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골드) 이란전에서 '안전자산' 역할 못해...마진콜과 금리인상 기대 역풍

2026-03-21     박태정 기자

금(골드)은 '안전자산(safe haven)' 통하며 위기시 수요가 몰려 몸값이 크게 오르는 자산이다. 그런데 이란전쟁에서 금은 안전자산 역할을 하지 못하고 14년 사이에 가장 큰 주간 낙폭을 기록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란전에서 순금이 안전자산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마진콜과 위험가치 상승, 금리인상 기대 등이 금의 안전자산 역할을 방해한 요인으로 꼽힌다. 사진은 순금 골드바와 매수 그래픽. 사진=세계금협회

21일 미국 금융시장 전문 매체 마켓워치와 CNBC 등에 따르면, 미국 선물시장인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4월 인도 금 선물은 전날에 비해 0.70%(30.8달러) 내린 온스당 457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 선물은 시간외 거래에서는 일시 온스당 4478달러에 거래되면서  2월 초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금값은 주간 기준으로 9.5% 하락했는데 이는 2023년 9월23일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금의 자매금속인 은은 이번주에 14% 이상 하락했다. COMEX 5월 인도 선물은 전날에 비해 2.2%(1.55달러) 내린 온스당 69.66달러로 마감했다.

마켓워치는 "금 가격은 이날 14년 만에 가장 큰 주간 하락률을 기록하며, 이란 분쟁으로 인한 충격이 전통적인 안전자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분석하고 "마진콜, '위험가치(Variable-at-Risk)'의 급등, 그리고 미국 금리 인상 기대감의 변화가 귀금속 가격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투자운용의 아카시 도시(Aakash Doshi) 금·금속 전략 부문 글로벌 책임자는 마켓워치에 "이란 전쟁이 많은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으며, 이론으로는 금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다"면서 "그러나 금 가격은 더 광범위한 경제 요인에 압도당했다"고 지적했다. 

도시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이번 분쟁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사이클을 종식시키고, 나아가 금리 인상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면서 "또한 미국 달러화의 반등이 있었고 차익 실현과 현금 확보를 위해 금을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불리온볼트의 에이드리언 애쉬 조사 부문 이사는 이날 펴낸 보고서에서 "금과 은은 광범위한 시장 공황에 휩싸여 거래자들이 손실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서둘러 매도하면서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금값이 이번 달에 하락한 이유로 마진콜, 잠재적 금융 손실을 측정하는 지표인 VaR(위험가치)의 상승, 그리고 미국 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치의 변화를 세 가지로 꼽았다. 

마진콜은 투자자가 빌린 돈으로 투자하다 손실이 커져 자산가치가 계좌 내 최소 담보 유지 증거금  수준 아래로 떨어질 때 증권사가 추가 자금 입금을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기한 내에 입금하지 않으면 금융사는 반대매매를 통해 보유 자산을 강제 청산한다.
 

VaR은 "정상 시장 상황에서 특정 보유 기간 동안 특정 신뢰 수준으로 발생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의 최대 예상 손실액을 뜻한다. 주가와 금리, 환율 등의 변동성을 기초로 자산의 최대 손실을 금액으로 표시한 것이다. 애쉬 이사는 금융 시장의 변동성 급증으로 모든 포트폴리오와 거래 장부에서 VaR이 크게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자산 종류와 관계없이 거래 포지션을 축소하거나 청산해야 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애쉬는 금은 수익을 창출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가 인상될 때 금값이 하락하는 것은 "직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가격 충격으로 시장 기대치가 완전히 뒤집히면서 무수익 자산에 강한 역풍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금리는 뛰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는 이날 장중 일시 4.39%대를 기록하며 지난해 8월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영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5.00%를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애쉬는 "이처럼 갑작스러운 시장 변동이 있을 때, 트레이더들은 다른 자산에 대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수익을 내던 포지션을 청산할 것"이라면서 "귀금속은 1979년 이후 가장 큰 연간 상승률을 기록한 후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