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엔지어링 7만 원대로 급등...ALD 기술 보유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주성엔지니어링 주가의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0일 무려 19.34% 급등했다.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업체들이 HBM4 등 차세대 제품을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어 수혜를 볼 것으로 관측한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93년 설립된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제조과정의 핵심공정인 '증착' 공정 장비를 양산하며 황철주 대표이사가 지분율 25.93%로 지배하는 회사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성엔지니어링은 20일 전날에 비해 19.34%(1만1800원) 오른 7만 2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거래일 중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조 3538억 원으로 코스닥 시장 25위에 올랐다.
주가 상승은 외국인이 견인했다. 이날 80만 1138주를 순매수했다. 외국인 18일과 19일에도 각각 3만 7856주, 2만7004주를 순매수했다. 외국인 보유율은 9.63%에서 11.35%로 껑충 올라갔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4만927주, 74만 9785주를 순매도했다. 특히 기관은 16일부터 5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는데 순매도량은 총 32만 9665주로 집계됐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최근 등락을 거듭했다. 지난 5일 24.16%(1만 3000원) 급등한 6만68000원을 마치고 6일에는 0.45%(300원) 오른 6만71000원에 마쳤다가 9일에는 10.73%(7200원) 급락한 5만 9900원으로 마쳤다. 이어 10일에는 다시 16.86%(1만100원) 오른 7만 원을 마쳤다가 이후 17일까지 5거래일 동안 6만 원대에 갖힌 채 하향 횡보 했다.
이날 종가로써 주가는 올들어 약 163% 상승했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2일 종가는 3만 450원이었다. 쉽게 말하면 2.5배로 올랐다는 뜻이다.
현재 주가는 증권가 목표주가를 웃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12일 목표주가를 7만 원을 제시했으며, 메리츠증권은 6만2000원, BNK증권은 6만 1000원을 각각 내놓았다.
지난해 매출 3106억 9000만 원, 영업이익 312억 6000만 원을 올렸다. 각각 전년 대비 24.1%, 67.8% 줄었다. 2024년엔 매출 4094억 원, 영업이익 972억 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는데도 최근 주가가 오른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 보인다.
우선, 삼성전자가 올해 대규모 투자에 나설 계획이어서 반도체 장비 업체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 고도화와 로봇 등 신규사업 인수를 위해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에 올해 총 110조 원 이상을 집행한다는 계획을 19일 공시했다. 해당 투자금은 주로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반도체 기술 연구와 생산공장(팹) 증설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DS는 메모리부터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차세대 제품 경쟁력 확보를 위한 3D 구조를 적용한 차세대 D램과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10나노 8세대 1e D램, 차세대 패키징 기술 등 메모리 반도체 기술 전반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도 18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기술 지배력 확보 목적으로 차세대 공정과 요소 기술 등 선행 연구 개발 투자를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주성엔지니어링은 2001년 이전까지 삼성전자에 장비를 납품했으나 비리 의혹으로 거래가 단절됐다. 최근 HBM(고대역폭 메모리)와 차세대 반도체 공정용 ALD(원자층 증착) 장비 등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삼성전자 협력 강화가 기대되고 있다.
투자자들도 이 대목을 주목한 것으로 판단된다. 주성엔지니어링이 세계 최초로 ALD 기술을 개발했는데 시장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이 장비는 초미세 D램, 200단 이상의 3D 낸드, 10나노미터 이하의 로직 등 모든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극한의 조건에서도 하부구조의 복잡성에 상관없이 300도 이하 저온에서 우수하고 균일한 막질 형성이 가능하다고 한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또 자체 개발한 '원자층성장(ALG, Atomic Layer Growth)' 기술을 적용한 장비를 고객사에 공급했다는 소식도 있다. 이 고객사는 기존 ALD와 ALG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장비를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회사가 2024년 ALG 개념을 업계 최초로 제시한 이후 약 2년 만의 성과다.
ALG는 질화갈륨(GaN), 비소화갈륨(GaAs), 인듐인(InP) 등 3·5족 화합물을 증착이 아닌 성장 방식으로 형성하는 기술이다. 기존 ALD 공정이 원자 단위로 물질을 쌓는 방식이라면, ALG는 결정 성장을 통해 회로를 구현하는 접근법으로 공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노광과 식각 공정 일부를 줄일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되며, 고가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또한 3·5족 화합물 특성을 활용해 실리콘 대비 전자 이동 속도가 빠른 고성능 반도체 구현 가능성도 제시된다.
기존 성장 공정이 섭씨 1000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했던 것과 달리, 주성엔지니어링은 공정 온도를 약 400도 수준으로 낮춰 웨이퍼 손상을 최소화하고 적용 범위를 넓혔다.
회사는 해당 기술이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 영역으로도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패널 공정에도 적용 가능한 범용 기술로 평가되며, 실제로 관련 장비 공급도 일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반도체 유리기판 분야에서도 ALG 적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회사 측은 관련 제조사들과 기술 협력을 이어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이미 장비 양산 체계를 구축한 상태로, 향후 ALG 기반 장비 공급 확대를 통해 신규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수영 기자 isuyeong2022@gmail.com