후 서버와 전자 폐기물은 희토류 함유량이 높아 '도시광산'의 가치가 매우 크다. 세계 희토류 시장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90%를 장악하고 수출 통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전자 폐기물 재활용과 광물 분리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상용화 준비를 마쳤다. 고려아연은 지난 1월 미국 기술 기업 알타 리소스 테크놀로지스와 '희토류 생산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이 폐영구자석을 고순도 희토류 산화물로 재활용·정제해 희토류를 생산하기 위한 협력이라고 고려아연은 설명했다.
알타 리소스 테크놀로지스는 고도의 생화학 기술을 활용해 희토류를 분리하는 '정밀 채굴'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맞춤형으로 설계된 단백질을 활용해 복잡한 혼합물 내에 함유된 저농도의 희토류 원소를 선택 분리·정제할 수 있는 생화학 공정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이미 미국 내 자회사인 페달포인트를 통해 2022년 이후 전자 폐기물 리사이클링 기업 이그니오, 전자제품 리사이클링 기업 에브테라, 스크랩 메탈 트레이딩 기업 캐터맨 메탈스, IT자산 관리 기업 MDSi 등을 인수하고 자원순환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해 12월, 미국 테네시주에 74억 달러 규모의 핵심 광물 제련소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1970년대 이후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 하에 건립되는 최초의 미국 내 제련소다. 이 제련소는 안티모니, 갈륨, 게르마늄 등 방산과 첨단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11가지 핵심 광물을 포함해 연간 54만t의 비철금속을 생산할 예정이다.
특히 미사일과 핵무기 생산에 필수적인 안티모니는 지난해 가격이 파운드당 25달러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폭등하며 고려아연의 1조 2000억 원대 영업이익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은 새 제련소의 목표 이익률을 17~19%로 설정했다. 이는 50년 넘은 한국 내 기존 제련소보다 높은 수준으로, 미국 정부의 신속 승인과 최저가격 보장 등 전폭적인 지원이 바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철금속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미국 현지에서 희토류를 직접 정제·제공하면, 미국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광물 주권을 확보할 것"이라면서 "이는 고려아연의 기업 가치를 단순 제련 기업에서 '안보 전략 파트너'로 격상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폐기물을 활용한 희토류 추출은 환경 오염이 심한 광산 채굴의 대안으로서 ESG 경영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준환 기자 naulb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